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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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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도 울고 안 와도 우는 슬픈 우도

관광객 폭증 오버투어리즘 부작용에

렌터카 출입제한했더니 상권 붕괴되며 ‘관광 공황’
등록 2018-07-10 16:58 수정 2020-05-03 04:28
1년 이상 가게가 임대되지 못해 텅텅 비어 있는 제주 우도의 건물. 지난해 8월 렌터카 통행 제한으로 갑자기 ‘관광 거품’이 꺼진 우도에는 이렇게 빈 건물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1년 이상 가게가 임대되지 못해 텅텅 비어 있는 제주 우도의 건물. 지난해 8월 렌터카 통행 제한으로 갑자기 ‘관광 거품’이 꺼진 우도에는 이렇게 빈 건물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6월23일 필리핀의 인터넷 매체 (Definitely Filipino Buzz)가 공개한 사진이 화제가 됐다. 폐쇄 57일이 지난 보라카이섬의 최근 모습이었다. 불과 두 달 사이 ‘쓰레기 섬’의 흔적은 겉보기에 사라진 듯했다. ‘마지막 남은 천국’이란 보라카이 본래의 깨끗함을 회복하고 있었다. 불법 구조물이 철거되고 하수시설이 정비되고 있었다. 두 달여 전,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올 4월26일부터 6개월 동안 보라카이섬을 폐쇄한다고 전격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보라카이 폐쇄 한 달쯤 뒤 타이 정부가 피피섬의 마야베이를 6월1일부터 넉 달 동안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날마다 유람선 200척이 드나들면서 산호초 백화현상이 심하게 일어났고, 해양생태계 복원을 위해 불가피하게 ‘외부인(관광객) 접근’을 금지한다고 했다.

보라카이와 피피섬의 폐쇄

보라카이섬과 피피섬 폐쇄는,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의 가공할 위협을 미리 보여주는 우리의 반면교사와 다름없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제주와 서울 북촌에선 이미 환경 피해나 생활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아우성이 커지고 있다. 환경과 생활이 감당할 수 없는 한계치에 다다를 때, 사람(관광객)이 못 들어오게 막는 극한 처방 외에 달리 무슨 방도가 있을까.

6월20일 제주의 작은 섬 우도를 찾았다. 주민 1천 명 남짓이 사는 우도는 ‘한국의 보라카이’라고도 한다. 우도를 찾는 사람이 2012년 처음 100만 명을 넘더니, 불과 3년 뒤인 2015년 200만 명을 웃돌았고 2016년 223만 명에 이르렀다. 그러자 손바닥만 한 우도에 주민 차량과 관관객용 스쿠터, 삼륜차·사륜차 등 4천여 대가 뒤엉켜 교통대란이 일어나고 교통사고가 빈발했다. 카페와 펜션 같은 인공물이 해변을 도배질하고, 땅값도 폭등했다. 전형적인 오버투어리즘 부작용이 작은 섬 곳곳에서 불거진 것이다. 급기야 제주도가 지난해 8월부터 1년 동안 렌터카의 우도 출입을 금지했다.

우도 출신 관광학자인 강은정 박사는 “‘관광 혐오’ 정서가 확산되는 다른 관광지와 달리, 우도 주민들은 관광객에게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편”이라면서 “관광객이 적잖은 생활 불편을 끼치지만, 집집마다 관광으로 벌어들이는 안정적 수입이 크다”라고 말했다. 우도 주민에게 고루 관광 수입이 돌아가는 구조가 잘 짜여 있다는 것이다.

“성산항에서 배를 타고 우도로 들어왔잖아요. 그 배를 운항하는 해운사가 주민출자회사라고 생각하면 돼요. 우도 주민들의 다수가 상당한 출자 지분을 갖고 있어요. 해운사는 해마다 주민 주주에게 이익을 배당하는데, 그 금액이 주주 1명당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천만원까지 돼요. 여성들은 물질해서 (지역 식당) ‘해녀의집’에서 직접 팔 수 있잖아요. 쏠쏠하게 돈을 벌죠. 집에서는 땅콩 같은 농사를 지어 또 수입을 올리고요. 손이 놀 때는 바닷가 가게에서 일해 부수입을 올리기도 해요.”

오버투어리즘의 역풍
우도 선착장 모습. 렌터카가 사라진 우도에는 이륜차와 삼륜차 대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우도 선착장 모습. 렌터카가 사라진 우도에는 이륜차와 삼륜차 대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제주에서 관광 열풍이 가장 뜨겁다는 소문과 달리, 3년 만에 다시 찾은 우도에서 심하게 북적대는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강은정 박사는 “지난해 8월 이후 렌터카 출입 제한의 반작용이 크다”고 말했다. 렌터카를 못 들어오게 하니 우도를 찾는 사람이 갑자기 줄었다는 것이다. 제주도 통계를 보면, 렌터카 출입 제한 이후 우도 방문객이 15%가량 줄었다. 방문 차량은 68%나 급감했다.

우도 차량을 빌려 타고 섬을 한 바퀴 돌았다. 10년 만에 우도를 다시 찾은 박승화 사진기자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평화롭고 아름답던 기억 속의 우도가 해안 빼곡히 펜션과 식당으로 가득 찬 인공적 공간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우도 취재에 동행한 강영철 ‘제주오션’ 대표는 “가게 건물들을 잘보라. 세를 주지 못해 1년 이상 비어 있는 곳이 수두룩하다”고 했다. 실제 건물 유리창마다 임대를 놓는다는 전화번호가 줄줄이 적혀 있었다. 등대 뒤쪽 한 건물에서는 “돌대가리 교통행정… 건들기만 건드려라” 같은 격한 구호도 눈에 띄었다. 렌터카 출입 제한으로 가게를 놀리는 건물주가 붙여놓은 것으로 짐작된다.

사람이 가장 붐빈다는 하고수동해수욕장을 찾았다. 백사장 중심지에서 외곽으로 잠시 걸어가니, 금세 빈 가게가 연이어 눈에 들어왔다. 영업하는 한 가게의 건물주는 “임대가 너무 안 나가서 잘 아는 사람한테 메밀국수 가게로 그냥 빌려준 것”이라고 말했다. 해변에서 수십m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아예 가게가 들어선 건물을 찾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1층은 가게, 위층은 펜션으로 쓸 요량으로 지었다는 3층 건물 2채는 몇 달째 통째로 비어 있었다.

콘도처럼 보이는 제법 큰 규모의 ㅇ펜션은 “장사가 너무 안돼서” 육지에서 일하러 들어온 종업원들의 장기 숙소로 저렴하게 임대하고 있었다. 널찍한 마당엔 돌보지 못한 잔디가 제멋대로 자랐고, 1층 라이브카페는 오랫동안 손님을 받지 못한 듯 썰렁한 기운이 역력했다. ㅎ식당 주인은 답답해서 자주 낚시를 다닌다고 했다. 지난해 8월 이전만 해도 손님들이 줄 서서 기다리던 인기 국숫집이었다.

주민·상인·환경의 3자합의

부동산 열풍이 가라앉은 뒤의 모습이랄까, 우도 상인들이 ‘관광 공황’의 홍역을 단단히 치르고 있었다. 오버투어리즘의 역풍이 우도 상권을 직접 강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1년 동안 한시적으로 진행한 렌터카 통행 제한의 연장 여부를 놓고 7월9일 공청회를 연다. 우도 상인들은 당연히 통행 제한 중단 목소리를 높인다. 도는 지난 3월부터 우도에서 숙박하는 경우에 한해 렌터카 출입을 허용한 바 있다.

김의근 제주국제대 교수(관광경영학)는 “렌터카 출입제한 등 여러 이슈에 대해, 우도의 원주민과 우도에서 장사하는 사람들 그리고 환경수용력을 염려하는 쪽, 그렇게 3자가 모여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도(제주)=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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