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역사,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았다.
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이후 벌어진 정부의 은폐 의혹을 밝혀내려면 차기 정부의 ‘진실 규명’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에 따라 ‘4·16세월호 참사 국민조사위원회’(국민조사위)의 조언을 받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등 주요 대선 후보 5명에게 집권 이후 시행할 예정인 세월호 관련 대책에 대한 질의서를 보냈다. 국민조사위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와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출신 조사관, 전문가, 시민 등이 폭넓게 참여하는 모임이다. 각 후보 쪽은 4월5~6일께 이 문의한 총 8개 문항의 답변서를 보내왔다.
문재인·안철수 “경제 우선 논리가 침몰 원인”주요 대선 후보 5명이 보낸 답변대로라면 새 정부가 들어서면 박근혜 전 대통령 집권 기간에 꽉 막혀 있던 세월호 참사의 원인 규명 작업에 큰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핵심 쟁점인 책임 소재나 구체적인 진상 규명 방안 등 각론에선 후보들의 입장이 미묘하게 갈렸다.
세월호 참사와 이후 전개 과정을 속절없이 지켜본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질문은 ‘세월호 참사의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인가’였다. 대선 후보들은 대체로 ‘경제 논리를 우선시하는 사회구조’와 함께 ‘박근혜 정부의 무능’을 꼽았다.
안철수 후보는 세월호 참사를 “국가 실종으로 인해 국민이 구조받지 못하고 숨진” 사건으로 규정하고 “사건의 수습과 해결 과정에서도 국가가 무능과 무관심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인간의 존엄보다 경제적 논리를, 과정의 충실함보다 결과적 효율을 우선하는 사회적 의사결정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심상정 후보도 “낡은 배의 선령 제한을 완화하는 등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회구조”와 함께 “대통령의 임무 방기”를 참사 원인으로 봤다. 문재인 후보도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 원인으로 “이익 추구에 급급한 기업, 정부와 민간기업 간 부정적 유착을 묵인하고 방조한 관리·감독 기관”을 꼽았다. 참사의 피해를 증폭시킨 원인으로는 “재난시 컨트롤타워 부재, 정부와 구조기관의 무능한 대응, 참사 후 국정 책임자의 책임 부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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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의 원인으로 ‘박근혜 정부의 무능’을 직접 꼽지 않은 이는 홍준표 후보가 유일했다. 홍 후보는 “관리감독청의 안전 대책 부실과 해운사인 청해진의 무리한 운영이 1차적 원인이며 가장 큰 원인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이라고 답했다.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책임을 박근혜 정권이 아닌 관리감독청과 실제 선박을 운항한 해운사에 돌린 것이다.
그다음으로 국민조사위가 관심을 기울인 질문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였다. 이에 대한 답변에서도 홍 후보의 의견은 다른 후보들과 확연히 갈렸다.
다른 네 후보는 “박근혜 정부가 조직적으로 특조위 활동을 방해했기 때문”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문재인 후보는 “세월호 특조위의 권한이 새누리당과의 협의 과정에서 대폭 축소됐고, 특조위의 조사 활동도 정부가 조직적으로 방해했다. 정치권에서는 당시 여당을 중심으로 특조위를 ‘세금도적’으로 표현하는 등 모함하고 비난하는 일도 빈번했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후보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의 정치화와 진영 논리화로 위기를 탈출하는 길을 택했고, 정부는 특조위 활동을 지속적으로 방해했다”고 진단했다.
‘강력한 2기 특조위’에 대부분 공감관심을 끈 것은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일정 부분 공유하는 유승민 후보의 답변이었다. 그는 “청와대의 진상 규명 의지가 약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국민의 공복으로서 역할을 소홀히 했던 정부 관료들과 새누리당의 책임도 크다”고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유 후보는 새누리당에 속해 있었다. 이에 견줘 홍준표 후보는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를 밝히는 대신 “이제 세월호가 3년 만에 인양됐으니 본격적으로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구체적인 진상 규명 방법으로 국민조사위가 꼽는 가장 유력한 대안은 박근혜 정권의 노골적인 조사 방해와 비협조 끝에 종료된 1기를 대체할 수 있는 2기 세월호 특조위 구성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홍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가 2기 특조위 구성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각각 이미 새로운 특조위 구성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조사를 넘어선 특별검사 임명 등 수사의 필요성에 대해선 각 후보의 의견이 명확하게 갈렸다.
문재인 후보는 새로운 특조위 구성은 물론 세월호 참사의 원인, 참사 당일 사실상 구조를 방기한 해경, 이후 은폐 의혹 등을 수사하는 특별검사팀 구성도 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 문 후보는 “새 정부의 세월호 특조위는 권력의 부당한 개입 없이 독립적인 권한을 행사해 진상을 규명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해야 한다. 성역 없는 수사를 위해 필요하다면 특검팀을 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검이 꾸려지면 수사 대상에 검찰, 청와대, 국정원 등이 모두 포함될 수 있다.
심상정 후보의 입장도 비슷했다. 심 후보 쪽은 답변서에서 특조위의 실질적 권한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필요할 경우 특검을 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의당이 이미 국회에 제출한 법안에는 특조위가 수사권을 일부 갖도록 하는 등 권한 강화 조치가 포함돼 있다.
안철수 후보는 2기 세월호 특조위의 조사권을 이전보다 실질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특조위의 출석 및 자료 제출 요구에 따르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며 “조사 대상에 대통령과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이 포함된다는 것을 명확히 하겠다”고 했다. 명확한 조사에는 공감하지만 특검 구성에는 선을 그은 셈이다. 유승민 후보 역시 새로운 특조위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하는 데 방점을 둔 대책을 내놨다. 그는 “세월호 인양 후 선체 조사를 비롯한 진상 규명을 만약 해양수산부나 국가기관에서 맡게 된다면 거기에 특조위가 공동 조사할 수 있도록 참여해야 한다. 만약 특조위를 다시 구성한다면 정쟁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여야가 추천하는 위원들 중 상대측이 서로 인정하는 위원을 임명하는 방식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유일하게 홍준표 후보만이 2기 특조위 구성에 유보적인 의견을 밝혔다. 그는 “해당 부처와 국회의 결정에 따르겠다”면서도 2기 특조위나 특검 구성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필요하다면 특검도 구성할 수 있다. 다만 비전문가들이 아무런 근거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제기하는 의혹에 휘둘려 특조위를 구성하거나 특검 수사를 한다면 오히려 진실은 묻히고 의혹만 남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계했다.
현재 진행되는 세월호 선체 인양과 관련해 제대로 된 선체 조사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대부분의 대선 후보가 ‘투명한 선체 조사’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해결 방식은 다양했다. 문 후보는 “선체조사위원회가 피해자 가족들과 협의해 선체 조사를 진행해야 하며 선체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 가족들의 참여(참관)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안 후보는 “선체조사위의 주도권과 독립성을 보장하겠다. 해양수산부가 선체조사위의 점검 결과에 적극 따르며 관련한 모든 과정에서 선체조사위에 적극 협조하도록 하겠다. 또한 국민들께 모든 정보를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정밀 조사를 위해 조사 기간을 현행 10개월보다 더 길게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선체 보존 여부에 대해서는 문재인·안철수·심상정 후보가 선체 보존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홍 후보는 “선체 보존 문제는 공간과 비용 등을 고려해 결정할 문제다. 개인적으로 일정 공간에 전시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지만, 추후 다방면으로 검토하겠다”며 유보적 반응을 보였다. 유 후보는 “선체조사위가 희생자 가족과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계획을 세우고 정부는 이것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세월호 참사 당시 본인이 대통령이었다면 어떤 조치를 취했을지 묻는 질문에는 안철수·심상정·유승민 후보가 ‘현장 책임자에게 전권을 주고 지휘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취지의 답을 내놨다. 문재인 후보는 이와 달리 청와대가 컨트롤타워 구실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재난이 발생했을 때 국내외 모든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 현행 제도에서는 청와대가 그 역할을 실행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다. 박근혜 정부의 실패는 결국 국가적 재난에 대응하는 컨트롤타워가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방기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근로조건과 ‘순직’ 연계해선 안 돼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운데 기간제 교사나 민간인 잠수사 등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지원 계획도 나왔다. 문재인·안철수·심상정·유승민 후보는 세월호 참사로 숨진 기간제 교사를 순직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기간제 교사였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문제는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이들에 대해서 순직이 인정되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안 후보도 “업무가 동일하고 학생들을 구하려다 사망했다는 사실도 동일하다면, 정규직과 기간제라는 계약 형식의 차이가 죽음의 차이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심 후보는 “구조 및 수습에 참여한 사람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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