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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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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촛불’의 이름으로

광장의 또 다른 역사로 기록될 2016년 11월12일, 민중총궐기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목소리
등록 2016-11-22 23:28 수정 2020-05-03 04:28
3부_광장의 시간
2016년 11월12일, 광장에서 100만 촛불이 타올랐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외치며 즐거운 축제의 장을 여는 시민들. 광장의 또 다른 역사로 기록될 그날 촛불의 목소리를 담았다. 박근혜 이후 시민사회가 나아갈 길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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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광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11월12일 전국 곳곳에서 시민들이 일상을 접어두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100만 명(경찰 추산 26만 명)이 모였다.

11월12일 과 는 민중총궐기 현장을 페이스북과 유튜브에서 생중계했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의 뜻에 연대하는 활동가, 학자, 정치인, 문학인을 거리에서 만났다. 이들과 함께 사태를 진단하고 시민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했다. 기자들은 광장에 뛰어들어 행진의 물결에 동참하고 거리에 나선 사람들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이날 현장 생중계뿐만 아니라 대학생들이 만드는 대안언론 ‘시바뉴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주안미디어센터 장석현 소장과 협업해 시위 구석구석까지 파고들어 현장의 결을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hankyoreh21)를 통해 전달했다.

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4주 연속 싣고 있다. 수십 년 뒤 광장의 또 다른 역사로 기록될 현장에서 가장 빛나는 주인공은 시민들이므로. 민중총궐기 현장의 들끓던 목소리를 지면에 중계한다.

1. 우리가 광장에 모인 이유

“수많은 시위를 경험했는데 이렇게 많은 인파는 처음 봤습니다. 대한문 앞에 부스를 차린다는 말을 듣고 원래 그리로 가려고 했는데, 지하철에서부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빠져나오는 데 1시간이 걸렸어요. 광우병 집회 때 수많은 사람이 나와도 길을 돌아다닐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모였어요.”

인터뷰 약속을 잡고, 해가 저물고 나서야 어렵게 만난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말했다. 어떤 에너지가 이토록 많은 사람을 거리로 불러모았을까. 진중권 교수는 폭발한 민심을 지적했다.

“화가 난 것 같아요. 모든 것이 사적으로 연결되고, 최순실로부터 비롯됐어요. 국무회의가 최순실, 호스트바의 선수, CF 감독이 모여서 했다는 게 황당하지 않나요? 정유라 사건을 보면 젊은이들의 분노를 느낄 수 있는데요, ‘돈도 실력이다’라는 말이 사람들의 심금을 후벼팠죠. 최순실씨의 갑질은 평범한 사람들이 체험하던 특정 부류의 갑질을 엑기스로 보여줬고요.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이 이해되는 지경이 되었고, 여러 가지 쌓인 것들이 터져나오다보니 걷잡을 수 없어진 것입니다. 대통령, 하야해야죠.”

인터뷰 도중, 저녁 6시 광장에서 거대한 파도 소리가 그의 목소리를 묻었다. 시민들이 청와대를 향해 함성을 지르기로 약속한 시간이었다. 함성의 물결은 광화문, 청계광장, 시청, 남대문까지 이어졌다.

불안이 시민을 거리로 불러냈다는 의견도 있었다. 강원국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비교해 이렇게 설명했다.

“(대통령 연설비서관으로서 경험에 따르면) 김대중 대통령은 생각의 과녁이 너무 멀리 있어서 힘들다 생각한 적이 있어요. 그분은 제가 가까이 할 수 없는 거리에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노무현 대통령은 비교적 젊고 동시대를 살아서 과녁이 가까웠는데 그 과녁이 계속 움직였어요. 생각이 발전하는 거죠. 어제 생각으로 연설문을 쓰면 이미 흘러간 물이었죠. 박근혜 대통령의 문제는 맞춰야 할 과녁 자체가 없다는 겁니다. 정말 큰 문제죠.

1·2차 집회 때는 시민들이 분노해서 나왔다면, 이제는 걱정돼서 나오는 것 같아요. 생각이 없는 사람을 이대로 놔두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이번 사태가 박근혜 대통령 개인의 문제뿐 아니라 대통령 보좌진, 우리 사회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이 모든 것이 이번에 정리되지 않으면 제2, 제3의 박근혜 대통령은 계속 나옵니다.”

수치를 모르는 자들이 우리는 부끄럽다. 시민들은 권력자들 대신 수치심을 털어내기 위해 광장에 모였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세상에 살 수 있게 해주고 싶다는 부모들은 유모차를 밀고, 아이와 함께 촛불을 들고 거리를 나섰다.

김제동의 광장 집회에서 한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8살 아들이 엄마도 한마디 하라고 해서 일어났어요. 사실 할 말이 별로 없어요. 저는 식당에서 주방일을 하는데요, 뭘 알겠어요. (식당 영업은) 오늘 토요일이 대박이거든요. 근데 여기 나와서 이러고 있어요. 왜일까요. 우리 8살 먹은 아들이요, 이런 나라에서 살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에요.”

거리에서 만난 고등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인데 일부러 교복을 차려입고 나왔다고 했다. 광장에 나온 이유를 묻자 학생들이 답했다. “어른들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이렇게 관심이 많다, 똑바로 해라. 이렇게 말하고 싶어서 나왔어요.” 청심고 2학년 김영현 학생은 한 사람이라도 더 광장에 나오는 게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나왔다. “제가 이러려고 공부하나, 하는 자괴감이 들지 않게 대통령으로서 더 노력을 해주시거나 그것이 안 될 것 같다면 물러나주시면 좋겠습니다.”

2. 헌정을 파괴한 자, 떠나라

“어떻게 대를 이어서 세 번이나 헌법을 파괴하죠? 일단 박정희가 쿠데타로 한 번 파괴하고, 유신으로 파괴하고, 이번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을 또 한 번 파괴한 거죠. 이번에 그냥 넘어간다면 국민들이 납득을 못할 거예요.”(진중권 교수)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킨 이유는 헌법을 위반한 데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헌법 조항을 조목조목 들며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사범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면서 포괄적 뇌물죄 등을 이야기하는데, 저는 그 차원을 넘어서 헌법위반사범이라고 주장합니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이 나라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에요.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법정신을 부정하고 있죠. 건국절 시도가 그것입니다. 이승만조차 인정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고 있어요.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민족이 대단결한다는 헌법정신은 어떻습니까. 그러기는커녕 개성공단 다 닫지 않았습니까. 사드 배치하지 않았습니까.”

이외에도 정 전 의원은 각 조항을 열거하며 대통령의 잘못을 지적했다.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을 순실공화국으로 만들었다. △제17조 모든 국민은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을 침해받지 않는다. -네이버 밴드, 카카오톡 등을 사찰 목적으로 수사하고, 7500만 명의 통화 목록을 다 쓸어갔다. 5천만 국민의 사생활을 다 들여다본 거다. △제18조 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통신의 자유를 침해받지 않는다. -테러방지법을 만들어서 의심의 여지만 있으면 모든 국민의 휴대전화를 도청하고 은행 계좌를 털어볼 수 있다. △제20조 1항 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갖는다. △제20조 2항 정치와 종교는 분리해야 한다. -최태민에게 농락당해 헌법을 농단하고 국민을 농락했다. △제21조 1항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와 자유를 가진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차벽은 위법이고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차벽을 치고 물대포로 백남기 농민을 살인한 것이 이번 정권이다.

3. 정치권은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민심을 들어라
11월12일 청계광장에 차린 민중총궐기 현장 생중계 부스에서 안수찬 <한겨레21>편집장(왼쪽)과 역사 강사 심용환씨가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11월12일 청계광장에 차린 민중총궐기 현장 생중계 부스에서 안수찬 <한겨레21>편집장(왼쪽)과 역사 강사 심용환씨가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현장에 나온 정치인들은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은수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 앞에서 방패막이가 될 정치인의 역할을 강조했다.

“저는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합니다. 그런데 안 한다면, 국회는 탄핵을 요구해야죠. 탄핵이 될지 안 될지라는 계산을 왜 해요! 지금 국민이 계산하면서 이 광장에 나왔습니까? 아니잖아요. 국민이 혼자서 그 역풍을 맞게 해서는 안 될 것 아니에요. 먼저 그 역풍을 맞고 용감하게 맞서면서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지금 정치와 의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계산하지 마십시오. 국민의 시간을 벌어주고 청년들이 일어설 시간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라도 내 목을 쳐라, 내가 역풍을 맞겠다. 이런 자세가 기성 정치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이재명 성남시장 또한 대통령 퇴진을 주장했다.

“(대통령은) 2선 후퇴하라, 적당히 수사해서 특검 하자 이런 얘기로 지금 넘어갈 수 없습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퇴진 외에는 답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 부패, 무책임, 자질 미달 이런 것들을 국민이 다 알고 있었는데 견뎌오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허깨비였고 조종한 사람들의 수준이 상식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니, 국민은 무시당했다는 기분이 들었던 겁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버티는 대통령에 맞서 국회가 하루빨리 탄핵소추안을 발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권력이 무너져야 권력에 가린 비리의 진상을 규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으로부터 합법적으로 선출된 권력이 대통령과 국회 두 군데인데 대통령은 이미 민심을 잃었습니다. 이 총체적 난국을 국회를 중심으로 수습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민심을 확인하고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국회가 합법적으로 권력을 행사해 탄핵소추안을 발의해야 합니다. 탄핵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질서 있는 퇴각이 될 것이고요. 지금은 우병우 사단이 컨트롤하는 검찰이라 많은 것이 불가능합니다. 새로운 총리가 임명한 검찰총장을 통해서, 특검을 통해서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4. 지금, 박정희라는 압정을 뽑는 시간

젊은 날부터 거리에서 투쟁의 나날을 보냈던 소설가 한창훈은 1987년 6월항쟁 전후와 비교해 현재를 말했다. 4·19, 6월항쟁 등 “혁명 같은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민들의 연대가 있었음에도 군사정권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역사의 실패를 되짚었다. 그래도 한 가지 희망은 있다고 말했다.

“멀리 떨어져서 작금의 현상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면 결국은 우리 사회가 박정희를 털어내야 해요. 지금이 피날레라고 생각해요. 압정처럼 박힌 박정희를 뽑아내는 마지막 과정이에요. 지금 상황은 비정상이 만들어놓은 정상화인데, 사람들이 광장에 모이는 것, 이렇게 함성을 지르는 것, 이게 정상적인 것이잖아요. 이게 각 개인의 정치행동이고, 연대고, 민주주의잖아요. 지금 지배세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었어요. 우리는 그럴수록 광장에 모여야죠. 그게 우리 힘이죠.”

5. 대통령 퇴진과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들

박근혜 정권이 사회 곳곳에 흩뿌려놓은 사회문제들을 다시 살피고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조성주 정의당 정치발전소 기획의원은 이번 정권의 노동 개악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회에 정부가 추진해온 각종 정책들을 다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어요. 특히 노동 정책. 정부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만들기 위해 돈 모으면서 재벌 민원 들어준 것 아닙니까. 현 정권의 노동 개악 문제를 좀더 정책적으로 이야기해봐야 합니다.”

국정교과서 문제도 시급하다. 심용환 역사 강사는 이 열기 속에 교과서가 찍히기 전에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1월 말에 국정교과서가 인쇄돼 출판되면 현재로서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현장에 배포되면 기존 교과서는 폐기 처분되기 때문에,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새 교과서가 나오기까지 4~5년은 그 교과서를 써야 한다는 말입니다.”

광장에는 늘 광화문 앞을 지키는 세월호 유가족, 세월호와 연결된 경기도 안산의 중·고등학생들도 함께 모였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더 강력한 특조위를 출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7시간을 최순실 특검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해산된 특별조사위원회보다 훨씬 강력한 권한과 넓은 수사 범위를 가진 조사기구를 다시 출범시킬 필요가 있고요. 현재 진상 규명 과제가 많이 남았다는 현실적 필요성뿐만 아니라 그동안 정부가 방해해왔던 부분이 있기 때문에 재조사가 진행돼야 합니다.”

6. 즐거운 싸움은 계속된다

이날도 어김없이 경찰은 경복궁 인근에 긴 차벽을 세웠다. 주민들은 집에 돌아가지 못해 발을 동동거리며 항의했다. 차 밑으로 기어 자기 동네로 넘어가는 주민도 있었다. 그럼에도 광장의 분위기는 대체로 축제 현장 같았다. 이원재 평론가의 표현대로 시민들은 “저항하기보다는 이겼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부모, 흩어져서 이야기를 나누는 중고생들, 이긴 걸 축하하러 나온 것 같은 분위기”였다.

김주온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냉소하기보다 함께 참여하고 요구하길 제안했다.

“이제 새 판을 짜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요. 참여하지 않으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 너무 많은 결정이 내려진다는 걸 많은 시민이 알아가고 있어요. ‘혐오가 아니라 사랑이 이긴다. 부정의가 아니라 정의가 이긴다’는 우리의 믿음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믿을 겁니다.”

그렇게,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대통령을 두고, 시민들은 불안하지만 다음 계단을 밟기 위해 한마음으로 뭉쳤다. 광장에 닿지 못한 사람들도 한마음이었다. 시민들이 집으로 돌아가던 시간, 지하철 3호선에선 이런 방송이 흘러나왔다. “오늘 집회에 참가하신 시민 여러분 고생 많으셨습니다.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노력하신 시민분들을 목적지까지 최대한 빠르고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승객들은 환호하고 박수쳤다.

우리는 즐겁게 싸우고 있다. 집회에 나선 한 청년이 말했듯 오래전 공자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즐기는 사람은 아무도 이길 수가 없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주안미디어센터 장석현 소장
시바뉴스 김수정, 김세영, 김해인, 이서희, 임현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강민혜, 김민주, 김소영, 김영주, 김평화, 문중현, 박진영, 박찬이, 박희영, 서지연, 손준수, 윤연정, 최효정, 허정윤, 황두현
시민공론장  ‘박근혜게이트닷컴’


‘박근혜  이후’를   준비하라


박근혜게이트닷컴 갈무리

박근혜게이트닷컴 갈무리


11월12일 민중총궐기 현장에서 만난 은수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제 대한민국 민주주의 버전2가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세상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 알아.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직접 참여하고, 명령하고, 바꿀 거야”라고 말하는 이들의 등장이다.
은 전 의원이 지적하듯, 민주주의 버전2를 쟁취하기 위한 즐거운 싸움은 계속된다. 시민들은 질문한다. 물러날 사람은 물러나되 그다음은?
정치 스타트업 ‘와글’이 시민들의 열망을 모아 박근혜 이후를 준비하는 시민 포털 ‘박근혜게이트닷컴’(parkgeunhyegate.com)을 열었다. 비상시국 시민공론장을 표방하는 박근혜게이트닷컴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총망라된 사이트다.
천영환 와글 매니저는 11월17일 과의 통화에서 “아직은 분노의 축제 같은 현장이라 그런지 대안 논의의 목소리가 크진 않다. 앞으로 시민들이 방향을 직접 설계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만들었다”며 제작 배경을 말했다.
박근혜게이트닷컴은 △국민의 뜻(온라인 국민투표) △국민의 행동(시민활동 게시판, 토론방, 사안 관련 유머사전) △국민의 소리(시국선언문 모음 및 데이터 분석) △퀸메이커 인명사전(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든 사람들과 게이트 관련 공모자 리스트) 등으로 구성돼 있다.
‘퀸메이커 인명사전’과 ‘국민의 소리’ 카테고리가 특히 흥미롭다. 퀸메이커 인명사전은 시민이 직접 만들어가는 사전이다. 위키(사용자들의 협업을 통해 직접 내용과 구조를 수정할 수 있는 웹사이트) 방식으로 운영해, 생업 때문에 오프라인 집회나 시민 모임에 참여할 수 없더라도 일상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국민의 소리는 이번 사태와 관련한 전국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모아볼 수 있다. 11월17일 현재 시국선언문 저장소에는 총 195건의 시국선언문이 올라와 있다. 지도를 클릭하면 지역별로 발표된 담화문을 읽을 수 있다.
시국선언문을 많이 발표한 지역일수록 짙은 색으로 표시된 지도에서, 가장 많이 발표된 지역은 서울이지만 더 눈에 띄는 곳은 경남이다. 대학교수, 고등학생과 대학생, 문화예술인, 변호사 등 다양한 직업군의 참여가 활발하다.
대안정치 세력을 모색하는 실험적 성격이 짙은 이번 프로젝트와 관련해 와글 쪽은 “여기서 여론이 형성되면 이것이 곧 담론이 될 테고, 사회적 당위성이 발생할 것”이라며 기대를 보였다. 광장의 함성만큼 온라인에서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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