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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는 후보와 유권자를 데이트하게 한다

유권자와 후보의 ‘올바른 만남’ 만드는 데이터 선거… 정책선거 유도하고 투표율 올리며 포지티브 선거를 만들어
등록 2016-04-05 17:00 수정 2020-05-03 04:28




기획  연재


71 vs 51

데이터는 후보와 유권자를 데이트하게 한다
언론이 모르는 ‘0%대 격차’ 격전지
관심 지역, 유권자 구조로 설명되네
소극층에 적극 구애해야 이긴다
진보정당 최초의 3선 의원 탄생할까
* 링크를 클릭하면 해당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제20대 총선이 4월13일 치러진다. 임기 4년의 국회의원 300명을 뽑는 선거다. 지역구 의석은 253석, 비례대표 의석은 47석이다. 지역구는 제19대 총선보다 7석이 늘어났다. 제19대 총선에선 새누리당이 300석 중 152석을 차지했다.
만 19살 이상 유권자는 ‘1인2표’를 갖는다. 지역구 후보에 1표, 지지 정당에 1표를 찍게 된다. 정당득표율에 맞춰 비례대표 47석이 나눠진다. 이 배분은 지역구 5곳 이상에서 당선자를 냈거나 정당득표율 3% 이상인 정당에 한해 이뤄진다.
‘7단계 분류법’으로 정치화
국회의원은 우리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법안을 새로 만들고 개정한다. 국회는 국가가 돈(예산)을 쓸 곳과 돈의 규모를 미리 심의하고, 집행 결과도 결산한다. 정치 염증의 이유로 총선을 외면하기엔 국회의 기능이 중대하다.
‘박근혜 정부 4년차’에 실시되는 이번 총선은 새누리당과 분화된 야권이 맞붙는 선거다. 새누리당은 야권 분열을 지렛대 삼아 과반(150석 이상)을 크게 웃도는 의석을 기대한다. 수도권은 그 여부를 가늠할 격전지다.
은 데이터분석기관인 ‘빅토리랩(여론데이터분석센터장 최정묵)’과 함께 최근 7년간 치러진 전국 단위 4개 선거에서 나타난 수도권 유권자의 실제 표심을 처음으로 심층 분석했다.
수도권 122개 지역구에 있는 1126개 행정동(읍·면·리 포함) 표심을 모두 조사했다. 제5회 지방선거(2010년), 제19대 총선·제18대 대통령선거(2012년), 제6회 지방선거(2014년)를 조사 대상 선거로 삼았다. 이들 선거에 모두 후보를 낸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중심으로 유권자의 투표 성향을 살폈다. 지방선거는 시·도지사 선거 결과만 사용했다.
이번 분석은 4개 선거에서 여야가 얻은 득표율의 평균값, 여야의 적극지지층과 소극지지층으로부터 얻은 득표율, 제3당·무소속이 얻은 득표율을 따로 계산해 수치로 보여주는 ‘7단계 분류법’을 사용했다. 여기에 덧붙여 각 정당의 타깃지수도 계산했다. 이 분류법으로 수도권 1126개 행정동의 실제 투표 결과를 분석한 것은 처음이다.
이 분석을 바탕으로 은 수도권의 숨은 격전지, 반전 승부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은 지역, 진보 정치인 출마 지역 등 유권자 지지 구조와 선거 전망을 제1106호 표지이야기로 싣는다.
취재 송호진·홍석재 기자, 편집 신윤동욱 기자, 디자인 장광석

지난 3월 마지막 주, 예능프로그램 (SBS)의 순간 최고시청률이 19.8%를 찍었다. 개성 넘치는 참가자들의 노래만큼이나 심사위원들의 심사도 화제가 된다. 당시 박진영 심사위원이 한 참가자에게 말한 심사평의 요지가 이랬다. ‘드라마 조연으로 연기할 때 칭찬을 많이 받았다. 그 뒤 영화의 주연을 맡았는데 생각만큼 잘 안 되더라. 이유를 생각해보니 조연은 그 순간 잘하면 되지만 주연은 전체적인 이야기를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주연과 조연 중 누구 한 명만 없어도 드라마를 진전시키는 게 어려워진다. 대한민국 정치에서 주연과 조연은 누구일까. 제20대 총선에서 당선돼 4년이란 짧은 임기를 담당할 국회의원이 조연, 각종 선거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유권자이자 주권자가 주연일 것이다.

미국에선 40년 전부터 사용

물론 주연이 조연을 캐스팅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드라마에서 대사는 주연과 조연의 관계를 만들어가고 자연스럽게 프레임(구도·구성)을 짠다. 하지만 주연과 조연이 서로를 이해하고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할 때 드라마는 산으로 간다. 주연과 조연은 역할이 다를 뿐 서로의 이익이 상충하지 않는다. 선거에서 국민의 이익과 정당의 이익이 상충될까. 지금까진 그래왔다. 유권자와 후보자 모두 공명선거, 정책선거를 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데이터선거는 유권자의 표심을 읽어내는 데 도움을 준다. 2015년 4월29일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열린 서울 관악을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한 표를 행사하는 모습. 한겨레 이종근 기자

데이터선거는 유권자의 표심을 읽어내는 데 도움을 준다. 2015년 4월29일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열린 서울 관악을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한 표를 행사하는 모습. 한겨레 이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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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선거’가 해법이 될 수 있다. 데이터선거는 후보자에게는 어디로 가서 누구와 대화를 해야 표를 더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동시에 유권자에게도 후보의 정책·능력·품성을 보고 투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편익을 제공한다. 왜 유권자의 편익이 높아지는지는 뒤에 설명을 덧붙이겠다.

데이터분석기관 ‘빅토리랩’에서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122개 국회의원 선거구와 이에 속한 1126개 행정동의 역대 선거 결과를 분석했다. 2010년 지방선거, 2012년 총선과 대선, 2014년 지방선거가 분석 대상 선거로 사용됐다.

지금까지 정당들은 어떤 지역에서 어떤 정당의 후보가 더 많은 득표를 했는지를 중심으로 투표 성향을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유리한 곳, 불리한 곳, 경합인 곳 등 3분류법으로 지역 특성을 구분해 선거 전략을 짰다. 안타깝지만 유권자의 표심에 최대한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구체적인 데이터 분석이 부족했다.

과 빅토리랩은 유권자 투표 성향을 더 세분화해서 표심을 분석했다. 이런 방식은 이미 40여 년 동안 미국에서부터 사용돼왔다. 미국의 NCEC(the National Committee for an Effective Congress)는 출마자를 지원하기 위해 미국의 제32대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부인인 ‘애나 엘리너 루스벨트’가 정치적 동지들과 함께 1974년 설립한 단체다. NCEC는 정당투표율, 인구주택조사 자료, 유권자 출신지역 자료, 스윙보터(부동층)의 추정값, 투표율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후보들에게 제공했다. 한국에선 지난해부터 득표율 평균 지수, 적극지지층 지수, 소극지지층 지수, 무소속·제3당 지수 등으로 세분화한 분석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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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심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적극지지층’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지지 정당에 투표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콘크리트 지지층이다. 반면 ‘소극지지층’은 후보의 정책·능력·품성을 보고 투표 여부를 결정하는 층이다. 마음에 안 들면 다른 당을 지지하기보다 투표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소극지지층은 진정한 의미의 스윙보터는 아니다. 진짜 스윙보터는 ‘무소속·제3당 지수’에 포함된 유권자다. 이들은 거대 양당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고 무소속 후보, 진보 성향 또는 보수 성향의 제3당을 지지하는 경향을 띤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선 거대 양당이 주도하는 선거에 참여하기도 한다.


<i>데이터선거는 후보자에게는 어디로 가서 누구와 대화를 해야 표를 더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동시에 유권자에게도 후보의 정책·능력·품성을 보고 투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편익을 제공한다.</i>

어느 당이건 자당의 ‘소극지지층 지수’와 ‘무소속·제3당 지수’를 합하면 그 정당의 ‘타깃지수’가 된다. 이는 곧 ‘승리방정식’이 된다. 타깃지수는 크게 4종류의 계층으로 구성된다. 민주화운동 경험이 있고 정치에 관심이 높으며 강한 소비 성향을 보이는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 세대, 초등학생 자녀를 둔 기혼 여성, 지역 내 이슈 수렴 및 구전 확산 계층인 주부, 일자리 약자인 근로·서민(전세와 보증금 있는 월세 주거 계층) 등이다.

그런데 이렇게 세분화된 데이터를 이 분석하고 유권자에게 공개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특정 정당과 후보들의 전략이 될 수도 있는 이런 데이터는 선거 전체와 유권자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 것일까.

먼저 유권자들은 관심 있는 지역구의 표심이 어떻게 구성돼 있으며, 소극지지자 등이 지지 정당 후보의 당락을 결정하는 데 어떤 변수가 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실제 투표 결과를 분석한 자료를 통해 다른 유권자의 표심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중요한 5가지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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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투표율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표의 확장을 위해선 정당들이 소극지지자와 무소속·제3정당 지지자가 많이 있는 지역에서 적극적인 구애를 펼쳐야 한다. 각 당이 ‘동원’해야 할 소극지지자와 ‘설득’해야 할 ‘무소속·제3당 지지자’들은 후보의 당락과 투표율을 결정하는 중요한 유권자다.

둘째, 정책 선거에 도움이 된다. 이들은 후보의 정책과 능력을 보고 투표 여부를 결정한다. 정당과 후보자가 이들의 지지를 얻으려면 정책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셋째, 포지티브 선거에 도움이 된다. 어떤 정당의 소극지지자들은 대개 상대를 험담하는 ‘마타도어’를 싫어하며, 긍정적 방식의 메시지 전달을 중요시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넷째, 깨끗한 선거를 지원한다. 이들은 전통적 방식의 조직 동원이 통하지 않는 계층이다.

어디에 찍어야 할지 알려줘

마지막으로 이들은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선거정보를 필요로 한다. 이번 분석 자료가 이런 성향을 가진 유권자들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갈 수 있는 길을 안내해줄 것이다. 유권자가 더 많은 선거정보를 얻을 가능성이 커지니, 유권자의 편익성도 높아진다.

국민의 이익과 정당의 이익이 만날 때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 된다. 한국에서 데이터선거는 걸음마 단계다. 선거에 실익이 있는 데이터 분석은 선거 결과 예측뿐 아니라 공익이 중시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데이터선거가 후보자에겐 선거 전략의 효과성을 높여주고, 유권자에게 공익적인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최정묵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빅토리랩 여론데이터분석센터장*이번 분석엔 고논나·박지영 빅토리랩 객원연구원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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