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층에 적극 구애해야 이긴다

적극지지층 득표율 뒤져도 소극지지층 많이 끌어들이면 이기는 반전 승부처… 새누리당이 반전 가능한 지역구 서울·경기 각각 7곳, 인천 2곳

기획  연재

71 vs 51
데이터는 후보와 유권자를 데이트하게 한다
언론이 모르는 ‘0%대 격차’ 격전지
관심 지역, 유권자 구조로 설명되네
소극층에 적극 구애해야 이긴다
진보정당 최초의 3선 의원 탄생할까
* 기사는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입니다.

제20대 총선이 4월13일 치러진다. 임기 4년의 국회의원 300명을 뽑는 선거다. 지역구 의석은 253석, 비례대표 의석은 47석이다. 지역구는 제19대 총선보다 7석이 늘어났다. 제19대 총선에선 새누리당이 300석 중 152석을 차지했다.
만 19살 이상 유권자는 ‘1인2표’를 갖는다. 지역구 후보에 1표, 지지 정당에 1표를 찍게 된다. 정당득표율에 맞춰 비례대표 47석이 나눠진다. 이 배분은 지역구 5곳 이상에서 당선자를 냈거나 정당득표율 3% 이상인 정당에 한해 이뤄진다.
‘7단계 분류법’으로 정치화
국회의원은 우리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법안을 새로 만들고 개정한다. 국회는 국가가 돈(예산)을 쓸 곳과 돈의 규모를 미리 심의하고, 집행 결과도 결산한다. 정치 염증의 이유로 총선을 외면하기엔 국회의 기능이 중대하다.
‘박근혜 정부 4년차’에 실시되는 이번 총선은 새누리당과 분화된 야권이 맞붙는 선거다. 새누리당은 야권 분열을 지렛대 삼아 과반(150석 이상)을 크게 웃도는 의석을 기대한다. 수도권은 그 여부를 가늠할 격전지다.
은 데이터분석기관인 ‘빅토리랩’과 함께 최근 7년간 치러진 전국 단위 4개 선거에서 나타난 수도권 유권자의 실제 표심을 처음으로 심층 분석했다.
수도권 122개 지역구에 있는 1126개 행정동(읍·면·리 포함) 표심을 모두 조사했다. 제5회 지방선거(2010년), 제19대 총선·제18대 대통령선거(2012년), 제6회 지방선거(2014년)를 조사 대상 선거로 삼았다. 이들 선거에 모두 후보를 낸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중심으로 유권자의 투표 성향을 살폈다. 지방선거는 시·도지사 선거 결과만 사용했다.
이번 분석은 4개 선거에서 여야가 얻은 득표율의 평균값, 여야의 적극지지층과 소극지지층으로부터 얻은 득표율, 제3당·무소속이 얻은 득표율을 따로 계산해 수치로 보여주는 ‘7단계 분류법’을 사용했다. 여기에 덧붙여 각 정당의 타깃지수도 계산했다. 이 분류법으로 수도권 1126개 행정동의 실제 투표 결과를 분석한 것은 처음이다.
이 분석을 바탕으로 은 수도권의 숨은 격전지, 반전 승부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은 지역, 진보 정치인 출마 지역 등 유권자 지지 구조와 선거 전망을 제1106호 표지이야기로 싣는다.
취재 송호진·홍석재 기자, 편집 신윤동욱 기자, 디자인 장광석

서울 강동갑에서 현역 의원 맞대결을 펼치는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위쪽)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의정 활동을 하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한겨레 이정아 기자

적극지지층이 상대보다 훨씬 많다면 선거에서 이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유권자의 표심은 간단하지 않다. 적극지지층과 소극지지층이 섞여 있기 마련이다.

이들 가운데 소극지지층은 후보의 경쟁력, 지지 정당의 최근 행태, 공약·정책 등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투표장에 가는 것을 주저한다. 여야의 적극지지층 격차가 크지 않다면 선거 승패는 소극지지층의 참여 여부가 좌우할 것이다.

강동갑 진선미, 반전 가능할까

과 데이터분석기관 ‘빅토리랩’이 최근 7년간 4개의 전국선거(2010년·2014년 지방선거,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나타난 수도권 122개 지역구, 1126개 행정동의 표심을 분석하면서 소극지지층 득표율을 따로 분류한 것도 이런 이유다. 정당으로선 소극지지층이 어디에 많은지, 그래서 표의 확장력을 위해 어디로 가야 하는지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유권자는 자신이 속한 지역구에서 소극지지층이 승패에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가늠할 수 있다.

서울에서 소극지지층이 당락의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는 선거구는 여럿 있다. 최근 4개 선거에서 얻은 적극지지층 득표율은 열세이지만, 상대의 소극지지층이 투표장에 거의 가지 않는 대신 자신의 소극지지층이 적극 투표에 가담할 경우 적극지지층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반전 승부처’들이다(표 참조).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의 경우 강동갑이 그런 지역이다. 최근 4개 선거에서 이 지역 새누리당의 적극지지층 득표율은 45.5%, 더민주는 43.8%였다. 이 성향대로 이번 총선에서도 적극지지층이 모두 투표한다면 새누리당 후보가 근소하게 승리한다.

하지만 이 지역 소극지지층의 득표율은 새누리당이 4.4%, 더민주가 4.3%다. 만약 새누리당의 소극지지층이 절반가량 투표장에 가지 않고, 더민주가 소극지지층을 최대한 이끌어내면 불리한 유권자 지지구조를 뒤엎고 승리를 내다볼 수 있다. 소극지지층이 승부의 ‘반전 카드’가 되는 것이다.

2012년 총선에서 이 지역은 새누리당 신동우 후보(51.2%)가 당시 민주통합당(현 더민주) 이부영 후보(47.4%)를 이겼다. 야권은 소극지지층의 일부를 투표장에 끌어내지 못하고, 새누리당은 소극지지층을 넘어 무당층 일부까지 흡수해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강동갑에 출마한 더민주 소속 진선미 의원이 승리하려면 이런 방식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국민의당 후보가 출마한 상태여서 상황이 여의치 않다.

새누리당이 소극지지층 전체를 투표장으로 이끌고, 야권 소수지지층의 투표 동기부여를 일부라도 차단하는 구도를 만들어내면 적극지지층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지역은 서울에서 7곳(강동을·양천갑·중랑구을·도봉구을·중구성동구을·강서구을·송파병)이다. 이는 반대로 더민주가 소극지지층을 투표장으로 견인하지 못하면 질 수도 있는 야권 위험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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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송파 야당 당선 가능하다

예를 들어 최근 4개 전국선거에서 강동을의 적극지지층 득표율은 더민주 45.7%, 새누리당 44.7%다. 하지만 이 지역 더민주의 소극지지층 득표율은 5.1%, 새누리당 2.7%다. 2012년 총선에선 심재권 후보(현 더민주)가 소극지지층과 무당층 일부까지 지지를 끌어내 득표율 54%로 이겼다. 하지만 이번엔 제3세력의 가치를 실현하겠다며 야권연대를 거부한 강연재 국민의당 후보가 더민주 적극·소극지지층의 일부를 잠식할 가능성이 있다. 야권 분화 상태에 실망한 야권 소극지지층이 투표장에 가지 않는다면 야권의 위험 요소는 더 커진다.

박홍근 더민주 의원이 재선을 노리는 중랑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최근 4개 전국선거에서 나타난 이곳의 더민주 적극지지층 득표율은 새누리당보다 조금 높다. 하지만 4.4%에 이르는 더민주의 소극지지층이 투표 관망에 빠지면 승리가 불투명해진다.

더민주의 경우 강동갑이 그런 지역이다. 만약 새누리당의 소극지지층이 절반가량 투표장에 가지 않고, 더민주가 소극지지층을 최대한 이끌어내면, 불리한 유권자 지지구조를 뒤엎고 승리를 내다볼 수 있다.

송파갑, 송파을, 송파병, 강서을, 강남을은 유권자 지지구조로는 새누리당 강세 또는 우세 지역이지만 새누리당이 소극지지층 확보에 실패하면 득표율 1~3% 이내로 야권의 추격을 허용하게 된다. 이 수치는 야권이 무당층 일부를 얼마나 더 흡수하느냐에 따라 극복이 가능한 추격권이다.

특히 강남을은 새누리당 강세 지역이지만 이 지역에서 새누리당이 소극지지층 득표율(4.4%) 관리에 소홀하고, 야권이 자신의 소극지지층(4.6%)을 적극 투표장으로 견인하면 적극·소극지지층 득표율 합계에서 3%포인트까지 격차가 좁혀진다. 이곳에선 변호사인 전현희 전 더민주 의원이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을 상대로 승부를 벌이고 있다.

경기에선 새누리당이 적극지지층 득표율에서 야권에 약간 밀리지만 자신의 소극지지층을 전부 투표장으로 끌어낸다면 야권 우세 성향의 불리한 유권자 구조를 뒤집을 수 있는 곳이 있다. 남양주시갑, 파주시갑, 수원시갑 등 7곳이다.

더민주가 외부 인사로 영입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출신 조응천 후보가 출마한 남양주갑의 경우 적극지지층 득표율에선 더민주가 앞서지만, 더민주의 소극지지층(2.5%)이 투표를 거의 포기하고 새누리당 소극지지층(7.7%)이 대거 투표에 가담하면 새누리당의 승리가 가능해진다. 공천에서 탈락했다가 구제된 윤후덕 더민주 의원도 파주시갑의 소극지지층 득표율(3.1%)을 제대로 묶어두지 않으면 적극지지층 득표율에서 박빙 우세의 구조를 지켜내지 못하게 된다.

인천은 반전의 도시

인천의 경우, 최근 4개 전국선거에서 나타난 적극·소극지지층 득표율 합계에선 야권이 앞서지만, 소극지지층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승부가 위험해지는 곳이 있다. 박남춘 더민주 의원이 문대성 새누리당 의원과 맞붙는 남동구갑, 더민주에서 탈당한 문병호 국민의당 의원이 야권 분화 속에서 선거를 치르는 부평갑이 이에 해당한다. 남동구갑은 2012년 총선에서 여당 성향 무소속 후보가 새누리당 표를 분산시켜 야권이 이긴 지역이다. 이번엔 반대의 경우가 남동구갑과 부평갑에서 전개되고 있다.

송호진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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