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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3당 합당 뒤 여당이 독주해온 영남… 호남 놓고 아웅다웅하는 야권, ‘보수화’가 짙어진 영남의 벽돌을 누가 빼낼 수 있을까
등록 2016-03-01 16:09 수정 2020-05-03 04:28
제20대 총선(4월13일)을 앞두고 분화된 야권이 호남에서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누가 호남의 적통인지를 두고 기싸움도 한창이다. 핵심 지지 기반을 잡기 위한 야권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의석을 확대하고 새누리당의 의석 확장을 막을 생각이라면 호남 주도권 싸움에 너무 골몰해선 안 된다. 지역별 의석수를 보더라도 호남에 집중하는 것은 의석 확충에 별 실익이 없다.
지난 2월23일 여야가 합의한 4·13 총선 선거구 획정안을 보면 부산(18석), 대구(12석), 울산(6석), 경남(16석)은 의석수에서 변함이 없고 경북만 2석이 줄어 13석이 됐다. 영남권 의석이 전체 300석 가운데 65석이다. 호남은 광주(8석) 의석이 그대로이고 전남(10석)과 전북(10석)에서 1석씩 줄어 총 28석이 됐다. 영남이 호남보다 37석이 더 많다.
부산을 지역 기반으로 했던 YS(김영삼)의 통일민주당이 1990년 민주정의당, 신민주공화당과 3당 합당을 한 이후 영남은 민주자유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꾼 현 여당의 독주 지역이 됐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야당이던 통일민주당이 부산 지역구 15곳 중 14곳을 휩쓴 것을 떠올리면 3당 합당 이후 영남에서 유권자 투표 성향의 ‘보수화’가 짙어진 흐름을 알 수 있다.
현재의 야권이 새누리당 강세 지역인 영남에서 균열을 내는 것은 이번 총선에서 180석 이상을 노리는 여당의 의석을 조금이라도 뺏어오는 의미를 뛰어넘는다. 영남의 균열은 야권의 전국 정당화뿐 아니라 한국 정치가 지역주의를 극복해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럼 이번 총선에서 영남은 야권에 틈새를 열어줄까?
취재 송호진 기자, 편집 정은주 기자, 디자인 장광석
제20대 총선에서 영남 지역주의를 딛고 당선에 도전하는야권 후보들. 위부터 더민주 김부겸(대구 수성구갑) 후보, 정의당 노회찬(경남 창원 성산구), 더민주 김영춘(부산진구갑). 컴퓨터그래픽/ 장광석

제20대 총선에서 영남 지역주의를 딛고 당선에 도전하는야권 후보들. 위부터 더민주 김부겸(대구 수성구갑) 후보, 정의당 노회찬(경남 창원 성산구), 더민주 김영춘(부산진구갑). 컴퓨터그래픽/ 장광석

2012년 총선 당시 영남 전체 67석 가운데 야권이 득표율 10%포인트 이내로 새누리당과 근접 승부를 펼친 곳은 14곳이었다. 이 중에서 3곳(부산 사상구, 부산 사하구을, 경남 김해시갑)에서 당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당선됐다.

야권으로선 지난 총선에서 당선된 의원이 의석을 유지하면서, 이번 총선에서 신진 인사가 의석수를 추가해주면 좋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문재인 더민주 의원(부산 사상구)은 불출마를 선언했고,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구을)은 더민주를 탈당해 새누리당으로 집을 옮겼다.

그러나 야당 열세 지역에서 실패를 딛고 영남에서 새로운 결실을 도모하는 후보들이 있다. 부산에선 김영춘(부산진구갑), 남구을의 박재호, 북구강서구갑의 전재수 후보, 사하구갑의 최인호 후보 등 더민주 소속 후보가 2012년 총선의 석패를 만회할 기회를 노린다. 이들 모두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와의 대결에서 3.5~7.9%포인트 차로 접전을 펼친 후보들이다. 더민주 비례대표인 배재정 의원은 문재인 의원의 지역구였던 부산 사상구에 출마해 당의 유일한 부산 지역구 사수에 나선다. 새누리당에선 정제원 전 의원과 손수조 후보가 부산 사상구의 최종 후보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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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마지막 비서관의 설욕전


<i> 야권이 영남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배출한 선거는 제17대 총선(6명 당선)이다. 권영길(창원)·조승수(울산) 후보가 당선되는 등 진보정당의 약진이 더해진 결과다. 이번엔 누가 영남 균열의 주인공이 될까.</i>

경남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사저에서 ‘마지막 비서관’을 지낸 김경수 더민주 경남도당 위원장의 설욕전이 눈에 띈다. 그는 2012년 총선에선 김태호 새누리당 후보와 맞서 득표율 4.2%포인트 차로 패했다. 김경수 후보는 김태호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새누리당에서 혼자 이 지역 예비후보로 등록한 천하장사 출신 이만기 후보와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은 제17·18대 총선에선 야권의 최철국 전 의원이, 2011년 4·27 보궐선거와 제19대 총선에선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이 승리하며 여야가 교대로 당선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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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양산에선 더민주 소속 송인배 후보가 ‘4전5기’를 통한 의회 입성 여부가 관심사다. 그는 제17·18대 총선, 2009년 국회의원 재선거, 제19대 총선에서 양산에 4번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송 후보는 제17대 총선에서 1.3%, 2009년 10·28 재선거에서 4%, 제19대 총선에선 득표율 4.6%포인트 차로 모두 낙선의 쓴잔을 들이켰다. 지역에서 도전을 계속하는 송 후보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 이번 총선에서도 박빙 승부가 예상된다. 더민주의 민홍철 의원은 경남 김해시갑에서 재선에 도전한다.

경남 창원 성산구에선 노회찬 정의당 전 대표가 진보정당의 옛 지역구 탈환을 노리고 출마했다. 이 지역에서 권영길 의원이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재선(제17·18대)을 했지만 제19대 총선에선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후보가 동시에 출마하면서 새누리당 강기윤 후보에게 승리를 내줬다. 당시 두 진보정당 후보들의 득표율 합계가 강기윤 후보보다 1.86%포인트 더 많았다. 진보정당으로선 아쉬운 패배였다.

제17·18대 총선 당시 울산 북구에서 당선 경험이 있는 정의당의 조승수 후보가 다시 이 지역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곳은 제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김창현 후보가 새누리당 박대동 후보와 득표율 4.8%포인트 차의 승부를 펼친 곳이다.

대구에서 ‘세 번의 뚝심’이란 구호를 내걸고 출마한 더민주 김부겸 후보의 당선 여부는 이번 총선 최대의 관심사다. 그는 제19대 총선,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연이어 졌지만 모두 40%대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해 이번 세 번째 도전의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새누리당에선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이곳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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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부터 2014년까지 지방선거, 총선, 대통령선거 등 굵직한 4개 선거에서 정당 득표율을 분석한 을 보면, 영남권 가운데 특히 부산에서 야권의 선전이 도드라진다. 4개 선거에서 더민주의 정당 득표율 평균이 부산에서 40%대(41.4%)를 기록하며 새누리당을 위협하고 있다. 부산에선 후보의 인물 경쟁력에 따라 이번에도 새누리당과 접전을 벌이는 곳이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경북의 경우 최근 4개 선거에서 새누리당의 정당 득표율 평균이 75.7%에 달하는 등 여당의 초강세 지역이다.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만을 따져보면, 제13대 총선부터 제19대 총선까지 현재의 제1야당이 경북에서 당선된 경우는 없었다.

예비후보 등록 현황을 보면, 창당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국민의당이 영남에서 후보를 내는 데 고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민의당은 광주에서 더민주보다 10명이 더 많은 21명이 예비후보로 나선 것을 포함해 전남과 전북에서도 더민주보다 더 많은 후보자가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하지만 영남에서 국민의당은 부산(6명)과 울산(5명)에서 한 자릿수 예비후보를 냈을 뿐 대구·울산·경북에선 예비후보자가 1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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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무게감 상승시킬 기회

1988년 제13대 총선 이후부터 2012년 제19대 총선까지 야권이 영남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배출한 선거는 제17대 총선(6명 당선)이다. 권영길(창원)·조승수(울산) 후보가 당선되는 등 진보정당의 약진이 더해진 결과다. 이번엔 누가 영남 균열의 주인공이 될까. 의미 있는 승부를 펼친 야권의 후보는 그 결과에 따라 정치적 무게감을 더욱 상승시킬 기회를 잡을 것이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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