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때리기’는 손쉬운 꽃놀이패다. 2010년에도 그랬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2010년 4월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은 교원단체 가입 교사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비슷한 시기 이명박 정부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조합 규약 시정명령을 내렸다. 기습과 같았다. 해직자에게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는 전교조 규약이 처음 수면 위로 떠오른 때다.
고용부도 “근거 규정 자체가 약하다”
고용노동부가 전교조에 규약 시정명령을 내린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부당 해고된 교사에게 조합원 가입을 허용하고 있는 전교조 규약 부칙 제5조가 해고된 교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교원노조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0년과 2013년은 질적으로 다르다. 1차 시정명령에 이어 지난해 9월 2차 시정명령에서 고용부가 적용한 법규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1조다. 노조 규약이 노동 관계 법령에 위반된 경우 시정을 명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한 달 안에 이행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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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23일 밝힌 3차 시정명령에서 고용부는 전교조에 노조법 시행령 제9조 2항을 적용했다. 노조 설립 신고 당시 설립신고서의 반려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적용하는 것으로, 보완하지 않을 경우 법외노조로 내칠 수 있다. “이미 14년 전에 설립된 노조의 설립을 모법도 아니고 시행령을 적용해 취소하긴 어렵다”는 게 전교조의 주장이다. 고용부 스스로도 인정했다. 지난 2월14일 이재갑 고용부 차관은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 조항이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 있어 근거 규정 자체가 약하다”고 말한 바 있다.
애초에 국내 노동법은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 프랑스·독일·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정규직 교사뿐 아니라 은퇴자, 대학생, 해고자 등에게도 교원노조 가입의 길이 열려 있다. 2010년 10월 국가인권위원회는 “해고자를 조합원 자격에서 배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현행 노조법과 시행령을 개정하라”고 권고했지만 고용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전교조는 지난 10월2일 노조법 시행령과 교원노조법의 관련 조항이 헌법의 단결권·단체교섭권·평등권·과잉금지 원칙 등을 위반한다며 헌법소원을 낸 상태다.
국제사회의 압박도 이어지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 3월과 8월에 이어 10월1일 한국 정부에 세 번째 긴급개입을 서면 통지했다.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은 서면에서 “해직자의 노동조합원 자격을 제한하고, 노동조합 내에서 주요 간부 직책을 수행할 수 없도록 규정한 노조법의 해당 조항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법외노조화도 불사하겠다”그간 보수단체들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고용부가 전교조 규약 개정을 머뭇거린 것도 그런 까닭이다. 고용부는 지난 5~6월까지 전교조와 실무자 차원의 접촉을 이어왔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설립 취소에 관한 안은 고용부도 검토 의견을 갖고 있었을 뿐, 실행은 생각도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지난 3월 국회 환경노동위 인사청문회에서 장관 후보자 신분이던 방하남 고용부 장관도 “여러 이해 당사자와 사회적 대화나 협의를 통해 전향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교조 압박에 정치적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져도 잃을 것 없는 정부에 맞서는 전교조의 전략은 ‘배수의 진’이다. 조합원의 뜻만 모이면 “법외노조화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9월26일부터 서울광장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한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에 이어, 10월11일부터는 각 시도 지부장들이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한다. 오는 10월19일 전교조 합법화 이후 최대 규모의 상경투쟁도 예정돼 있다. 정부 요구안을 두고 16~18일 벌어질 조합원 총투표에 그 향배가 달렸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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