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19대 국회의 성격을 ‘여대야소’로 규정지었다. 그러나 각 정당이 받아든 성적표의 뒷면에는 당장의 의석수를 뛰어넘는 논쟁의 지점이 존재한다. 4·11 총선이 남긴 숙제들이다. 그 숙제를 풀어나가야 할 당사자들은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하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그리고 그 ‘상징들’끼리의 격돌은 담론적 문답보다는 피와 살이 튀는 쟁투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font color="#C21A1A"> FTA 찬반</font> 김종훈 vs 최재천
서울 강남을에서 정동영 후보의 추격을 따돌리고 국회에 입성한 새누리당 김종훈 당선인으로선 ‘산 넘어 산’이라고 하겠다. 그가 19대 국회에서 넘어야 할 산은 다름 아닌 민주통합당 최재천 당선인이다. 과거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진보 블록’으로 통했던 최 당선인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전략적 유연성 논란 등 굵직한 쟁점에 대한 소신 있는 비판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던 인물이다. 당시 천정배·임종인 전 의원 등과 함께 노무현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며 탈당을 강행하기도 했다.
상대방의 반박을 무력화하는 치밀한 논리와 근거, 속사포처럼 쏘아대는 화려한 언변으로 TV 토론 프로그램에서 가장 선호하는 패널로도 꼽힌다.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 FTA 협상 수석대표를 지낸 김종훈 당선인과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여러 차례 격돌했다. 지난해 11월 문화방송의 한-미 FTA ‘끝장 토론’에 김종훈 당선인과 함께 출연한 최재천 당선인은 사회자의 편파 진행 논란 속에서도 김 당선인을 비롯한 찬성 쪽의 논리를 조목조목 격파하는 공력을 과시했다.
최재천 당선인은 자신의 누리집 소개글을 통해 “공동의 가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나누고 토론하고 비판하는 권리, 이것이야말로 시민의 기본권이요 당신의 권리”라고 밝히고 있다. 그의 트위터 주소도 ‘당신의 권리’(@your_rights)다. 당선이 확정된 직후 “시민에게 변화를 요구하기보다는 민주당 스스로 변해야 한다”며 “민주당의 변화는 혁명적이어야 한다. 변화의 앞장보다는 변화의 중심에 자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반면 김종훈 당선인은 이번 총선 과정에서 서울 강남 외의 지역을 “컴컴한 곳”이라고 규정하고, 상대 후보의 TV 토론 제안을 “MBC에 (을) 주간으로 옮기라고 하라”고 받아치는 등 숱한 설화를 낳았다. 18대 국회의 한-미 FTA 비준 논란에선 통상교섭본부장으로서 야권의 십자포화를 한 몸에 받았다.
<font color="#C21A1A">방송 대결</font> 정병국 vs 신경민
몇 안 되는 친이계 당선인이자 이명박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정병국 당선인과 문화방송 앵커 시절 촌철살인 클로징 멘트로 유명한 민주당 신경민 당선인의 대결도 눈여겨봐야 한다. 한쪽이 보수언론의 숙원이던 종합편성채널(종편)의 산파라면, 다른 한쪽은 이명박 정부에 의해 쫓겨난 언론인 출신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종편 규제와 방송 장악 논란 등 쟁점을 두고 19대 국회에서 격돌할 여야의 ‘창과 방패’로 꼽힌다.
4·11 총선에서 4선 고지를 넘은 정병국 당선인은 16대와 17대 국회에선 남경필·원희룡 의원 등과 함께 당시 한나라당 내 대표적 쇄신파 인사로 통했다. 정치권과 언론은 미래연대·수요모임 등의 모임을 이끌던 이들을 묶어 ‘남원정’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정 당선인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정권과 밀착도를 높이며 끝내 ‘특혜 종편’ 탄생의 일등 공신이 된 케이스다.
민주당 한명숙 대표에 의해 대변인으로 영입된 신경민 당선인은 여권 지지세가 강한 서울 영등포을에서 3선의 권영세 새누리당 사무총장을 꺾고 당선되는 파란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당선 소감을 통해 “이번 선거 결과는 그동안 MB 정권이 저지른 잘못을 바로잡으라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앞으로는 제2의 김재철이 나와서도 안 되고 반대로 제2의 신경민이 나와서도 안 된다”고 일갈했다. 그의 선거 슬로건은 ‘우리들의 대변인’이었다.
[%%IMAGE3%%]<font color="#C21A1A">남북 관계</font> 하태경 vs 임수경
새누리당 하태경 당선인과 민주당 임수경 당선인은 여러모로 대조적인 인물이다. 서울대 물리학과 86학번으로 통일운동에 투신한 하 당선인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조국통일위원회 간부를 지내기도 했지만 1990년대 이후 뉴라이트로 전향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악마’라고 규정하는 그는 “동유럽권이 무너지고 북한의 실상이 알려지면서 한때 내가 동경했던 가치들도 함께 무너졌다”고 말했다. 2005년 12월 북한으로 단파 라디오 방송을 송출하는 ‘열린북한방송’을 설립한 그는 “독도는 어차피 국제적으로 공인된 분쟁 지역”이라고 명시한 과거의 글이 알려져 논란을 불렀지만 당선됐다.
민주당 비례대표 21번으로 ‘막차’를 타게 된 임수경 당선인은 1989년 한국외국어대학교 재학 당시 독일 베를린을 거쳐 방북해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전대협 대표로 참가한 당사자다. 당시 그의 방북 과정을 총괄한 전대협 의장이 바로 임종석 전 민주당 사무총장이었다.
판문점을 통해 귀국했지만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3년간 복역한 그는 분단 이후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돌아온 최초의 민간인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남북방송교류추진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냈고, 오스트리아에서 평화학을 공부했다. 2000년 5·18 전야제의 ‘술자리 파문’을 폭로했던 임 당선인이 이번 총선에서 대거 부활한 민주당 내 ‘486 그룹’과 어떤 관계를 형성할지도 관심사다.
<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100%"><tr><td height="22px"></td></tr><tr><td bgcolor="#DFE5CE" style="padding: 4px;"><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100%" bgcolor="#EBF1D9"><tr><td class="news_text03" style="padding:10px"><font color="#017918"><font size="4"> 새누리당 하태경 당선인과 민주당 임수경 당선인은 여러모로 대조적인 인물이다. 하 당선인은 전대협 조국통일위원회 간부를 지내기도 했지만 1990년대 이후 뉴라이트로 전향했다. 임 당선인은 1989년 한국외국어대학교 재학 당시 독일 베를린을 거쳐 평양에 밀입국해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전대협 대표로 참가한 당사자다.</font></font></td></tr></table></td></tr><tr><td height="23px"></td></tr></table>
청년 vs 청년
얼굴마담에 그칠 것인가, 아니면 타성에 젖은 정치권을 변화시킬 원동력이 될 것인가. 30대 청년 비례대표 당선인들의 도전을 바라보는 시선은 두 갈래다. 이번 총선에서 여야는 모두 젊은 층의 표심을 의식해 30대 후보들을 비례대표 당선권에 배치했지만, 그들의 성공 여부는 당선 그 자체보다 앞으로의 활동에 달렸다는 이야기다.
새누리당에선 대학생 자원봉사단 V원정대 대표 출신의 김상민(38) 당선인, 월드이코노믹포럼(WEF) 아시아팀 부국장을 지낸 이재영(36) 당선인이 국회에 입성했다. 민주당에선 순천YMCA·민족문제연구소 전남사무국장 등을 지낸 김광진(30) 당선인, 제주 강정마을 대책위 사무처장과 제주도당 대변인 출신의 장하나(34) 당선인이 배출됐다. 통합진보당 김재연(31) 당선인은 반값등록금국민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을 지냈다.
송호균 기자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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