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에서 천당과 지옥을 오간 건 이정희 대표만이 아니었다. 공동대표인 유시민·심상정도 이 대표와 함께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 대표 쪽의 야권단일화 여론조사 경선 조작 파문은 통합진보당 창당 이래 최대의 위기였다. 당의 운명을 함께 지는 이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이정희 대표를 구하는 게 이들의 임무였던 셈이다.
밖으로 보이는 것과 달랐던 내부 사정
유시민 대표는 3월22일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사퇴해서는 안 된다는 게 내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유시민 대표는 “이 대표가 사퇴하면 민주당도 선거에서 데미지를 입는다. 서로 야권 연대를 해나가려면 파트너의 수장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줘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심상정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보좌관이 문자를 뿌린 행위는 아주 옳지 못한 일이고, 이에 대해 이 대표가 공식 사과를 했다.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야권 연대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므로 민주당 및 시민사회와 협의해 책임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도 이 대표가 사퇴하는 게 사태를 해결하는 방안이라고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심상정 대표는 이미 3월21일 밤 이정희 대표를 만나 불출마를 권유했다고 한다. 이들은 또, 이정희 대표가 사퇴한 3월23일 새벽까지 이어진 대표단 회의에서 “야권 연대 복원을 위해서는 이 대표의 결단이 필요하다. 이정희 대표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존중하겠다”고 에둘러 사퇴를 권했다. 이는 ‘공멸’에 대한 위기감 때문으로 보인다. 관악을 사태로 야권 연대가 파국 위기에 처했고, 이에 따라 통합진보당의 운명도 가늠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유시민·심상정 대표 개인으로서도 이번 사태는 정치적으로 큰 위기였다. 심상정 대표는 경기 고양덕양갑에서 야권 단일화 경선을 치른 민주통합당 후보가 경선 불복 기자회견을 하는 등 관악을 여론조사 조작 파문의 직격탄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비례대표 12번으로 배수의 진을 친 유시민 대표 처지에서는 정당득표율을 거꾸러뜨릴 수 있는 악재임이 분명했다. 한 당직자는 “정말 힘들고 복잡했다. 이 대표의 사퇴로 모든 게 풀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은 5월의 전투, 당권 경쟁
당직자들은 이번 사태가 당내 정파들이 ‘화학적 결합’을 하는 계기로 작용할 거라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망해도 같이 망하고, 살아도 같이 산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 지붕 세 가족’으로 불려온 세 정파가 똘똘 뭉쳐 총선을 돌파해내겠다는 의지도 불태우고 있다.
그러나 총선 이후에는 세 대표의 치열한 권력 싸움이 예고돼 있다. 5월에 당 대표를 새로 뽑고, 곧장 대선 후보 경선 국면으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당내 총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당무를 거부하는 등 이정희 대표 쪽(경기동부연합)과 대립해온 유시민 대표가 이번 사태 때 적극적으로 이정희 대표의 편을 든 것은 당내 주류와 척을 지지 않겠다는 포석으로도 읽을 수 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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