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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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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토아의 전쟁 같은 노동

캄보디아 벽돌공장에서 아침 7시부터 하루 종일 일하는 12살 토아…

어린이들이 만든 값싼 벽돌로 대형 건물 짓는 한국 기업은 아동노동 실태 외면
등록 2011-03-30 15:00 수정 2020-05-03 04:26
세계 어디를 가도 우리 기업들의 활약과 광고를 볼 수 있다. 국내 언론에서도 이들의 성과는 잘 전달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한국 건설업체가 공사 현장에서 쓸 벽돌을 만드는 12살 캄보디아 소년이 있다. 인도의 한 청년은 한국 기업에서 정규직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받으며 4년의 비정규직 생활을 버텼지만 끝내 버림받았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임금 문제에 불만을 품은 한국 기업 소속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다 구타를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아시아에 진출한 기업들이 과연 사람을 존중하는 경영을 통해 현지인에게 존경받는 기업으로 정착하고 있는지 현지 취재를 통해 이면을 들여다봤다. _편집자
» 캄보디아 칸달주 체르테알 마을의 벽돌공장에서 12살 토아(가명·왼쪽)가 2살 위인 형과 함께 벽돌 400여 장이 실린 수레를 밀고 있다. 현지 비 정부기구(NGO)는 1998년부터 10년간 벽돌공장에서 일하다 팔을 잃은 어린이 수가 파악된 것만 16명이라고 밝혔다. 한겨레21 이정훈

» 캄보디아 칸달주 체르테알 마을의 벽돌공장에서 12살 토아(가명·왼쪽)가 2살 위인 형과 함께 벽돌 400여 장이 실린 수레를 밀고 있다. 현지 비 정부기구(NGO)는 1998년부터 10년간 벽돌공장에서 일하다 팔을 잃은 어린이 수가 파악된 것만 16명이라고 밝혔다. 한겨레21 이정훈

“진흙 반죽기계를 만질 때 진흙이 기계에 끼었어요. 진흙을 집어넣으려고 밀다가 팔까지 기계에 말려들어갔어요. 그렇게 팔을 잃었어요. 그래도 아버지와 세 동생을 보살펴야 해요. 아버지는 정신장애인이고, 동생들은 아직 어리거든요.” 14살 때 프놈펜 외곽 벽돌공장에서 일하다 왼팔을 잃은 17살 노린(가명)의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일하는 어린이를 보는 건 어렵지 않다. 아이들은 길거리에서 구걸하거나 기념품과 음료수 등을 판다. 세계적 문화유산이 있는 앙코르와트 등 관광지나 수도인 프놈펜을 비롯한 대도시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농촌에서는 농사를 짓고, 도시 외곽에 있는 공장에서는 허드렛일을 한다. 캄보디아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와 함께 낸 ‘최악의 아동노동 근절을 위한 국가행동계획’(2008) 자료를 보면, 2001년 현재 5~17살 어린이·청소년 총 430만여 명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150만여 명이 일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분야별로는 농업 쪽이 136만여 명이고, 벽돌공장·광산 등 비농업 쪽이 15만여 명이다. 일하면서 몸을 다치거나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있는 ‘최악의 아동노동’(Worst Forms of Child Labor)은 농업보다 비농업 쪽이 훨씬 더 많다. 최악의 아동노동에 처한 아이들은 비농업 분야에서 13만3천여 명으로, 농업 분야(12만여 명)보다 1만 명 이상 많은 것으로 캄보디아 정부는 분석했다.

특히 벽돌공장에서 팔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 현지 비정부기구(NGO)인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연맹’(LICADHO)은 1998년부터 10년간 벽돌공장에서 일하다 팔을 잃은 아이들만 16명인 것으로 파악했다. LICADHO는 미처 파악하지 못한 수까지 포함하면 훨씬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뙤약볕 아래서 호통 소리 들으며

똘망똘망한 눈에 마른 몸매의 포첸 토아(12·가명)도 벽돌공장에서 일한다. 토아는 프놈펜 인근 칸달주 체르테알 마을에서 산다. 벽돌공장에 딸린 집이다. 토아네 집에는 장성해 프놈펜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20살·18살 두 누나를 제외한 다섯 형제가 부모와 함께 산다. 6살인 막내 라타나(가명)와 7살 센(가명)을 뺀 온 식구가 공장에서 일한다.

토아의 하루는 새벽 5시부터 시작한다. 일찍 일어나 형 사베트(15·가명), 트웰(14·가명)과 함께 동생들을 씻기고 우물에서 물을 긷는다. 그렇게 일찍 시작한 아침이지만 밥은 없다. 온 식구가 아침을 거른다. 날이 밝으면 아침 7시부터 식구들은 일을 시작한다.

아버지(46)는 굴착기가 퍼낸 진흙을 물과 버무려 반죽기계에 집어넣거나, 건조장에서 바짝 마른 벽돌을 가마에서 굽는다. 쌀겨와 나무를 때는 가마는 온도가 1천℃까지 올라가 근처에 있던 아이들이 가끔 데기도 한다. 어머니(44)는 반죽기계가 한 번에 6개씩 토해내는 길이 19cm, 높이 8cm의 무른 벽돌을 수레에 옮겨 실은 뒤 건조장으로 나른다.

토아의 형 사베트는 주로 수레를 끈다. 사베트는 하루에도 수십 번, 아니 수백 번씩 반죽기계와 벽돌 건조장을 오가며 무른 벽돌을 수레로 운반한다. 건조장에서 마른 벽돌을 다시 가마터로 옮기는 것도 그의 몫이다. 가끔 아버지가 아플 때는 많은 어린이의 팔을 잡아먹은 반죽기계를 직접 만진다. 기계는 톱니가 달린 판이 쉴 새 없이 회전하면서 물 먹은 진흙을 계속 삼킨다. 제대로 물을 먹지 않은 단단한 진흙이 기계에 낄 때는 손으로 밀어넣어야 한다.

토아는 어머니와 형을 돕는 게 주된 일이다. 10살 때부터 일해 벌써 3년째다. 좀더 크면 사베트 형처럼 수레를 끌거나 기계를 만질지 모른다. 지금은 벽돌을 수레에 싣고 내리는 일을 한다. 아직 마르지 않은 벽돌은 손가락으로 살짝 누르면 자국이 남을 정도로 무르다. 수레에서 벽돌을 내릴 때는 조심해야 한다. 마른 벽돌을 가마터로 옮기기 위해 400장 가까운 벽돌이 쌓인 수레를 미는 데도 토아의 힘이 필요하다. 가마에서 붉게 익은 벽돌을 다시 꺼내거나, 벽돌 건조 과정에서 금이 간 벽돌을 깨부수는 일도 그의 일이다.

“뙤약볕에서 일해야 해서 힘들면 가끔 쉬어요. 벽돌을 많이 만들어야 하는 날에는 하루에 한 번도 쉬지 못해요. 어쩌다 앉아서 쉬고 있는 모습을 (벽돌공장) 주인이 보면 ‘어서 일하라’고 호통을 쳐요. 때리지는 않지만 쉬는 모습을 볼 때마다 소리를 질러요.”

일은 하루 종일 계속된다. 아침 7시에서 시작된 오전 작업은 11시에 끝난다. 그렇게 일한 뒤에야 그날의 첫 식사를 먹을 수 있다. 점심을 먹고 잠깐 낮잠을 잔 뒤 오후 2시부터 다시 똑같은 일을 한다. 작업은 벽돌공장 주인이 시키는 양에 따라 그날그날 끝나는 시간이 다르다. 3천~5천 장이 그날의 목표라면 오후 일이 없고, 2만 장이라면 해가 지는 오후 5시까지 일해야 한다. 공장은 하루 평균 2만 장씩 생산한다. 일주일에 7일 내내 일하기도 하고, 작업량이 적은 주에는 며칠 쉬기도 한다. 그래도 일주일 가운데 5~6일은 어머니나 형을 돕는다.

»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한일건설이 건립 중인 주거단지 ‘캄코시티’ 공사장에 토아 같은 어린이들의 피와 땀이 깃든 벽돌이 쌓여 있다.한겨레21 이정훈

»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한일건설이 건립 중인 주거단지 ‘캄코시티’ 공사장에 토아 같은 어린이들의 피와 땀이 깃든 벽돌이 쌓여 있다.한겨레21 이정훈

대여섯 식구 일해 많아야 22만원 벌어

일이 끝나면 다시 우물물을 긷고 저녁밥을 먹는다. 식사를 한 뒤 텔레비전을 보거나 책을 읽는다. 텔레비전에서는 만화영화나 드라마가 나온다. 벽돌공장과는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그 세계를 즐길 수 있는 것은 3시간뿐이다. 공장에 전기가 들어오는 시간은 기계가 돌아가는 작업 시간과 저녁 6시부터 9시까지다. 읽고 싶은 책이 있어도 그 시간 외에는 보기 힘들다.

“저녁밥을 먹고 나면 텔레비전을 보거나 책을 읽어요. 책은 (지원기관에서) 얻었지만 그 책을 제대로 볼 시간은 많지 않아요. 나처럼 불우한 환경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지만, 쉽지 않을 거예요. 책 보기 힘들고 공부하기는 더욱 힘드니까요.”

토아가 사는 마을과 이웃한 마을 3곳에는 벽돌공장이 67개 있다. ‘세이브 인커패서티 틴에이저스’(SIT)에 따르면, 67개 공장에 어린이 1961명이 살고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929명이 일한다. 특히 392명은 하루 8시간 이상 벽돌을 나르거나 굽는다.

공장에는 토아네 식구를 비롯해 서른 가족이 살고 있다. 옆집 펜(12·여·가명)네는 형제가 7명이다. 대부분의 가족이 4~7형제다. 결국 공장에 1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살고 있고, 10살이 넘은 아이 대부분이 벽돌을 나르거나 수레를 끄는 등의 일을 한다.

텔레비전이 없어 만화영화를 보기 힘든 펜은 시엠리아프의 벽돌공장에서 살다 지난해 10월 이곳에 이사왔다. 펜도 10살 때부터 벽돌공장에서 일해 벽돌 나르기를 잘한다. 시엠리아프의 벽돌공장보다 돈을 좀더 받으려 이사왔지만, 아침을 못 먹는 것은 그곳이나 이곳이나 마찬가지다. 비정부기구(NGO) ‘세이브 인커패서티 틴에이저스’(SIT·Save Incapacity Teenagers)의 춘 로에우른 사무국장은 “벽돌공장에서 일하는 가정은 대부분 빈곤층으로, 대여섯 식구가 일해서 버는 돈이 최대 월 80만리엘(약 22만원) 정도 된다”며 “이 돈으로는 생계를 잇기 어려워 벽돌공장 주인에게 돈을 빌리거나 사채를 써 생활한다”고 말했다.

토아가 사는 마을과 이웃한 마을 3곳에 벽돌공장 67개가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유엔 산하기구인 ILO와 비정부기구 SIT가 이곳에서 ‘벽돌공장의 아동노동 뿌리뽑기’(Removal and Prevention of Child Labor in brick factory)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SIT에 따르면, 67개 공장에 어린이 1961명이 살고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929명이 일한다. 특히 392명은 하루 8시간 이상 벽돌을 나르거나 굽는다. 프로젝트는 일하는 아이들을 일에서 떼놓거나, 앞으로 아이들이 일하게 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학비와 학용품 등을 제공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일에서 손을 뗀 아이는 470명이고, 노동을 예방한 수는 430명이다. 1천 명 넘는 나머지 아이들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프로젝트도 내년 4월이면 끝난다. 예산 부족 탓이다. 그나마 이런 프로젝트가 시행되는 곳은 캄보디아 전체에서 손으로 꼽을 정도여서, 이 지역은 그나마 다행인지 모른다.

» 캄보디아에서 10살이 넘은 아이들은 동생을 돌보거나 벽돌공장에서 부모를 돕는 경우가 많다.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연맹’(LICADHO) 제공

» 캄보디아에서 10살이 넘은 아이들은 동생을 돌보거나 벽돌공장에서 부모를 돕는 경우가 많다.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연맹’(LICADHO) 제공

벽돌 1개에 50원, 한국 기업이 주 소비자

토아는 프로젝트 덕분에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옆집 리나(12·여·가명)가 부럽다. 비록 아침 7시에 시작해 2시간이면 끝나는 수업이지만, 그 시간만이라도 공부를 하고 싶다. 토아는 “학교까지 걸어서 30분이다”라며 “자전거가 있으면 시간을 줄여 공장에서 일하며 공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토아에겐 자전거가 없고, 일하지 않으면 벌이도 줄어든다.

돈은 매주 만든 벽돌의 양에 따라 10만~20만리엘(약 2만8천~5만5천원)을 받는다. 토아네 식구 5명이 일한 몫이다. 그 돈으로 6살과 7살 두 동생을 포함해 일곱 식구가 먹고살아야 한다. 토아가 빠지면 벽돌 생산량도 줄고, 벌이도 가벼워진다. 쌀만 사는 데 매주 2만~3만리엘(약 5천~8250원)이 든다. 반찬은 거의 채소와 생선으로 해결하고, 아주 가끔 돼지고기(kg당 약 1만6천리엘)와 쇠고기(kg당 약 2만2천리엘)를 먹는다. 하루 두 끼라도 먹으려면 토아는 물론 두 형은 공부를 꿈꿔서는 안 된다.

토아가 만든 벽돌은 1개당 150리엘(약 50원)에 팔린다. 빈곤 속에서 붉게 화장한 벽돌은 트럭에 실려 몸을 옮긴다. 개인 주택 등 작은 규모의 공사장도 있지만, 아파트나 오피스빌딩 등 화려한 외관을 지닌 대형 건물도 있다. 프놈펜 시내에서 진행 중인 대형 건물 공사는 한국 기업이 맡는 경우가 많다.

돈은 매주 만든 벽돌의 양에 따라 10만~20만리엘(약 2만8천~5만5천원)을 받는다. 토아네 식구 5명이 일한 몫이다. 그 돈으로 6살과 7살 두 동생을 포함해 일곱 식구가 먹고살아야 한다.

3월25일 현재 프놈펜 시내 곳곳에서는 5~6개 대형 공사가 진행 중이다. 그중 절반 이상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우선 현대차그룹의 현대엠코는 3300만달러를 들여 2009년부터 지하 4층, 지상 22층 규모의 오피스 전용 ‘엠코타워’를 짓고 있다. 이미 20층 정도는 은빛 유리창과 살굿빛 대리석 타일 마감이 끝난 상태다. 엠코타워는 올해 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한일건설은 프놈펜 외곽에 아파트 단지인 ‘캄코시티’ 1단계 공사를 이미 마쳤다. 1009세대 가운데 700여 세대를 완공해 분양했고, 나머지 공사를 진행 중이다.

» 벽돌공장에서 어린이들이 진흙을 캐고 반죽기계를 돌리며 벽돌을 만들고 있다.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연맹’(LICADHO) 제공

» 벽돌공장에서 어린이들이 진흙을 캐고 반죽기계를 돌리며 벽돌을 만들고 있다.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연맹’(LICADHO) 제공

공사 현장에서는 토아와 같은 고사리손으로 만든 벽돌을 쉽게 볼 수 있다. 마감 작업이 한창인 현대엠코 공사장 한쪽에 벽돌이 쌓여 있고, 한일건설의 캄코시티 공사장에서는 기둥에 붉은 색이 촘촘히 박혀 있다. 하지만 토아는 그 건물에 살 수 없다. 캄코시티의 아파트는 148㎡에 20만달러(약 2억2천만원) 수준이다. 그렇다 보니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현지 고위 공무원이나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이 대부분이다. 현대엠코의 엠코타워는 프놈펜 중심가에 위치해 아파트보다 가격이 더 높아서, 토아네에게는 꿈같은 공간이다.

건설사들, ‘아동노동 금지’ 표방하지만…

앞으로 벽돌을 사용할 우리 기업도 많다. 프놈펜 시내 1만6800㎡ 넓이의 땅에 주거상업시설인 ‘IFC 프놈펜’을 짓는 GS건설은 2008년 착공해 현재 터닦기를 마친 상태다. 프놈펜 변두리에 14만9000㎡의 땅을 구입해 주거상업시설을 건립할 계획이 있다. 포스코건설은 공사금액 6600만달러에 지하 4층, 지상 38층 빌딩인 ‘바타낙 캐피탈 타워’를 내년 9월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포스코건설은 “캄보디아 최초의 증권거래소와 바타낙 은행 등이 입주할 계획이어서 캄보디아 금융을 상징하는 랜드마크 타워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창 바닥다지기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조만간 붉은 벽돌로 기둥을 세울 것이다. 부영건설도 아파트 1500세대를 지을 수 있는 5천㎡ 부지를 포함해 프놈펜 곳곳에 땅을 확보해 조만간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기업들은 공사에 사용되는 벽돌이 고사리손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한일건설 관계자는 “하청업체를 통해 벽돌을 구입하기 때문에 그런 사실을 몰랐다”며 “벽돌 가격 인상은 현재 국내의 모기업이 어려운 상태여서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다른 건설업체 관계자 역시 “그같은 사실을 잘 몰랐다”면서 “가격 인상은 나 혼자 결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기업이 먼저 벽돌값을 개당 50리엘(약 17원) 올리고, 벽돌공장에서 이 돈이 노동자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 아동노동을 쓰는지에 대한 감시 노력을 기울이면 쉽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이 이런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조지프 메나체리 ‘국제 아동노동 근절 프로그램’(IPEC) 사무국장

우리 기업들은 모두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윤리경영’ ‘회사의 비전’ 등의 자료에서 아동노동을 금지하는 국제규범을 준수하거나 지역사회와 더불어 사는 사회공헌에 적극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예를 들어 GS건설은 ‘2009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15살 미만의 아동노동을 금하고 는 아동노동 금지 규정과 근로자의 자유에 반하여 근로를 강요하지 못하는 강제노동 금지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힌다. 포스코건설 역시 윤리규범에 “인권, 환경, 문화 및 경제 등과 관련한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 현지국의 법규 및 회계기준 등을 준수한다”고 규정한다. 한일건설과 부영건설은 “이윤을 극대화하고 사회에 환원하여 존경받는 기업문화 창조에 진력하겠다”거나 “사회가 요구하는 책임과 역할을 존중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공사비 0.001%로 아동노동 변화”

캄보디아 현지에서는 벽돌공장의 아동노동을 근절하기 위해 한국 기업이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ILO의 ‘국제 아동노동 근절 프로그램’(IPEC·International Program on the Elimination of Child Labor)을 캄보디아에서 담당하는 조지프 메나체리 사무국장은 “모든 건설현장에서 아이들이 만든 벽돌을 쓰는데, 아동노동을 없애기 위해 무엇보다 건설업체들이 벽돌값을 조금 더 쳐줘야 한다”며 “최근 캄보디아에 많이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들이 이런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건설업체가 NGO를 후원하는 것보다 당장 벽돌값을 조금 더 올리는 것이 아동노동을 근절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며 “기업이 먼저 벽돌값을 개당 50리엘(약 17원) 올리고, 벽돌공장에서 이 돈이 노동자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 아동노동을 쓰는지에 대한 감시 노력을 기울이면 쉽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이런 노력을 할 경우 예정된 총공사 비용의 0.001%에도 못 미치는 비용이 늘어나겠지만,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와 회사 브랜드 가치 상승 등 훨씬 많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했다.

메나체리 국장 말대로 기업이 우선 손을 뻗지 않으면 벽돌공장 아이들의 삶은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 캄보디아 정부가 시골을 재개발하면서 농토를 잃은 농민들이 도시로 밀려들기 때문이다. 살 곳을 잃은 이들은 아이들과 함께 도시 외곽의 벽돌공장이나 봉제공장 등에서 살길을 찾는다. LICADHO의 날리 필로르제 활동가는 “벽돌공장에서의 아동노동은 일하느라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것은 물론, 사망까지 포함해 부상의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어 최악”이라며 “이런 행태를 끝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프놈펜(캄보디아)=글·사진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아동노동 관련 국제기준
아동노동 쓰는 업체와 거래도 해선 안돼

국제노동기구(ILO)는 1973년 비준된 ‘취업의 최저연령에 관한 협약’에서 아동노동에 대해 ‘최저연령은 의무교육 종료 연령보다 낮아서는 안 되고, 어떤 경우라도 15살 미만이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또 ‘아동의 신체적·정서적 건강 또는 도덕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업무에는 취업 최저연령이 18살이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유엔 역시 ‘아동 권리에 관한 협약’에서 아동을 ‘18살 미만의 모든 사람’으로 규정하고, ‘아동은 경제적 착취 및 위험에 처하거나, 교육에 방해되거나, 건강이나 신체적·지적·정신적·도덕적·사회적 발전에 유해한 노동에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밝힌다.
국제기구들은 기업이 아동노동 철폐를 위해 노력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인권·노동·환경·반부패 분야에서 기업이 지켜야 할 10대 원칙을 내세운 ‘유엔 글로벌콤팩트(Global Compact)’는 원칙 5에서 ‘아동노동을 효율적으로 철폐해야 한다’고 밝힌다. 또 기업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만들 때 작성 원칙을 제시하는 ‘글로벌 리포팅 이니셔티브’(Global Reporting Initiative)는 79개 항목 가운데 ‘아동노동 발생 위험이 높은 사업 분야와 그 근절을 위한 조처’를 꼭 보고해야 하는 필수 항목으로 분류한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완성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에 관한 국제표준 ‘ISO 26000’도 인권 분야에서 ‘아동노동 금지’ 항목을 담고 있고, 노동 분야에서는 ‘납품업자·하청업자 등이 인권을 침해할 때 이들과의 거래를 통해 이득을 얻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캄보디아 정부도 국제 기준을 따르고 있다. ILO의 ‘취업의 최저연령에 관한 협약’과 유엔의 ‘아동 권리에 관한 협약’은 이미 1990년대에 비준했다. 자국법인 노동법에서도 ‘18살 미만의 아동노동을 금한다’고 돼 있다.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토아의 누이들은?
12시간씩 일하고 100달러 받는다

프놈펜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포첸 토아의 누이들은 어떻게 지낼까?
한국 기업인 ○○업체에서 일하는 소케아(26·여·가명)도 가난에서 벗어나려 프놈펜으로 왔다. 그는 18살 때부터 봉제공장에서 일했다. 정식 근무시간은 아침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점심시간 2시간을 제외한 8시간이다. 하지만 공장에서의 일은 5시에 끝나지 않는다. 거의 매일 2~4시간 더 일하고 퇴근한다. 그렇게 일주일에 6일을 일해야 월급이 100달러를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소케아는 지난 2월 총 103달러를 받았다. 기본급인 법정 최저임금 61달러에 잔업수당(1시간당 1.25달러)을 합친 것이다. 그 돈 가운데 절반가량인 50달러를 집으로 보낸다. 여덟 형제 가운데 여섯째로 태어난 그는 집안의 가장이다. 당뇨병을 앓는 어머니와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 그리고 부모를 돌보는 여동생이 고향인 캄퐁참에 있다. 손위 형제는 모두 결혼해 떠났다. 남은 식구들은 그가 보내는 돈에 기대어 산다.
남은 돈도 월말이 되면 수중에 없다. 그 돈으로 월세(10달러)와 전기요금·수도요금(15달러)을 내고 식사도 해결해야 한다. 회사에서는 점심시간이나 야근을 할 때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 밥은 집에서 싸오고 반찬은 사먹는다. 한 푼이 아쉬운 마당에 휴가는 생각조차 어렵다. 쉬면 월급에서 2.35달러가 깎인다. 그는 “공장 내부 공기가 안 좋아 항상 머리가 아프고 감기에도 자주 걸린다”며 “생리휴가는 없고 집안의 결혼식, 장례식 등에도 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장 밖 생활도 쉽지 않다. 그는 함석지붕 아래 방 20개가 다닥다닥 붙은 쪽방에 산다. 방은 신문지 10장을 펼치면 다 찰 정도의 크기다. 이곳에서 동료 2명과 함께 산다. 바로 옆 신문지 1장 넓이의 화장실에서 씻는 것, 식사 준비, 빨래를 모두 해결한다.
집에는 외출용으로 쓰는 굽 높은 구두가 한 켤레 있다. 20대 여성의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는 화장품은 없다. 그는 “구두는 셋이서 함께 신고, 화장품은 가끔 립글로스를 사는 정도”라고 말했다. 노동으로 버는 돈으로 살기 어려운 그는 지난해 파업에 참여했다. 지난해 7월 최저임금 56달러를 70달러까지 올려달라는 시위에는 소케아를 포함해 6만여 명이 참석했다. 그 결과 5달러가 올라 월 61달러가 책정됐다.
최저임금은 올랐지만 나아진 것은 없다. 올해 들어 물가가 뛰었기 때문이다. 그는 “품질이 안 좋은 쌀 1kg이 0.4달러에서 0.5달러로 오르는 등 물가가 뛰고 집세가 올랐다”며 “그 돈으로 한 달 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삶은 힘들지만 바람은 크지 않았다. 그는 한국인 사장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은 기자에게 “공장 한 동에 대형 선풍기 4대가 있지만, 틀어도 한낮에는 오히려 밖이 더 시원할 정도여서 좀 시원하게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휴가나 급여, 안전수칙 등을 담은 사내 규정이 있기는 한데, 이를 아는 사람이 없다”며 “사내 규정을 정확히 만들어 공개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프놈펜 센터에 따르면, 한국 봉제기업 35개가 캄보디아에 진출해 있다. 이광호 센터장은 “중국의 인건비 상승으로 봉제공장들이 캄보디아로 이전해오고 있다”며 “요즘도 한 달에 10~20건의 투자 상담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의류노조에 따르면, 2009년 현재 37만여 명이 의류·섬유산업에서 일하고, 이 가운데 90% 이상이 여성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캄보디아 현지에서 의류산업 노동자에게 일요일에 학교를 열어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공장 안 근무환경을 모니터링하는 ‘더 나은 공장 만들기’(Better Factory Cambodia)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민간 기업으로는 아디다스, 나이키, 막스앤드스펜서 등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 기업은 한 곳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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