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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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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색깔론 공세는 폭력적 네거티브”

오병윤 후보 ‘낙선 인터뷰’… “‘일당 독재’ 피로감과 야 4당 연대의 동력이 광주 정치 바꿀 것”
등록 2010-08-06 19:55 수정 2020-05-03 04:26

“아, 아쉽죠.”
오병윤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아쉽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광주 시민사회단체와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 야 3당의 지원에 힘입어 장병완 당선자를 턱밑까지 위협했던 그는 7월29일 오후 과의 인터뷰에서 선거 패배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선거가 남긴 후유증은 만만치 않다. 민주당의 ‘색깔론’ 공세 이후 생긴 감정의 앙금이 여전한 듯했다. 색깔론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는 “용납할 수 없다”는 말을 세 번 반복했다. 민주당의 동원 선거에 대한 비판도 빠뜨리지 않았다.

오병윤 민주노동당 후보.

오병윤 민주노동당 후보.

-졌다. 패배를 어떻게 받아들였나.

=아직은 우리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그래도 선거 과정에서 변하고 있는 광주를 목격했다. 특히 20~50대는 40년간 이어진 민주당 일당 독점에 깊은 반감을 갖고 있다. 광주가 변해야 한다는 이들의 목소리는 뜨거웠다. 희망을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생각보다 크게 졌다. 득표율 11.8% 차이다.

=60대 이상의 완강한 민주당 고정 지지층을 설득해내는 데 실패했다. 결국 그 부분이었다. 투표율이 낮은 보궐선거의 특성상 60대 이상의 민주당 고정 지지층이 (민주당의) 동원 선거와 맞물리다 보니 당할 길이 없었다.

-대신 44.1%를 얻었다.

=민주당의 일당 독점, 그리고 이로 인해 빚어지는 파행적 광주 정치를 바꾸기 위해 1980년 이후 처음으로 광주 시민사회와 야 4당이 뭉쳤다. 이런 경험은 앞으로도 광주에서 새로운 정치 질서를 만들어가는 데 큰 동력이 될 것이다. 그런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

-선거 막판 민주당의 공세가 거셌다.

=무엇보다 색깔론 비난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빨갱이’라는 용어로 우리 사회가 얼마나 오래 갈등하고 고통받았는지 민주당이 잘 알 텐데, 그런 민주당이 빨갱이 덧칠을 시도했다는 사실은 두고두고 용서할 수 없는 죄악이다. 민주당은 또한 민노당을 ‘한나라당 2중대’로 몰았다. “민노당이 야권 연대 한 적 없다”며 거짓 선동을 시도했다. 민노당이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견디며 거의 모든 사안에서 민주당과 연대해온 사실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폭력적 네거티브였다. 민주당이 선거 기간에 보인 행태에 대해서는 광주 시민사회단체 차원에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색깔론 공세의 책임을 물어 이를 주도한 인사는 다음 총선에서 반드시 낙선시키겠다는 논의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민노당 차원의 추가 대응은 없나.

=일단 시민사회에서 내놓는 대책을 지켜보겠다.

-7·28 재보선이 여당 압승, 야당 참패로 끝났다.

=야권의 오만함 탓이었다. 지방선거에서 큰 승리를 안겨준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지 못했다. 지방선거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야권 연대가 절박했지만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다. 선거 막판 이뤄진 서울 은평을의 후보 단일화만 해도 그렇다. 민노당과 국민참여당이 단일화에 응하기는 했지만 야당이 뜻을 모아 화학적 연대를 이룬 것이 아니었다. 여론조사라는 강압적 방식의 단일화였다. 유권자에게 어떤 감동도 주지 못했고 시너지 효과도 얻지 못했다.

-누구의 책임인가.

=민주당의 오만이 야권 연대를 파행으로 몰아넣었다.

-광주 남구 보궐선거에서 ‘야권 연대의 주역’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 역할을 계속할 것인가.

=국민의 요구는 절대적으로 야권 연대를 통한 정권 교체에 있다. 야당끼리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국민의 요구를 받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광주=글 최성진 기자 csj@hani.co.kr·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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