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원 한국방송통신대 교수(경제학)
이 입수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비공개 보고서를 검토한 김기원 한국방송통신대 교수(경제학)는 “시장만능주의를 내세우는 현 정부가 한편으로는 얼마나 시장에 대해 무지한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일종의 정신분열증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 보고서를 살펴보니 어떤가.
= 우선 이명박 정부가 시장에 대해 얼마나 무지하고 무책임한지 드러난 것 같다. 정권 초반부터 이런 정책들을 추진하려는 과정에서 KDI에 자문을 구한 것 같은데, ‘747 공약’(7% 성장·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세계 7대 경제대국)에 사로잡혀, 성장을 위해 일단 분배를 악화시켜보자는 것 아니겠나. 그런데 이 보고서의 핵심은 그런 정책은 분배를 악화시킬 뿐 실제 경제성장에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양극화를 심화하고 분배를 악화해서라도 일단 성장시키고 보겠다는 발상인데, 한마디로 엉터리고, 시장에 대한 무지가 너무 심하다.
= 정부가 환율을 억지로 변동시키려고 하면 시장 주체들의 대응 능력이 떨어져 나중에 충격이 크게 나타난다고 지적한 부분이다. 키코(KIKO) 사태가 그런 사례 아니겠나. 사실 환율을 조정하려는 것은 이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시장에 함부로 손을 대면 악영향이 나타난다는 것을 이 보고서는 일찍부터 얘기한 셈인데, 현 정권은 여전히 이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건 좀 다른 얘기인데, 1999년엔가 국책 연구소들을 정부부처 산하에서 독립시켜 총리실 산하 위원회 소속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현 정부는 다시 정부부처 산하로 되돌리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KDI는 그 대상이 아니지만, 각종 연구기관들이 정부부처 산하로 들어가면 이런 보고서들을 낼 수 있겠나. 걱정이다.
= 그게 바로 개발독재식이다. 수출이 잘돼야지 않냐, 임금이 높지 않냐, 이렇게 단순히 생각한다. 임금이 실제 높은지 안 그런지 아무런 생각이 없고, 모르는 것 같다. 상식적으로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우리 사회 전체적인 임금 수준은 높다고 할 수 없다. 보고서에도 나왔듯이 지속적으로 노동분배율이 떨어지고 있지 않는가. 이런 현실도 모르면서 개발독재 때 방식을 검토하라니, 이래서 국제금융위기에 따른 경제위기임에도 정부책임론도 나오는 것이다. 수습을 못하고 헤매는 것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 편 적이 없다고 하지만 (보고서를 통해) 거꾸로 펴려고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 아닌가. 펴려고 했다가 시장 반응도 안 좋고 환율도 막 올라가니 추진할 필요도 없었겠지. 임금동결이야 실제 이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국면은 아니었고.
= 규제 완화나 감세 등과 관련해서 시장만능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그런데 또 다른 한편으로는, 환율 상승과 임금동결, 이자율 등과 관련해서 시장을 무시하는 개발독재 방식을 취한다. 대통령이 나서 ‘시중금리 왜 인하 안 되냐’ ‘대출은 왜 안 되냐’고 말하고 있잖나. 결국 시장이 뭔지를 모른다는 말이다. 시장만능주의를 표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렇게 시장에 대해 무지한 것을 보면, 일종의 정신분열증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정책 당국이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상황은 크게 달라지는데,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자칫하면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걱정이다. 휴~.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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