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 〈PD수첩〉과 한국방송 …정부의 수사 압력·수구신문의 맹폭·폭력까지
▣ 최성진 기자csj@hani.co.kr
조·중·동이 이명박 정부를 위해 거침없이 ‘날뛰고 있다’. 표적은 문화방송과 한국방송, 특히 이 가운데서도 〈PD수첩〉과 (이하 시사투나잇) 등 시사 프로그램이다. 다소 점잖지 못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날뛰고 있다’는 서술어는 바로 사설에서 빌려온 것이다. 는 6월18일치 사설 ‘〈PD수첩〉의 광우병 사망자 조작 사실 밝혀졌다’에서 “공영방송들이 지금 합법적 정부를 타도하는 선봉대 노릇을 하겠다고 날뛰고 있다”고 썼다.
조·중·동 선봉, 정치단체 가세
해당 사설이 문제 삼은 것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를 다룬 4월29일치 〈PD수첩〉이었다. 〈PD수첩〉은 광우병 의심 증상으로 숨진 미국인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를 인터뷰하면서 “딸이 CJD(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로 죽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대목에서 CJD를 vCJD(인간광우병)라고 해석해 방송했다. 6월12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아레사 빈슨이 광우병으로 사망한 것이 아니라고 공식 발표하자 조·중·동은 일제히 〈PD수첩〉을 비난하고 나섰다. 특히 는 당시 방송의 앞뒤 맥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CJD가 vCJD로 표현된 것만 놓고 “의도적으로 조작된 방송”이라고 깎아내렸다. 와 역시 비슷한 내용의 사설을 통해 〈PD수첩〉을 공격했다.
사실은 ‘의도적 조작’이라는 조·중·동의 주장과는 거리가 있다. 〈PD수첩〉은 방송에서 아레사 빈슨의 사망 원인을 인간광우병으로 단정해 보도한 사실이 없다. 는 또한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가 〈PD수첩〉 제작진과의 인터뷰 도중 딸의 병명을 이야기할 때마다 광우병이 의심된다는 이야기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은 교묘히 빼놓았다. 실제로 〈PD수첩〉은 이미 5월21일 홈페이지를 통해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딸의 병명을 평상시 쓰는 말로 말할 때는 ‘광우병’이라고 하는데 전문 의학 용어를 사용하여 대답할 때는 광우병을 ‘vCJD’라고 하면서도 드물게 ‘CJD’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제작진 내부에서도 잘못된 용어인 CJD로 대답한 인터뷰의 사용 여부를 논의했으나 전문 의학적 지식이 부족한 어머니가 두 의학용어인 vCJD와 CJD를 혼동한 것이 틀림없고 방송에 나온 인터뷰에서는 명백히 인간광우병을 지칭했기 때문에 번역은 원래의 의미대로 인간광우병인 vCJD로 하자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조·중·동이 ‘〈PD수첩〉 죽이기’의 선봉에 서자 극우단체와 이익단체, 친한나라당 성향의 정치단체가 가세했다. 국민행동본부와 고엽제전우회, 뉴라이트전국연합 등이 차례로 문화방송 앞으로 몰려갔다. 이들의 시위에서는 “〈PD수첩〉 박살내자”는 구호가 나왔고, LPG 가스통도 등장했다. 일부는 방송사 담을 넘기도 했다.
정부와 한나라당도 빠지지 않았다. 농림수산식품부는 〈PD수첩〉에 대해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했고, 한나라당은 김용태·진성호 의원 등이 나서서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보도에 대해 엄기영 사장의 사과 방송과 관련자 문책을 요구했다.
문화방송에서 〈PD수첩〉이 수구·보수 세력의 표적이 되고 있다면 한국방송에서는 이 그렇다. 특히 뉴라이트전국연합은 미국산 쇠고기 파문이 확대되기 시작한 5월 들어 끊임없이 을 물고 늘어졌다. 5월5일 뉴라이트는 의 진행자 멘트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4월29일 방송에서 진행자가 “벌써 피로감을 느끼는 국민들이 많을 거 같은데요. 앞으로 4년10개월이나 남았습니다. 심기일전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뉴라이트는 5월14일에도 ‘광우병선동센터 KBS, MBC 규탄 기자회견’을 통해 을 다시 한 번 거론했다. 뉴라이트대학생연합 회원들이 가면을 쓰고 나와서 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에 대한 공격의 강도와 빈도를 따지자면 도 뉴라이트에 뒤지지 않는다. 는 5월7일치 기사에서 이 얼마 전 신설한 ‘시투만평’ 코너와 이에 대한 진행자 멘트를 문제 삼았다. 당시 만평은 광우병 소 위에 올라 로데오 경기를 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을 통해 광우병 사태를 풍자한 것이었다. ‘시투만평’은 진보 성향의 시사만화가 손문상 화백의 만평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코너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의 쇠고기 졸속 협상이나 인사 파행 문제를 비판의 주요 소재로 삼아왔다.
정권에 대해 비판적 보도를 서슴지 않는 〈PD수첩〉과 이 정부로서는 곱게 보일 까닭이 없다. 게다가 대중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방송의 힘을 잘 알고 있기에 정권으로서는 이들 시사 프로그램을 ‘목에 걸린 가시’ 같은 존재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물론 편파 보도나 왜곡 보도로 흔히 이들 시사 프로그램의 비판 대상이 되곤 하는 조·중·동 역시 이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
특히 의 경우 과는 깊은 악연도 있다. 지난 2005년 문갑식 기자가 자신의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당시 여성 진행자를 비하한 사건은 상징적이었다. 문 기자는 당시 ‘신문시장이 망하게 된 이유’라는 글을 통해 “요즘 정권의 나팔수, 끄나풀이라는 지적에 전혀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TV에 개나 소나 등장해 씹어대는 조·중·동이 있다”면서 “개나 소라고 표현하는 것은… 유흥업소 접대부같은 여성 아나운서가 등장하는 국영방송의 한 심야 프로그램을 보며 느낀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일로 문 기자는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받아 벌금 200만원에 약식기소되는 망신을 당했다.
집요한 압박 “신경 쓰일 수밖에”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촛불집회 등 굵직굵직한 사회 이슈가 넘쳐났던 최근에도 가 의 크고 작은 방송사고 하나하나까지 꼼꼼히 ‘중계’하는 등 이상한 보도 행태를 보이는 것도 과 맺어온 안 좋은 인연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몇몇 극우단체와 조·중·동 등 수구언론이 이처럼 〈PD수첩〉과 등에 집요한 흠집내기를 시도하고 나서자, 일각에서는 조만간 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최근 의 남성 진행자가 교체된 것을 놓고 ‘외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될 정도다. 사실과 다르거나 지나치게 앞선 추측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PD수첩〉이나 관계자들이 최근 느끼는 외부의 압박은 무시하고 지나치기에는 너무나 집요한 게 사실이다.
〈PD수첩〉 관계자는 “정부가 내겠다는 소송이나 몇몇 단체의 폭력시위가 그 자체로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보도에 집중해야 하는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관계자 역시 “기본적으로는 권력에 대한 비판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라고 하는 의 원칙을 지켜나가겠다”면서도 “그럼에도 회사 안팎이 워낙 어수선하다 보니 이것저것 신경이 많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디어 비평 매체 의 민임동기 기자는 “비판적 보도에 대해 정부가 소송을 제기하거나 언론중재 신청을 하는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에서는 특이하게도 극우단체가 가세하는 등 폭력적 방식으로 유·무형의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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