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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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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핫해진 청년, 집권세력이 ‘부동산 미로’ 풀려면

‘청년의 주거 사다리를 걷어찼다’는 보수의 공세… 유능한 개혁 통한 정공법이 답
등록 2026-06-25 21:47 수정 2026-06-28 18:48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 6월2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7회 국무회의 겸 제12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 6월2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7회 국무회의 겸 제12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다시 청년이 ‘핫’한 시즌이 왔다. 6·3 지방선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올공 시위’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역대급 성과급, 역대급 코스피 지수도 자신에게는 딴 세상 얘기라는 청년들의 소외감을 정부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청년을 호명했는데, 다수 언론이 선거 결과 및 이후 지지율 변동과 연관이 있다고 해설했다.

과거를 돌아보면 대통령이 긴장할 만도 하다. 청년세대의 이탈은 문재인 정부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여러 이유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같은 일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청년미래적금 가입을 독려하며 예산 추가 지원을 지시하고 각 부처가 청년 일자리 회복 방안 마련에 착수한 건 이런 이유다.

그런데 사실 이건 역대 정권이 다들 가본 길이다. 윤석열 정부의 청년도약계좌, 문재인 정권의 청년희망적금 등 거의 유사한 제도가 이미 실시된 바 있다. 박근혜 정부가 시작해 문재인 정부까지 이어진 청년내일채움공제도 넓은 의미에선 비슷한 효과를 겨냥했다.

문제는 이런 정책이 청년층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부 모두 결과적으로 청년을 단단한 지지층으로 조직해내지 못했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물론 이런 정책이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청년의 삶에 분명히 도움이 된다. 하지만 불행히도 오늘날 우리 정치는 ‘서사’가 지배한다. 계층적 이익보다 ‘확장재정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면 한국은 제2의 베네수엘라가 될 수 있다’는 식의 서사가 정치적으로는 더 큰 파괴력을 갖는다.

 

지속되지 않은 ‘머니무브’

 

대통령이 ‘역대급 코스피 지수’와 청년의 소외감을 연결한 것에서도 비슷한 맥락을 발견할 수 있다. 집권세력이 역대급 코스피 지수를 정책적 성공 사례로 평가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이 정부가 주식투자를 장려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등장한 ‘머니무브’란 개념은 부동산으로 갈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사실상 투기로 이어질 수 있는 부동산에 대한 투자보다 산업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 있는 주식투자가 바람직하다는 논리인데, 여기에는 유동성이 부동산에 몰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을 초래하는 상황에 대한 경계심이 반영돼 있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은 소유자의 세금·연금 등의 부담을 늘린다는 점에서 거의 언제나 민주당 정권에 치명적 타격을 줘왔다. 지금의 이재명 정부와 여당도 ‘부동산 정치’라는 차원에선 해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고 말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 머니무브 서사는 부동산 정치의 부담을 회피하는 수단이 될 수 있으리라 여겨졌다.

이 문제를 청년층 중심으로 재구성해보자. 이들은 자산 증식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문재인 정권 당시 불었던 코인 열풍은 청년층이 본격적으로 금융투자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이 시기 정부는 가상자산 과세 등을 추진했는데, 이때 일부 청년층은 ‘청년이 자산 축적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가상자산에 세금을 물리는 것은 이미 부동산과 주식투자로 자산을 축적한 기성세대가 사다리 걷어차기를 하는 것과 같다’는 논리로 반발했다. 보수정치는 이를 86세대에 대한 세대론적 반발로 조직했는데, 이는 후에 이른바 ‘세대포위론’ 등으로 이어졌다.

코로나 시기 ‘불장’은 가상자산에서 주식시장으로 청년층의 관심을 움직이도록 했는데, 이 시기의 주식 호황은 이들의 자산 축적 욕구를 일부 해소해줬다. 이런 예를 보면 청년층에게 머니무브 서사는 매력적일 수 있다. 머니무브가 유지되려면 주식시장 활황과 부동산 가격 통제가 동시에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관련 지표를 보면 주식시장에서 흘러나온 자금이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흐름이 감지된다. 이 중에는 그간 가격 부담으로 내 집 마련을 유예했던 청년층이 주식시장에서 불린 자금을 동원해 아파트 구매에 나서는 경우도 포함돼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 대응이 관건

 

문제는 주식시장에서 아파트 구매에 쓸 수준으로 자금을 불리려면 애초에 ‘시드’가 커야 한다는 거다. 상속이든 성과급이든, 현금 자산이 충분한 청년에겐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렇지 못한 환경에 놓인 청년은 여기서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보수정치는 다시 이들의 불만을 조직한다. 부동산 가격 통제를 위해 정부가 시행한 대출 규제 등을 두고 ‘물려받은 것 없는 청년이 집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주거 사다리를 정부가 걷어찼다’는 서사를 동원한다. 이러면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집권세력은 또 부동산 정치의 미로에 갇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답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애초에 청년층의 자산 축적 욕구의 근본에는 미래에 대한 총체적 불안이 있다. 일자리와 주거에 대한 불안을 낮추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해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기회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인식을 줘야 한다. 이를 이루려면 상당한 규모의 재원이 필요하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에서 거둔 이익의 사회적 배분이나 지난 정권에서 보수정치가 반대해 실행하지 못한 금융투자소득세 재도입, 정부가 부동산 가격 통제 차원에서 검토 중인 보유세 인상 등도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여기도 부동산-세금 정치의 게임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수정치는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세금폭탄론’을 유효하게 활용했다. 보유세 인상 및 장기보유특별공제 손질 검토 이야기가 보도된 걸 근거로 “선거 끝나면 세금폭탄 떨어진다”는 서사를 유포했다. 이는 이른바 ‘한강벨트’나 경기 남부권 일부 등 부동산 가격 상승 지역에서의 보수적 표심 표출로 이어졌다. 실행도 하지 않은, 단지 검토만 한 정도인데도 손해를 피해갈 수 없었다. 정치공학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선거 패배는 정책 추진 동력의 상실이다. 이 때문에 엄청난 자원을 소모할 각오를 하지 않으면 이 문제에 섣불리 손대기가 쉽지 않다.

 

어려운 선택지 고를 여유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 정권이 청년층의 지지를 얻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래도 문제, 저래도 문제일 때는 오히려 정공법이 해법일 수 있다. 청년을 굳이 자꾸 말하지 않아도, 정치의 일반적 차원에서 신뢰를 확보하면 어려운 선택지를 고를 여유가 생긴다. 집권세력이 지지층 동원을 위해 설익은 구호를 외치는 걸 ‘개혁’으로 포장하거나, 권력을 사유화한다는 서사를 가능케 하는 일을 위해 정치적 자원을 소모하는 것에 거리를 둬야 한다. 공적 가치에 충실하며 무책임하지 않고 유능한 세력이라는 서사를 획득해 상대편의 대항적 서사를 무력화하고, 증세 및 재분배의 로드맵을 마련해 이의 당위를 유권자에게 꾸준히 설득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사실 정치를 보는 시각이 청년층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겠는가? 정치적 조직화가 강하게 돼 있지 않은, 그러니까 중도층이 어떤 세력을 왜 지지하는지를 살펴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남은 건 의지의 문제다.

 

김민하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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