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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할 건가, 지금이 시작이라면

등록 2008-06-03 00:00 수정 2020-05-03 04:25

<font color="darkblue"> 반미로 몰아세우는 것밖엔 답이 없는 이명박…어떤 국면 전환 카드를 내놓느냐에 명운 걸려</font>

▣ 최성진 기자csj@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font color="#C12D84">[표지이야기 2부-요동치는 정치권] </font>

취임 100일도 안 된 이명박 정부가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 부재’에 비난이 집중되는 사이, 국내 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에 일제히 비상등이 켜졌다.

환율관리부터 엉망이다. 달러화가 전세계적으로 약세인데 오로지 원화만 달러에 비해 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두 달간 100원 이상 올랐다. 기름값 상승 등으로 가뜩이나 수입물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환율관리 실패는 국내 물가폭등으로 이어졌다.

리더십 흔들리며 공직사회 동요

물가 폭등은 특히 서민 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소득 양극화가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로 벌어졌다. 5월23일 통계청이 발표한 1/4분기 가계수지 동향을 분석하면, 최상위 20%와 최하위 20%의 소득 양극화 비율은 8.41배를 기록했다.

물가가 치솟고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으니 서민들은 허리띠를 더욱 졸라맬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에서는 사회 서비스 분야의 재정지출을 삭감하고, 대신 부유층을 위한 종합부동산세 완화 카드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서민들의 삶은 아예 안중에도 없다는 식이다.

미국산 쇠고기 부실 협상으로 분노한 민심이 거리로 쏟아져나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심각한 경제지표와 낮은 국정운영 지지도, 성난 민심 등 이명박 정부가 맞닥뜨린 위기 상황은 총체적이고 전면적이다. 휘황했던 이른바 ‘MB 신화’가 순식간에 무너져내린 셈이다.

이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가 제기되면서 나타난 현상이 공직사회의 동요다. 이 대통령이 수차례에 걸쳐 공무원의 무능과 비효율을 질타하는 등 공직사회에 대한 반감을 공공연히 드러낸 결과다. 충분한 합의 없이 공공부문 인력감축을 추진하는 것도 공무원들로서는 불만이다. 정부 부처의 한 사무관은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공무원이니까 무조건 비판받아야 한다’는 논리는 부당하다”며 “(대통령은) 공무원 조직의 생리를 이해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에 대한 공직사회의 불만은 공무원의 양심선언으로 이어졌다. 농림수산식품부 기획재정담당관실 이진 주무관(6급)이 5월26일 미국산 쇠고기의 재협상을 주장하며 양심선언을 했다. 앞서 23일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이태 박사는 정부의 4대강 정비계획이 곧 한반도 대운하라는 고백을 했다. 이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이 바뀌지 않는 이상 또 다른 ‘김이태’와 ‘이진’이 출현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남아 있다. 모두 이 대통령이 자초한 일이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 대통령을 발 벗고 도와주자니 험악한 민심이 두렵고, 대놓고 비판하기에는 4년9개월 가까이 남은 임기가 아득하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미국산 쇠고기) 협상이 잘못됐기 때문에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갑갑한 상황”이라며 “원산지 표시와 월령 표시를 동시에 강화하고 이를 어겼을 때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는 약속을 할 수 있을 텐데, 이마저도 근본적인 해법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촛불문화제로 상징되는 민심 이반 현상에 대한 한나라당의 유일한 공세적 대응은 ‘반미로 확대되면 안 된다’는 논리다. 이와 관련해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5월30일 새벽 문화방송 에서 “곧 6·10항쟁 21주년과 6월13일 미군 장갑차 사건 6주기, 6·15 남북 공동선언 기념식 등이 있는데 자칫하면 이 시위가 반미 시위로 번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실지로 시위 현장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무도 감싸주는 이 없다

홍 원내대표의 주장은 곧 시민 논객으로부터 간단히 반박당했다. 그의 발언 직후 한 시민 논객은 “(촛불문화제는) 정부 무능에 책임을 묻는 것이니 반미로 확대 왜곡하지 말라”고 응수했다. 미국산 쇠고기 반대와 반미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서울 청계광장의 촛불이 꺼질 줄을 모르고 오히려 그 세가 더욱 확대되자 청와대에도 비로소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5월25일 새벽에는 추부길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직접 서울 광화문 촛불문화제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집회가 열리는 날이면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관계자 전원이 비상 대기하며 수시로 상황을 체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월31일로 예정했던 청와대 전 직원 대상 등산대회도 취소했다.

하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기는 이명박 대통령이나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될 줄은 몰랐다”는 말만 되뇌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잘못된 판단의 원인은 물론 이 대통령의 독선적 의사결정 방식 때문이다. 아울러 청와대의 보고체계도 지적받을 대목이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 벌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청와대는 주로 조·중·동을 바탕으로 여론의 흐름을 확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중·동만 보면 일부 소통의 문제는 있어도 정부가 대체로 잘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와 여당은 미국산 쇠고기로 분노한 민심이 청계광장에 모이기 시작할 때, 이들을 반미좌파, 혹은 반미좌파의 조종을 받는 대중으로 규정했다. ‘조·중·동’의 인식과 정확히 일치한 것이다. 근거가 아예 없거나 왜곡된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현상을 바라본 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결정적 실책이었다.

두 번째 실책은 ‘정부가 홍보를 잘하면 된다’며 사태를 오판한 것이다. 정부가 쇠고기 협상 과정에서 무능했다는 명백한 사실관계가 있는데, 이를 홍보 논리로 돌파한다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정치적으로는 정권 초반임에도 여당 내 핵심 지지세력이 없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전 대표와의 껄끄러운 관계도 문제지만, 친박 진영을 제외하더라도 한나라당 안에서 위기에 빠진 이 대통령을 아무도 적극적으로 감싸주지 않았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지난해 한나라당 경선과 대선 과정에서 이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도왔던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총선을 거치면서 정치 일선에서 탈락했다”며 “자기 사람을 제대로 관리할 줄 모른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약점”이라고 말했다.

민심과 거대한 벽을 쌓은 이 대통령의 앞날은 어둡다. 낮은 지지율과 싸늘하다 못해 험악한 민심은 남은 임기 동안 이 대통령에게 이중의 질곡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이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자 했던 한반도 대운하와 의료보험 민영화 등 핵심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어렵게 됐다. 정책에 대한 호응도도 낮고 대통령의 지지도도 20%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운하의 경우 ‘4대강 정비사업’이라는 우회 수단으로 강행하려 했지만 연구팀 핵심 관계자의 양심선언이 나오면서 그마저도 꼬였다.

이 대통령에게 남은 것은 결국 어떤 국면 전환 카드를 내놓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와 한나라당에서는 리더십 스타일의 전환과 인적 쇄신 등의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정운천 농림부 장관 등 문제 인사의 교체를 통해 국민 앞에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인다는 이야기다. 미국산 쇠고기 협상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정치권 안팎에서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정치컨설팅업체 이윈컴의 김능구 대표는 “20%대의 지지율은 결국 과거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 가운데 일부 정통 보수세력 이외에는 거의 등을 돌렸다는 이야기”라며 “이 대통령은 이제라도 CEO 리더십의 한계를 인정하고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포함한 국정 철학의 전면적인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이 대통령은 자신의 실수나 실패를 인정하는 법이 거의 없었다. 그렇게 되면 최악이다. 앞서 홍 원내대표의 말처럼 6월이 이 대통령에겐 잔인한 한 달이 될 수도 있다. 검찰과 경찰부터 제2의 ‘6월항쟁’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추부길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최근 민심의 흐름에 대해 과의 통화에서 “지금 상황에서는 어떤 말을 하더라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언급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양해를 구했다. 과거와 달리 극히 몸을 웅크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 카드를 내놓을까. 경우에 따라 지금 그가 맞닥뜨린 위기가 ‘최악’이 아닐 수도 있다. 마지막이 될 수도 있지만 시작이 될 수도 있다.

<table width="480" cellspacing="0" cellpadding="0" border="0"><tr><td colspan="5"></td></tr><tr><td width="2" background="http://img.hani.co.kr/section-image/02/bg_dotline_h.gif"></td><td width="10" bgcolor="F6f6f6"></td><td bgcolor="F6f6f6" width="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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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위인전 홍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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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darkblue" size="4">정권 초기 이례적 출간, 항의 빗발쳐</font>



이명박 대통령의 위인전이 나왔다. 5월2일 출간된 이 책의 제목은 이다. 출판사 ‘살림’에서 펴내고 있는 ‘거장들의 시크릿’이란 위인전 시리즈물의 하나다. 출판사의 책소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 최초의 경영인 출신 대통령 이명박. 원칙대로 행동한다는 확실한 신념과 거침없는 추진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다. 그의 성공 스토리를 통해 어린이들도 꿈과 희망을 향해 도전할 수 있도록 했다. 취임식의 흥분이 가라앉고, 전 세계 언론이 우리나라를 주목하는 바로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대통령 이명박의 성공 비결을 이야기할 때다.”
총 184쪽 분량의 반양장본으로 나온 이 대통령 위인전은 ‘소신을 가지고 행동해라’ ‘자신의 능력 앞에 당당해져라’ ‘옳다고 생각하면 밀어붙여라’ 등 10가지 ‘시크릿 포인트’를 어린이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대통령의 위인전이 출간된 현상 자체가 특이할 것은 없다. 정권 찬양이 강요됐던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는 말할 것도 없었고, 문민정부 출범 이후에도 대통령에 대한 위인전은 꾸준히 출간됐다. 하지만 정권 초기에 현직 대통령의 위인전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위인전 가 나온 것은 퇴임 이후인 2007년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위인전 이 서점에 나온 것도 취임 직전인 2003년 2월이었다. 다만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인물평전 이 임기 중반인 1995년 1월 나왔을 따름이다.
서점가의 반응은 냉랭하다. 출판사에서는 초판으로 3천 부를 내놓았지만 판매 실적이 저조하다. 교보문고 서울 광화문점 관계자는 5월30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책이 아니어서 특별히 홍보나 마케팅을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낮은 지지도를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출판사는 당혹스러워한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 등으로 이 대통령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면서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독자들로부터 거센 항의까지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 온라인서점 서평란에는 출판사와 온라인서점을 비난하는 댓글이 연이어 달리고 있다. 온라인서점 ‘예스24’의 아이디 jnysh는 “아직 제대로 입증도 안 된 사람을 위인전으로 썼다는 사실도 웃길 뿐더러 이 책을 판매하는 서점도 이해할 수 없다”며 판매 철회를 요구했다.
출판사 관계자는 “사실 오래전부터 기획한 책이었는데 출간 시기가 늦어지면서 큰 악재를 맞고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잘나가는 편도 아니고 여기저기서 항의 전화를 많이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통령으로서의 업적을 보여주자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많은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느냐 하는 쪽에 초점을 맞춘 책”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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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td width="10" bgcolor="F6f6f6"></td><td width="2" background="http://img.hani.co.kr/section-image/02/bg_dotline_h.gif"></td></tr><tr><td colspan="5"></td></tr></table>

<font color="#C12D84">[한겨레21 표지이야기] </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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