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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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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괴담 주동자다”

등록 2008-05-16 00:00 수정 2020-05-03 04:25

불안과 공포를 넘어 분노하고 있는 30대 엄마들의 긴급회의… 어쩌다 국민이 대통령을 설득하는 꼴이 됐나

▣ 진행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정리 김경욱 기자dash@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2부- 광우병의 습격]

엄마들이 분노하고 있다. 광우병을 둘러싸고 쏟아지는 주장과 논의들이 ‘괴담’과 ‘선동’이라면 그 주모자는 아마도 ‘엄마들’일 것이다. 이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결과가 발표되고 언론 보도가 잇따르기 이전부터 각종 육아 사이트 등을 통해 광우병 문제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고 토론을 해왔다. 생업과 육아, 살림으로 ‘생애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는 30대 엄마 네 명이 5월7일 늦은 밤 한겨레신문사에 모여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퇴근하고 아이를 먹이고 재우고 맡긴 뒤 입에 단내를 내며 달려온 터다.

정부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킬 의지를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위협한다는 생각에 배신감과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금치 못하겠다는 강남 엄마 도현진(36·서울 강남구 일원동)씨, 조용히 살고 싶은 나를 왜 자꾸 안티로 몰고 가느냐는 의사 엄마 김미정(37·서울 성북구 길음동)씨, 이젠 생존권마저 0.1 대 99.9의 사회로 치닫는 게 아닌지 끔찍하다는 공부방 엄마 김경화(36·경기 남양주 퇴계원면)씨, 국민의 문제제기에 귀기울이는 시늉조차 안 하는 대통령의 오만한 태도를 보면서 선거 한번 잘못한 죄과가 크다는 걸 절감한다는 강북 엄마 고연선(31·서울 중랑구 면목동)씨는 “정부가 엄마들의 최소한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도현진(이하 현진):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 원장께 편지를 썼다. 일반 사설 유치원이고 급식비는 4만원을 낸다. 주방 시설은 깔끔한지 식재료는 어디서 구입하는지를 물었다. 원장 선생님이 전화를 주셨다. 국거리는 한우, 불고기는 호주산을 쓴다고 했다. 직접 와서 확인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믿어달라면서, 며칠 뒤에는 각 가정에 통신문을 보내줬다. 다른 엄마들 문의도 많았다고 한다. 초미의 관심사다.

고연선(이하 연선): 18개월 된 아들을 시어머니가 돌봐주신다. 육아 사이트에서 광우병 문제로 논의가 뜨거웠다. 절대 수입하면 안 된다는 결론이었다. 내가 사는 지역은 맞벌이 부부가 많다. 일찍부터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다. 구청 지원도 있지만, 세수가 많지 않은 곳이니 아무래도 원가 절감 차원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쓸까봐 걱정이 크다. 나뿐만 아니라 요즘 동네 엄마들 보면 다들 아침에 눈이 벌겋다. 밤새 육아 사이트 뒤지고 외국 사이트 뒤지고 그러느라고.

김미정(이하 미정): 가정의학과 의사로, 평범한 엄마다. 10살, 7살 딸 둘을 키우는데, 아이 어린이집 홈페이지에서도 논의가 뜨겁다. 바쁜 와중에 다들 부지런히 정보를 올린다. 애들 문제가 걸리면 엄마들이 참 비타협적으로 된다. 요즘 애들이 제일 많이 쓰는 단어가 ‘유괴’ ‘조류독감’ 그리고 ‘광우병’이다.

김경화(이하 경화): 4학년인 아들이 어느 날 “하필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뽑아서, 이 난리야”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일동 웃음) 아이들은 요즘 시험 늘고 토요수업 축소된 것에 열받아 있다. 아이 학교에서 급식으로는 한우를 먹이겠다는 통신문이 왔는데, 도마나 칼은 어떤지, 유통 단계는 어떤지, 고민이 첩첩이다. 5월15일부터 냉동창고에 있던 미국산 쇠고기가 시중에 풀린다는데, 도시락을 싸서 보낼 생각이다. 그런 엄마들 많다. 여건이 안 되는 엄마들은 속앓이가 심하다. 급식 대신 도시락 먹인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아이가 먹는 영양제도 확인해보니 미국산이라 쏟아버렸다. 캡슐에 광우병 위험물질이 포함돼 있을 수 있어서.

현진: 강남은 솔직히 다른 지역과 달리 엄마들 커뮤니케이션이 그리 강하지는 않다. 초등학교에 가면 더 걱정된다고 육아 사이트에 고민 글을 올렸더니, ‘급식네트워크’ 같은 활동을 하는 엄마들이 의외로 많더라. 친절한 설명을 바로 들을 수 있었다. 직영으로 하는 학교는 엄마들이 직접 가서 검수를 꼼꼼히 한다고 하더라. 하지만 문제는 원산지 표기나 식재료 유통이 투명하지 않은 것이다. 급식 식중독 파동 이후 직영이 는다고 하지만, 여전히 위탁 급식이 훨씬 더 많다. 예전에 몇몇 지자체에서 학교 급식에 우리 농산물 쓰도록 하는 조례를 만들었다가, 국제통상법에 걸려서 ‘안전한 먹을거리’ 라고 표현을 바꿨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이게 바로 신자유주의구나 싶었다. 그나마 영유아 쪽에는 급식법도 없어서 걱정이다.

연선: 구립 어린이집이 그나마 낫다고 1년 넘도록 대기하고 들어가는데, 쇠고기만 신경쓴다고 될 일이 아니다. 조미료에도 기저귀에도 약 캡슐에도 샴푸나 화장품에도 다 들어간다지 않나.

현진: 프리온 위험 가능성이 단 1%라도 있으면 위험 가능성을 막고 관리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도 안전하지 않다는 주장은 비과학적이라고 몰아간다. 그럼 정부가 안전하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해야 할 것이 아닌가.

미정: 30개월 이하라는 룰을 우리나라만 깼다는 것에 대한 자존심 타격도 크다.

현진: 이 나라가 국민을 위한 나라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미정: 아무리 먹고살기 힘들고 팍팍해도 국민의 마음속에는 최소한 나를 지켜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선한 믿음이 있다. 대통령도 있고, 국회의원도 있다. 그런데 그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졌다.

연선: 청계천까지 (촛불시위하러) 못 나가는 엄마 중에는 젖먹이를 업고 동네 큰길에서 1인시위하는 이도 있다. 이런 여론을 은폐하려 드는 게 더 어이가 없다.

경화: 내가 사는 동네에는 저소득층 맞벌이 가정, 한부모 가정, 조손 가정이 아주 많다. 이른 아침에 아이가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사서 아침을 때우는 장면을 많이 본다. 달고 자극적인 고추장 불고기 그런 거. 앞으로 1천원도 안 되는 삼각김밥에 한우나 호주산을 쓰겠나. 건강권을 넘어 생존권도 극심한 양극화에 시달리게 됐구나 싶어 안타깝고 우울하다.

연선: 아이를 안전하게 키울 환경을 못 만들고, 그나마 있던 보호막마저 거둬버리면서 무슨 출산율 타령인가 싶다. 어느 고서에서 숭례문이 타면 이 땅을 떠나라는 가르침이 있었다는데 진짜 그렇겠다 싶을 정도다. 말세라는 말도 많다.

현진: 내 주변에도 이민 가야겠다는 엄마들 적지 않다. 단, 미국은 빼고.

미정: 일본만 봐도 자국민을 철저히 보호하는데.

현진: 일본 가서 고개 숙이고만 올 게 아니라 좀 배우고 왔으면 한다. 일본이 똑같은 조건에서 20개월 미만을 지킨 것은 국내 기반이 튼튼해서다. 일본 식당에 가서 쇠고기에 대해 물으면 즉각 주인이 누가 언제 어디서 생산한 건지 확인해준다. 소별로 부위별로 고유번호가 달려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그렇게까지 자국 내 식품 안전과 위생에 신경쓰니까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그에 준하는 기준을 요구하고 맞출 수 있는 거다. 정부가 지금에 와서야 허겁지겁 원산지 표시 기준을 강화한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이다. 이참에 국내 소들도 어떤 사료를 먹고 어떤 조건에서 사육되는지 확실히 하지 않고, 단순히 싸고 질 좋은 쇠고기를 먹어라? 싫으면 먹지 마라? 이게 나라가 할 말인가.

경화: 국민 여론을 지렛대로 삼아 협상을 해야 유리하지 않나. 제대로 된 정부라면 오히려 부추길 것 같은데.

연선: 육아 사이트에서 ‘경제 경제’ 하기에 이명박 뽑아놨더니, 잠든 아이 얼굴 보니 손목을 자르고 싶다는 과격한 말까지 나올 정도다. 심상치 않다. 엄마들이 보통 험한 말 안 하는데.

미정: 최근 서명할 일이 너무 많다. 0교시 폐지 반대, 영어시험 반대, 대운하 반대, 의료보험 민영화 반대, 수돗물 민영화 반대… 나 같은 평범한 엄마들까지 안티가 될 수밖에 없다.

연선: 요즘 직장에서 ‘광우병 전도사’ 소리 들을 정도다. 하도 주변 동료들 붙잡고 침 튀기며 떠들어서. (웃음) 젊거나 싱글인 동료들 중에는 한우 먹으면 되지, 채식주의자 되면 되지, 그런 이들도 있다.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물이나 토양으로도 오염될 수 있다. 정보가 더 필요하다.

경화: 1996년인가 영국에서 인간 광우병이 발병했을 때, 정부 관료들이 나와서 시식하고 공짜로 쇠고기 나눠주고 그랬다. 그때 줄 서서 받아간 이들은 주로 노인이었다. 당시 영국도 괴담이라는 둥 유럽연합의 음모라는 둥 애국주의에 호소하면서 불안과 공포가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고 했지만 결국 민심을 달랜 것은 대대적인 먹을거리 안전 체계 확립과 검역 시스템의 수술이었다. 지금 광우병보다 더 공포스러운 것은 사후 대책이 안 나오는 것이다. 정말 이러다가 진짜 누군가 광우병에 걸려야지 뒤늦게 정신 차리려나 싶다.

미정: 먹을 사람만 먹어라? 이건 작정하고 국민에게 책임을 넘기는 것이다. 엄마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거다. 미국이 자국 내에서도 안 먹는 것을 왜 우리나라에 넘겼는지 진짜 모르나 싶다.

현진: 미국에 있는 한국 사람들도 다들 먹고 아무렇지 않다는 말을 하는데, 미국에서 광우병 파동 이후로 쇠고기 소비량이 4분의 1로 줄었다. 미국의 거대 축산농으로서는 시장 판로가 필요했던 거다. 왜 우리 정부가 그들의 이해관계를 따라줘야 하는지 모르겠다.

연선: 오늘 근무 시간에 살짝살짝 청문회를 보니까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하더라. 그렇게 되면 또 다른 국가 간 분쟁거리다. 협상문을 보니 그럴 수도 없게 돼 있던데, 무책임한 립서비스다. 장관은 무역 마찰 없이 할 수 있다는데, 자기 목 날아간 뒤에는 그럼? 그럴 정도면 지금 당장 재협상하거나, 무효화해야 할 게 아닌가. 국민을 상대로 왜 실험을 하려 드나.

현진: 광우병 문제에 묻히고 있는데 사실 유전자변형 옥수수 문제도 심각하다. 표기조차 안 되는 식용유며 물엿이며 이런 데 다 쓰이니. 전 지구적인 문제다. 인간이 저지르는 게 어디까지인가 싶다. 어린 송아지에게 소의 분비물과 피로 만든 엑기스를 먹이는 동영상을 봤다. 정말 끔찍했다. 우리 세대에는 풍족하고 평화롭게 보낸다 해도, 다음 세대, 당장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갑갑하다.

미정: (좌담 테이블에 놓인 물건들을 가리키며) 이런 김밥 포장지, 페트병 생수, 종이컵 같은 거 이거 참 잘못하는 건데….

일동: 맞다. 반성하자.

연선: 정치적 선동이니 날조된 괴담이니 하는데, 정부가 앞장서 적극적으로 정보를 내놓고 안심시키려고는 하지 않고 자기와 다른 주장에 음모니 유언비어니 딱지를 붙이는 것을 보니 기가 막힌다. 안 그래도 밤새워 인터넷 뒤지느라 잠이 모자란데 말이다.

현진: 엄마들이 공부하느라 얼마나 밤잠을 설치는지 모르는 모양이다.

연선: 육아 사이트에 들어오는 이들은 평범한 엄마들이다. 이런 엄마들의 고민과 노력을 부화뇌동으로 치부하다니, 어이없고 화가 난다. 지금 시대가 정부가 하면 일단 믿어주고, 미국이 하는 것은 무조건 옳고 그런 시대인가. 1960~70년대에는 국민이 설득당했을지 모르지만 이젠 그런 시대가 아니지 않나. 개발독재 시대, 유신 시대에서 튀어나온 사람들 같다.

미정: 학교에 학원이 들어오고 영어 시장이 팽창하는 걸 봐도 알겠지만, 어찌된 게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나오면 꼭 새로운 시장이 개척되고 특정 집단에 이익이 돌아간다. 이번 쇠고기 문제를 보면서, 먹을거리를 둘러싼 계급 문제, 고급 시장이 대두될 수 있겠다 싶다.

현진: 일본에 1억원짜리 소가 있다면서 한우를 고급화하라고 대통령이 말하는데, 자기 주변 사람들은 그걸 먹을 수 있겠지.

연선: 이유식을 시작할 때, 자신은 호주산 쇠고기도 먹지 못할 형편이지만 아이에게는 한우 안심을 먹이는 게 엄마들이다. 그런데 한우 가격이 오르면…. 무력해지는 기분이다.

경화: 눈높이가 딱 ‘강부자’ ‘고소영’에 머물러 있으니까. 라면도 3천, 4천원짜리 일본 라면을 사먹을 수 있는 사람들.

연선: 조금만 형편이 되면 안전한 일제 기저귀 쓰려는 엄마들이 많다. 공동구매 항목으로 뜨면 순식간에 그 사이트 서버가 다운될 정도다. 정말 이러다가 국내 산업 기반이 몰락할 것 같다. 이게 경제를 살리는 일인가.

현진: 얼마 전에 외할머니가 아프셔서 지정 헌혈자로 헌혈한 일이 있다. 90년대 후반 몇 년간 영국에 머물렀는데, 알고 보니 나는 헌혈을 하면 안 되는 사람이더라. 깨알 같은 글씨지만 그런 조항이 있더라. 영국에 1개월, 3개월 머물렀던 사람들의 피조차 안 받으면서 광우병 위험이 있는 소를 안심하고 먹으라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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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화: 학교 급식이나 군대 배식, 대규모 공장 식당 같은 데서 소비할 텐데. 군인 아들 둔 엄마들도 요즘 잠을 못 이룬다. 조류독감 문제 터지면 군인들이 아침, 점심, 저녁 다 닭고기 먹는다는데, 정말 군인들이 이런 식으로 나라를 지키는가 싶다.

현진: 여론을 등에 업고 야당이 움직여주는 수밖에 없는데, 17대 국회가 특별법 제정이나 재협상 요구에 큰 의지가 없는 것 같다. 직무유기 아닌가. 아직은 월급을 받고 있으면서. 우선 5월15일 수입검역을 시작하는 장관고시라도 막아야 한다.

미정: 손학규를 믿느니, 이회창을 믿는 게 나을 것 같다. 진정한 보수라면 내 새끼 내 나라 지킬 생각을 하지 않을까. ‘창’ 아저씨를 밀던 정통 우파들이 이 기회에 한몫해야 할 텐데. 문제는 그분들이 워낙 친미라서, 앞장서 쇠고기를 잡수시지 않을까.

연선: 세대 차이가 참 크다. 할아버지들은 과거 노무현 정부 때 이라크 파병 두고도 미국이 우리에게 은인인데 우리 젊은이들이 전쟁터에 나가서 죽어줘도 된다고 하지 않았나. 이번에는 미국이 그렇게 팔고 싶다는데 광우병 위험 있어도 먹어줘야 한다고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미정: 이건 참, 대통령이 국민을 설득해야지, 어떻게 국민이 대통령을 설득하는 꼴이 됐나. 타협과 조정을 왜 국민에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오늘 보니까 청소년들 분위기를 교묘히 왜곡해서 전달해놨더라. 30대가 전교조 문제를 계기로 조·중·동의 실체를 알았다면 요즘 아이들은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계기로 조·중·동을 뼛속 깊이 알 것 같다.

연선: 집회에 참석한 엄마 얘기를 들어보니까 탄핵 발언할 때마다 캠코더로 찍는 사람들도 있다더라. 불법이니 엄단이니 하면 위축되는 게 사실이다. 글 잘못 올렸다가 벌금 먹을 수 있다는 얘기에 위축 안 될 사람이 어디 있겠나.

미정: 나도 반대 서명할 때 약간 망설였다. IP 추적하면 어떡하지? 그런데 이젠 100만 명이 넘어가니까 안심이 된다. 100만 명, 200만 명을 잡아 가두거나 벌금을 물리진 못할 게 아닌가. (웃음) 뻔한 표현일 수 있지만, 요즘 들어서 아이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말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이래서 엄마들이 점점 결연해지는 것 같다.

현진: 요즘처럼 열심히 공부했던 적도 없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실천할 생각이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데에는 무심하게 지냈던 내 책임도 크다. 가만히 넋 놓고 앉아서 불만과 불안을 얘기할 게 아니라, 행동을 해야 할 때다. 국민도 현명해져야 할 것 같다. 시민단체든 급식단체든 지지를 보내고 거들 일을 찾아야 할 것 같다. 그게 나와 아이를 살리는 일이다. 운송노조가 쇠고기 하역을 막고 운송하지 않겠다는 말을 했는데, 가슴이 울컥했다.

미정: 이명박 정부나 한나라당이라는 그릇 자체가 국민의 요구를 담아내지 못한다는 걸 거듭 느낀다. 집권 초반부터 뇌리에 이렇게 강한 인상을 남겼으니, 국민이 ‘뇌송송 구멍탁’이 아닌 다음에야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정권 연장도 물론 어림 없다.

연선: 미국산 쇠고기 팔겠다는 한 대형 유통업체에 대해 엄마들이 전 계열사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나섰다. 엄마들이 화나면 무섭다는 걸 보여주자는 분위기다. 우리 동네 면목동에 재래시장이 있는데, 정육점 아주머니도 열받아서, 플래카드 내걸었더라. “미국산 쇠고기로 기분 더럽다. 오늘 닭이며 돼지고기는 몽땅 떨이다.” 그 플래카드 보고 힘이 났다. 이번 일만큼은 국민의 힘으로 바로잡을 수 있으리라는 예감이 강하게 든다.

경화: 내가 사는 퇴계원 시장의 정육점 사장님도 미국산 쇠고기 안 팔겠다는 선언을 하셨는데, 떨이 얘기는 안 하던데. (일동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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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분노의 역류]

▶이명박 지지층 4명 중 1명 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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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광우병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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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경제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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