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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날뛰어도 못 잡겠네

등록 2008-05-16 00:00 수정 2020-05-03 04:25

동물-사람 간 전염되는 치사율 100%의 위험한 전염병… 진단과 사후 관리, 대응 체계 없는 ‘안전불감증’ 개방

▣ 글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2부- 광우병의 습격]

2007년 12월16일, 24살 영국 청년 앤드루 블랙이 죽었다. BBC 방송국 등에서 열정적인 라디오 프로듀서로 일하던 앤드루는 2006년부터 이유 없는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 점차 공격적으로 변했고, 살이 급격히 빠졌다. 증세는 점점 심해졌고 급기야 더 이상 걸을 수도, 제대로 말할 수도 없게 됐다. 2007년 7월, 앤드루는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D), 즉 ‘인간광우병’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5개월 만에 사망했다.

‘30개월’ ‘특정위험물질’ 안전핀 뽑고는

1996년 영국에서 첫 번째 vCJD 환자가 발생한 뒤 영국은 곧장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이는 일을 금지하고, 모든 국민의 헌혈을 금지했다. 광우병 역학조사를 전문적으로 하는 전담팀도 꾸렸다. 사회 전 영역에 ‘광우병 대책’을 둘러쳤지만 어김없이 지난해에도 희생자는 발생했다. 앤드루 블랙이 166번째 vCJD 희생자다. 이처럼 ‘인간광우병’ 환자가 한 번 발생하면 그 사회는 ‘광우병 위험 국가’가 되고, 국민은 ‘인간광우병’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혈액 등을 통해 사람-사람 간, 쇠고기 섭취를 통해 동물-사람 간 전염이 이뤄진다.

그러나 정부는 이 모든 위험을 무시하고 지난 4월18일 광우병 방어의 두 가지 안전핀을 뽑아버렸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소의 광우병 안전연령으로 여겨지는 ‘30개월 이하’ 조건과 광우병 위험물질인 ‘특정 위험물질 금지’ 조건을 포기한 것이다. 정부는 과연 어떤 대책을 마련해두고 안전핀을 뽑았을까. ‘인간광우병’ 환자가 발생하면 우리 사회는 이들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까.

vCJD는 신경과 전문의들만 진단할 수 있다. 현재 신경과 전문의들이 있는 180여 개 대학병원급 종합병원이 ‘전국 표본감시 의료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이들 기관에서 뇌파 검사나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통해 환자의 병이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의 일종인지를 진단할 수 있다. 이 병이 일반 CJD인지 혹은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어서 생긴 vCJD인지를 확진하기 위해서는 뇌척수액을 뽑아내거나 뇌조직을 추출해 ‘생검’을 해야 한다. 뇌에는 광우병 원인물질로서 전염의 주요한 원인인 프리온이 많기 때문에, 이 생검을 하기 위해서는 vCJD를 포함해 CJD만을 전문적으로 진단·진료하는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전문 진료기관’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현재 국내에 지정된 전문 진료기관은 평촌 한림대병원 한 군데뿐이다. 이 병원은 “한국인의 유전자나 식습관이 vCJD에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고 논문에서 밝힌 김용선 교수가 책임자로 있는 곳이다. 정해관 성균관대 교수(감염병리학)는 “‘광우병 위험 소’로 인한 광우병 유입이 언제든지 가능한 지금, 전문 진료센터를 늘리고 국민을 대상으로 전문 진단센터가 있다는 얘기도 계속해서 홍보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그런 노력은 전혀 없다. 정부가 발표하는 대책에도 그에 대한 것은 일언반구도 안 나온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진단’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사후관리’라고 지적한다. vCJD는 일단 걸리면 치료 방법이 없기 때문에 환자들을 적절히 관리하는 사후처리 시스템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로는 이런 ‘사후처리’에 관한 제도도 미비하다. vCJD는 전염병이기 때문에 100% 화장을 해야 안전하지만, CJD 환자를 대상으로 화장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는 전혀 없다. 또 CJD는 병의 원인, 역학관계, 예방법, 치료법 등 아무것도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에 이를 연구하기 위한 부검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로는 환자들의 기피, 또는 인식 부족 등으로 부검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05년 국립보건원 조사보고서를 보면, 1997년부터 2004년 12월까지 국내에서는 총 202명이 CJD 환자로 의심돼 진단 의뢰됐는데, 이 가운데 130명이 의사 및 확진 CJD 환자로 보고됐고, vCJD 환자로 확진된 사람은 없다. 김용선 교수는 2005년 펴낸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등 인수공통감염증의 현황분석 및 관리정책 개발’이라는 논문에서 “130명의 환자 중에서 뇌조직 생검을 할 수 있었던 환자는 21명에 불과해 뇌조직을 이용한 CJD의 진단이 이루어지지 못하였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우리나라가 vCJD(인간 광우병)로부터 안전한가 여부도 판단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최경찬 한림대 교수(신경병리학)는 “뇌조직 생검도 힘든데 부검은 더 어렵다”며 “부검을 제도화해서 CJD 환자가 발생했을 때 모두 부검을 함으로써 CJD의 원인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전염병 예방법에 시신 처리 조항, 부검 의무화 조항 등을 추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JD 환자 추적 못하고 연구도 안 돼

환자 추적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관련 연구도 지지부진하다. 김용선 교수는 같은 논문에서 “아직 국내 CJD 환자의 정확한 수와 동향 및 vCJD 환자의 존재와 동향에 관해서도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대로 된 환자 추적 및 진단을 위해서는 수의사, 의사, 연구소, 질병관리본부 등이 하나의 팀을 이룬 전담 연구반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질병관리본부는 의사 4명, 수의사 1명, 질병관리본부 전염병감시팀장 1명, 수의과학검역원 검역과장 1명 등이 포함된 ‘인수공통전염병대책위원회’에 ‘CJD(vCJD) BSE 전문분과위원회’를 두고 있지만, 위원회가 하는 일은 1년에 두 차례 정기 회의를 여는 것뿐이다. 긴급 안건이 발생할 경우에만 비상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 미리 병을 점검하고 원인을 찾는 등 적극적인 대응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질병관리본부 전염병감시반 담당자는 인수공통전염병대책위원회 위원이 누구인지 묻자 5년 전에 위원으로 참여하고 지금은 위원이 아닌 사람들의 이름을 대는 등 위원회 구성에 대해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학 내 연구시설도 전혀 없다. vCJD는 일단 걸리면 현재로서는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100% 사망한다. 우희종 서울대 교수(수의학)는 “어차피 치료할 수 없다. 지금은 예방법도 없는 상태에서 수입만 강행한 상태다. 그렇다면 치료약을 개발하고, 한국에서는 광우병이 어떤 방식으로 걸리는지에 대해 연구해야 하는데, 대학에서 연구할 수 있는 시설이 하나도 없다”고 답답해했다.

프리온은 일반적으로 단백질분해효소나 열, 방사선, 포르말린 처리 등에 의해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134도에서 18분 이상 고압증기멸균을 시행해야 변성된다고 한다. 그만큼 없애기가 어렵기 때문에 광우병 연구시설은 기본적으로 ‘생물안전기준(BSL)-3’ 수준을 만족해야 한다. 미국 질병관리예방본부(CDC)가 정한 생물안전기준은 1에서 4까지 있다. BSL-3 시설의 설비 요건은 △연결 부위 없이 바닥 소재가 벽의 10cm 높이까지 덮어야 하고 끝부분은 실리콘 접착제로 봉해져야 하고 △바닥은 에폭시 등 단단한 마감재로 마감돼야 하고 △벽은 세제, 염소계 표백제, 수산화나트륨 등과 같은 화학물질에 저항성이 있어야 하며 △견고한 유광 페인트가 칠해져야 하며 △실험실 내 진공흡입 시스템을 설치해 흡입되는 공기가 필터를 통과한 뒤 실험실 밖으로 나가야 하고 △모든 수도꼭지는 역류 방지가 되는 것을 사용하는 등 모든 설비에서 공기와 액체 유출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시설이 없을 경우 ‘프리온’으로부터 안전을 유지할 수 없다.

‘생물안전기준-3’ 만족시켜야 하는데…

우희종 교수는 “최소한의 대학 내 연구시설을 갖추고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신속히 보고하고 대응할 수 있는 체계들부터 마련해놓고, 미국 쇠고기 수입을 재개했다면 조금이라도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라며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저 문만 열고 보는 식의 ‘안전 불감증’ 개방이 국민의 분노를 샀다”고 지적했다.

앤드루의 엄마 크리스틴은 아들을 잃은 뒤 인터넷에 ‘앤디를 위한 정의’(www.justiceforandy.com) 홈페이지를 열고 아들이 왜 vCJD에 걸렸는지 원인을 추적 중이다. 또 1996년 첫 광우병 환자가 나올 때까지 ‘사람에게는 아무 이상 없다’고 홍보한 존 거머 영국 농림부 장관 등 정부 관료 10명의 퇴진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대책 없는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은 국내의 수많은 엄마들을 언제 ‘앤디 엄마’ 같은 투사로 만들지 모를 일이다.



보수신문의 ‘탓’ 보도

현실 부정하며 소 뒷걸음질

▣ 김유진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차장




‘방송 탓’, ‘반미좌파 탓’, ‘연예인 탓’, ‘인터넷 탓’ ….
미국 쇠고기 전면 개방에 대한 국민의 분노에도 아랑곳없이, ‘보수신문’들은 ‘탓’만 하고 있다. 졸속 협상을 두둔하고 광우병 우려는 ‘오해’로 몰아가려다 보니 국민을 부추긴 책임을 누구에겐가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보수신문’들이 가장 격렬하게 비난한 대상은 지난 4월29일 방영된 문화방송 〈PD수첩〉이다. 5월2일 와 가 포문을 열었다. 는 사설에서 미국 쇠고기 수입을 다룬 프로그램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반대하는 일환으로 미국 쇠고기 개방을 반대하는 정치적 선동”이라고 주장했다. 도 사설을 통해 “TV 속 ‘미국 쇠고기 괴담’은 터무니없이 과장된 내용이 많다”고 주장했다. 하루 뒤 도 사설을 싣고 “출범한 지 두 달 남짓한 정권을 타도하자고 외치는 ‘광우병 괴담’의 발신지는 지상파 방송의 일부 프로그램”이라고 방송을 탓했다. 그러나 〈PD수첩〉 보도에 대해 이들 신문은 막연히 ‘과장’이라고 주장할 뿐 무엇이 사실과 다른지 과학적으로 반박하지 못했다.
보수신문들의 ‘방송 탓’은 곧 ‘인터넷 탓’으로 이어졌다. 인터넷에 떠도는 온갖 헛소문과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광우병 위험성을 싸잡아 ‘괴담’으로 취급하면서 국민이 이런 ‘괴담’에 휘둘렸다고 주장한 것이다. 나아가 ‘반정부·반미 투쟁을 의도하는 세력’이 이런 ‘괴담’을 계획적으로 유포하고, 여기에 청소년에게 영향력이 큰 연예인들까지 나서 ‘엉터리 소동의 주연’으로 나섰다고 비난했다. 배후 세력을 밝혀내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보수신문들의 이런 비난에도 여론이 꿈쩍하지 않자 이번에는 구체적인 ‘배후세력’으로 전교조를 낙인찍었다. 많은 청소년들이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 몇몇 전교조 지부에서 광우병 쇠고기 반대 활동을 했다는 사실 등이 ‘전교조 탓’의 근거로 주장되고 있다.
이렇듯 ‘탓’ 시리즈를 자가발전하는 보수신문의 근본 문제는 ‘현실 부정’이다. 이들은 졸속협상의 문제와 객관적인 광우병 위험성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또 광우병 정국이 이명박 정부의 실정이 축적된 결과라는 점도 인정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보수신문들은 사회 각 분야를 헤집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불도저 리더십이 ‘민주정부 10년’을 거친 국민, 그중에서도 권위주의를 경험하지 않은 청소년들과 충돌하고 있다는 점을 모른 척한다. 하지만 국민 여론은 보수신문들이 이런 ‘현실 부정’을 극복하지 못하면 ‘조·중·동의 시대’도 끝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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