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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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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탐사

등록 2008-03-28 00:00 수정 2020-05-03 04:25

▣ 편집자

학자들의 논쟁은 끝이 없었다. 일주일이 멀다고 ‘한반도 대운하’ 토론회가 열려도, 엇갈린 주장과 의견이 서로 부딪치며 다듬어져 합의를 빚어내기란 애초부터 기대하기 힘들었다. 토론회에서 주장과 사실과 선동은 구별되지 않았다. 목사 출신의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대운하에 비판적인 서울대 교수들을 향해 “운하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는 사자후를 토해냈고, 찬성 쪽 전문가들은 “배의 스크류가 돌면 수질이 맑아진다”는 허무 개그를 선보였다.
팽팽하던 여론의 추는 ‘반대’ 쪽으로 중심 이동을 시작했다. 수돗물시민회의가 3월 초 설문조사한 결과는 우리나라 사람 10명 가운데 6명이 대운하에 반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눈치 빠른 한나라당은 이번 총선 공약에서 대운하 건설을 슬그머니 뺐다.
은 대운하를 둘러싸고 난무하는 ‘주장’들 속에서 ‘사실’의 영역을 가려내고, 거기서 도출되는 여러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정부는 정확한 대운하 청사진을 내놓은 적이 없기 때문에 이 작업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운하를 오가는 배와 콘테이너의 길이·너비·높이는 변하지 않는 ‘사실’의 영역에 있었고, 배를 띄우려면 유지해야 하는 수심과 각 구간 수면의 해발 고도도 정치적 주장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 ‘사실’이었다. 한강과 낙동강 사이에 자리한 다리들의 상판 높이나 다릿발 사이 거리 등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이를 바탕으로 은 운하에 배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으려면 몇 개의 다리를 부수거나 고쳐야 하는지, 몇 ㎞나 하천 바닥을 긁어내야 하는지, 홍수 우려가 있는 곳은 어디인지, 수몰될 수 있는 지역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추출해낼 수 있었다. 그 결과는 찬성론자들을 난감하게 할 만한 것이다. ‘사실’에 터잡은 찬성론자의 다양한 반론을 기대한다.
취재 결과, 이명박 정부는 대운하 사업의 착공 시점을 2009년 2월로 못박아둔 게 확인됐다. 보통 3~4년씩 걸리는, 대형 토목 사업에 필요한 각종 평가 절차도 착공 시점에 맞춰 간소화하려 하고 있다. 수많은 수치 조작과 자료 왜곡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에 맞서 법률가들은 대운하를 막기 위한 법률 검토 작업에 들어가 있고, 종교인들은 생명의 가치를 노래하며 한강과 낙동강변을 순례 중이다. 총선이 끝나고 나면 정부도 본격적인 움직임을 시작할 것이다. 대운하를 둘러싼 진정한 싸움은 바야흐로 시작이다.

물은 부처다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순례 중에서

물은 예수다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순례 중에서

물은 아이다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순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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