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별하거나 이혼한 어머니들이 ‘분홍빛 데이트’ 즐기는 사례 늘어나… 일대일 만남 주선하는 황혼재혼 정보업체의 회원 가입률도 매년 급상승
▣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10년 전 남편을 암으로 떠나보낸 박말복(67)씨는 1년 전 2살 연상의 남자친구가 생겼다. 노인복지관에서 처음 만났다. 둘 다 살아온 삶의 흔적도 비슷하고 자녀들도 모두 결혼해 부담 없이 만나고 있다. 손잡고 설악산이나 속리산 등산도 갔고 쉬엄쉬엄 남해안 여행도 다녀왔다. 평일에는 찜질방에 가거나 찻집에 앉아 얘기를 나눈다.
“애틋하진 않아도 시간이 빨리 가”
“세상을 떠난 영감이 보수적인 사람이었거든. 그렇게 까다로웠어. 이 할아버지를 만났는데, 내가 만나고 싶을 때 만나고 하고 싶은 거 같이 할 수 있으니까 편해. 물론 젊은 애들처럼 애틋하지는 않지.

그래도 둘이 같이 있으면 시간이 참 빨리 가. 결혼은 나중에 생각하고 싶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고, 법적으로 부부가 되면 재산 문제도 복잡해지니까.”
사별하거나 이혼한 어머니들의 외출은 빛깔이 다르다. ‘분홍빛 데이트’를 하러 나가기 때문이다. 남자친구와 함께 나들이를 다니다 보면 어머니도 어느새 여자가 된다. 이제 ‘어머니의 남자친구’는 ‘딸의 남자친구’만큼이나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5살 이상 여성의 혼인건수는 3066건으로 2004년보다 250여 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55살 이상 여성의 혼인건수는 2002년부터 매년 300여 건씩 뛰고 있다. 이혼건수도 5933건으로 2004년보다 300여 건 증가했다.
노인 여성과 남성의 만남이 가장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곳은 노인복지관이나 노인정 등이다. 따로 돈이 들지 않고 여러 명과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누면서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재혼까지 가기에는 서로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고 조건을 맞추기도 힘들어 말벗이나 남자친구 정도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사회단체나 결혼정보업체에서 주최하는 무료 실버미팅 행사에 많은 어머니들이 모이고 있다.
수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살고 있는 김미자(가명·65)씨는 오순도순 대화를 나눌 상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한 달 전, 큰아들이 신문에 난 재혼업체 실버미팅 행사를 보고 다녀오라고 권해 지난 5월7일 실버미팅에 다녀왔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연락처도 몇 개 받아왔다.
재혼정보업체 ‘행복출발’이 지난 5월7일 마련한 ‘말벗찾기 황혼미팅’에는 60살부터 80살까지 여성 40명과 남성 40명이 참석했다. 참석 인원은 80명으로 제한했지만 신청자는 480명이었다. 그중 여성 신청자는 400여 명, 남성 신청자는 80여 명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행복출발 오미경 팀장은 “60대 남성들은 40대에서 50대 여성들을 선호하는 반면, 여성들은 또래나 나이 많은 남성들을 선호하기 때문에 여성들의 신청이 더 많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남성 선호
경제적 여유가 있는 노인 여성들은 일대일 만남을 주선하는 황혼재혼 정보업체를 이용하기도 한다. 60살 이상 남성과 55살 이상 여성을 회원으로 받는 황혼재혼 정보업체 ‘두리실버’의 경우 회원 가입률이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여성회원은 2003년 174명에서 2004년 377명, 2005년 745명으로 매년 100% 이상 증가폭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회원 745명 중 315명이 재혼해 50% 이상 성혼율을 보였다.
두리실버 김남수 팀장은 “자녀들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지 않으려고 재혼을 하려는 노년 여성들은 경제력을 많이 본다”며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남성도 선호한다”고 말했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단독] “김병기 아내 ‘사모총장’…텔레그램 도용, 커피 시키더니 그새 한 듯” [단독] “김병기 아내 ‘사모총장’…텔레그램 도용, 커피 시키더니 그새 한 듯”](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26/53_17667318922856_4217667318702388.jpg)
[단독] “김병기 아내 ‘사모총장’…텔레그램 도용, 커피 시키더니 그새 한 듯”

회사 팔리자 6억4천만원씩 보너스…“직원들께 보답해야지요”

나경원 “통일교 갔었다” 첫 인정…한학자 만남 여부엔 “한 번도 없어”
![건강검진 정상인데, 왜 이렇게 어지럽고 머리가 아플까? [건강한겨레] 건강검진 정상인데, 왜 이렇게 어지럽고 머리가 아플까? [건강한겨레]](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25/53_17666328279211_20251225500964.jpg)
건강검진 정상인데, 왜 이렇게 어지럽고 머리가 아플까? [건강한겨레]

‘김정은 집사’ 김창선 사망…북 “깊은 애도”

김병기 “아들 좀 도와줘”…국정원 첩보 업무까지 의원실에 손 뻗쳐
![[단독] 특검 “김동희 검사, 쿠팡 김앤장 변호사에 대검 지시사항 유출” [단독] 특검 “김동희 검사, 쿠팡 김앤장 변호사에 대검 지시사항 유출”](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26/53_17667259557028_7817667259402608.jpg)
[단독] 특검 “김동희 검사, 쿠팡 김앤장 변호사에 대검 지시사항 유출”
![서학개미들이여, 쿠팡 주식을 사자 [뉴스룸에서] 서학개미들이여, 쿠팡 주식을 사자 [뉴스룸에서]](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original/2025/1225/20251225500099.jpg)
서학개미들이여, 쿠팡 주식을 사자 [뉴스룸에서]

전우원, 전두환과 찍은 사진 공개…“차라리 태어나지 말걸”

믿고 샀는데 수도꼭지 ‘펑’…쿠팡 책임 없다는 ‘판매자로켓’에 소비자 끙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