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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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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을 산책하고 싶습니까

등록 2005-07-07 00:00 수정 2020-05-03 04:24

<font color="darkblue"> 치밀한 준비를 마치고 떠난 ‘미지의 섬’ 아이슬란드 여행
다른 혹성같은 분화구와 검은 황무지의 낯선 풍경에 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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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사진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아이슬란드를 가고 싶다고 말하면, 열 중 셋은 그런 곳이 있느냐고 물어보고, 다섯은 영국 왼쪽 편에 떠 있는 아일랜드인 줄 알고, 둘 정도는 영국에서 북쪽으로 한참 떨어진, 그린란드와 해협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북위 66도 북극선 아래 외로이 떠 있는 고도라는 걸 안다. 필시 그 두명은 어렸을 적 사회과부도를 열심히 본 사람들이다.

드문 교통편, 코펜하겐에서 레이캬비크로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사회과부도를 받아본 뒤로, 나는 아이슬란드가 가고 싶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인도로 배낭여행을 갔다 오고, 여름휴가를 이용해 스웨덴과 러시아 등 아이슬란드 근처까지 갔다 왔지만, 그곳은 직장인 배낭여행객을 쉬이 허락하지 않았다.

우선 아이슬란드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국내에서 출판된 유럽 가이드북에는 아이슬란드가 빠져 있고, 흔하디흔한 인터넷 여행기도 찾기 힘들었다. 사전 정보수집은 현지 인터넷 사이트나 배낭여행자의 바이블인 <론리플래닛> 영문판을 이용해야만 한다.

아이슬란드로 들어가는 교통편은 매우 드물다. 유럽과 미국의 몇몇 도시를 제외하곤 수도 레이캬비크와 연결되는 항공편은 없다. 이마저 ‘아이슬란드에어’가 독점 운항하다시피 해 항공료가 터무니없이 비싸다. 우리나라의 항공권 예약 사이트에서 검색을 하면 “해당 항공편의 정보가 없습니다”라는 메시지만 나온다. 여행사에 직접 문의한 결과, 한참을 기다린 뒤 왕복 180여만원이 든다는 답변을 들었다. 아이슬란드는 말하자면 ‘북유럽의 오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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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림돌을 한번에 뛰어넘게 해준 건 ‘아이슬란드 익스프레스’라는 저가항공이었다. 인터넷에서 발견한 이 항공사는 코펜하겐에서 레이캬비크를 싼값에 연결해주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이번엔 코펜하겐으로 가는 가장 싼 항공권을 찾았다. 금요일 밤 9시에 출발해 방콕을 들러 지구 한 바퀴를 돌아가는 항공편, 비행 및 환승 시간만 26시간. 하지만 열흘밖에 안 되는 시간 제약 속에서 금요일 근무를 마치고 출발하는 건 큰 이점이었다. 직장인에겐 시간이 돈이 아닌가?

물론 금요일 밤에 비행기를 타기는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시 <한겨레> 사회부에서 일하던 나는 어떤 돌발 상황이 생겨 공항에서 노트북을 펴들고 일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까봐 전전긍긍했다. 다행히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이 일으킨 폭풍은 일찌감치 가라앉았다. 막판엔 태풍의 진로를 예의주시해야만 했다. 기상청을 담당하는 나는 태풍이 북상하면 예의상 밤 9시, 10시까지는 일해야 했기 때문이다. 수요일부터 기상청 예보관을 닦달하며 태풍이 동해상으로 빠져나가기만 빌었다. 남해안의 온난기류가 ‘여행의 은인’이 돼줬다. 태풍은 이상기류로 애초보다 하루 빠른 목요일, 동해상으로 빠져나갔다.

그렇게 레이캬비크에 도착한 게 토요일 오후 2시15분. 아이슬란드는 면적 10만 2928㎢, 인구 28만명의 작은 섬나라다. 우리나라로 치면 남한만 한 크기에 춘천시만 한 인구다. 아이슬란드는 지구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나라고, 레이캬비크는 가장 북쪽에 있는 수도다. 이름(Iceland) 덕에 사람들은 온통 얼음으로 덮였으리라 생각하지만, 빙하는 아이슬란드 남부에 넓게 펼쳐져 있을 뿐이다. 아이슬란드의 지형은 되레 달나라를 연상케 한다. 섬의 대부분은 툰드라 지대로 무릎을 넘지 않을 만큼 낮게 자란 풀과 이끼로 덮여 있는 땅이고 여기저기 분화구가 솟아 있다. 그 중 미반 호수 일대는 남부 빙하에 이어 새롭게 떠오르는 명소다. 1970년대 중반 화산이 폭발해 주변을 용암으로 덮었다.

배낭여행자는 유럽의 패키지 여행객들로 붐비는 레이캬비크에서 오래 머무를 이유가 없다. 이틀을 묵고 1번 국도를 따라 북부의 미반 호수로 향했다. 교통수단은 렌터카를 이용했다. 시외버스가 있지만, 드물게 다니고 요금도 비쌌다. 풍광이 좋으면 어디에서나 설 수 있는 렌터카가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났다. 물론 사전에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아이슬란드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비교 분석한 결과다. 여기엔 아이슬란드어 사전까지 동원됐다.

<반지 전쟁>의 현실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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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반 호수는 북국을 오가는 철새들이 쉬어가는 곳이다. 전세계 조류학자들이 모여드는 미반 호수 바로 옆에는 지질학도들이 견문하는 분화구 훼버펠이 있다. 아이슬란드의 수많은 분화구 중에 훼버펠이 가장 교과서적으로 잘생겼다. 미반 호수 동쪽 능선을 넘어가면 여기저기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아직도 유황이 들끓는 흐라런드, 계란 썩는 냄새가 난다. 이곳에서 10여㎞ 떨어진 레이흔유크르는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화산이다. 1975년 폭발해 산 아래 레이리스 마을까지 용암이 흘러내렸다. 근처에 세워진 지열발전소가 마그마를 건드려 일어난 ‘환경재앙’이라고 주장하는 지질학자도 있다. “아직 활동 중인 화산이므로 탐방로 밖으로 벗어나지 마세요”라는 경고문만 붙어 있고 아무런 안전시설이 없다. 땅에 손을 대어보면 후끈후끈하다.

레이흔유크르 북쪽으로는 검은 황무지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죽음의 땅 모르도르가 바로 이런 모습일까? 실제로 80여년 전 영국인 J. R. R. 톨킨은 아이슬란드 신화를 읽으며 소설 <반지전쟁>의 영감을 얻었다. 실제 영화의 촬영지는 뉴질랜드지만, 책의 현실 무대는 아이슬란드다.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은 1864년 <지구 속 탐험>에서 괴물이 사는 지하세계의 입구를 아이슬란드의 분화구로 상상했다. 정말로 여기저기 뻥뻥 뚫린 분화구 어딘가에는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통로가 있을 것 같다. 해안가에 사는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화산과 만년설로 이어진 내륙에 지옥의 입구가 있고, 요정과 악마, 트롤이 살고 있다고 믿었다. 874년 바이킹들이 이곳에 처음 정착한 뒤로, 범죄자와 반역자로 찍혀 쫓겨난 사람들은 내륙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아이슬란드 땅에 서면 자꾸 내륙으로 들어가고 싶어진다. 아직도 내륙은 여름에만 길이 열리는 전인미답의 곳이다. 배낭여행은 촘촘히 짜여진 자본주의 일상의 시공간에서 빠져나와 자신만의 시공간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다. 일반적인 지구환경과 이질적인 아이슬란드의 풍광은 그런 점에서 완벽한 배경이 된다. 저가항공과 유스호스텔, 치밀한 사전준비로 열흘의 시공간을 스스로 기획한다면, 아이슬란드는 해볼 만한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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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싸들고 타는 비행기</font>

레이캬비크까지 가는 저가항공은 빨리 예약할 수록 돈 번다

“정시 운행은 우리 항공사의 주요 목적입니다”라고 해놓고서 비행편이 취소됐을 경우 환불해주지 않고, “기내식과 간식은 준비되지 않으니, 샌드위치와 같은 먹을거리를 싸오세요“라고 태연하게 말하는 항공사. 여행 경비를 혁명적으로 낮춘 요인은 바로 이 ‘뻔뻔한’ 아이슬란드 익스프레스라는 저가 항공이다.
아이슬란드를 저렴하게 가려면 일단 유럽으로 들어간 뒤 코펜하겐, 프랑크푸르트와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에서 주 3~13회 운항하는 아이슬란드 익스프레스를 타야 한다. 20만~40만원대에서 왕복 항공권을 구할 수 있다. 유럽 왕복 항공권도 인터넷 공동구매나 조기예약 이벤트를 활용하면 70만원대에서 구할 수 있다. 인천에서 레이캬비크까지 항공권을 끊으려면 180만~200만원을 줘야 하는 걸 감안하면, 거의 절반 가격이다.
유럽에는 이런 저가 항공들이 많다. 한달 이상의 배낭여행에는 유레일 패스가 제격이지만, 열흘 동안 1~2개 도시를 둘러보려면 저가 항공이 경쟁력이 있다. 저가 항공은 빨리 예약할수록 돈을 번다. 아이슬란드 익스프레스는 4~5개월 전에 예약하면 최저 20만원(공항세 포함) 정도에 왕복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다. 대신 한국의 여행사에서 구입할 수 없고, 인터넷에서 직접 신용카드로 결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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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은 체크!</font>

<font color="#C12D84">교통</font> 항공권 90만~140만원, 렌터카 5일 30만~40만원
<font color="#C12D84">숙식</font> 유스호스텔·민박 1박 7만~12만원, 패스트푸드 8천~1만2천원
<font color="#C12D84">환율</font> 1달러=65크로네
<font color="#C12D84">인터넷 사이트</font> visit.is·tourinfo.is(일반 정보), hostel.is(호스텔 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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