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리던 라오스 불교 사원들을 찾아 찾아 떠나다
지치면 방비엥의 아름다운 강가에서 휴식을 취해보라
▣ 글·사진 윤민용/ <경향신문> 기자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3년 전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목록을 소개하는 특집 기사가 실렸다. 황금빛 부조로 장식된 사원 입구를 찍은 사진을 보고는 시선이 멈춰버렸다. 그곳은 라오스의 고도 루앙프라방의 사원 ‘와트마이’였다. 사원 벽면의 섬세한 고부조(高浮彫)와 기둥의 금박무늬는 몇해 전 가본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의 석조 건축물과는 또 다른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황금사원의 도시, 루앙프라방. ‘동남아시아에 갈 기회가 있다면, 다음엔 꼭 라오스에 가보리라.’ 나의 두 번째 동남아 배낭여행은 그렇게 정해졌다. 올 2월 막연히 꿈꾸던 라오스 여행을 떠날 기회가 왔다. 주어진 시간은 열흘. 내 손에 쥐어진 것은 달랑 방콕 왕복항공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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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준비가 반이라는데, 나의 여행 준비는 가이드북 구입과 대략의 여행 경로를 짜는 것으로 끝났다. 동남아시아 여행 사이트에서 여행기도 훑어보고, 비행기를 이용해 시간을 아껴 좀더 라오스에 머물 생각도 해보았지만 ‘마음 닿는 곳, 발길 머무는 곳’에 오래 머무는 배낭여행자의 특권을 누려보고 싶어 홀가분하게 떠나기로 했다.
방콕에서 기차를 타고 라오스로
이동 경로는 타이의 방콕을 거쳐,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현지 발음 위왕짠)을 지나 북행해 방비엥과 루앙프라방을 여행하고, 다시 방콕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정해졌다. 2월14일 드디어 여행이 시작됐다. 저녁 무렵 방콕 돈므앙 공항에 도착해 공항과 연결된 돈므앙 기차역에서 국경 도시 농카이로 가는 북부선 좌석을 구하려 했지만 만석이었다. 아쉬운 대로 다음날 출발하는 농카이행 야간 침대차를 예약했다. 여분으로 주어진 하루 동안에는 방콕 인근의 고도인 아유타야(방콕에서 1시간 거리)의 사원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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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카이역(방콕에서 12시간 소요)은 라오스로 입국하려는 각국의 배낭여행자들과 이들을 태우려는 ‘뚝뚝’(동남아시아의 삼륜차) 기사들로 붐빈다. 2시간 걸려 라오스 비자를 받고 입국심사대를 빠져나왔다. 현지인들과 함께 뚝뚝을 타고 비엔티안 시내로 향했다. 비엔티안 시내의 볼거리는 크게 아침시장(탈라트사오)과 타트루앙을 비롯한 사원으로 나뉜다. 시내에 있는 주요 사원(와트파캐우, 와트시사켓, 타트루앙)만 둘러보기로 했다. 와트파캐우와 와트시사켓은 사원이면서 박물관을 겸하고 있는데, 회랑에 많은 불상이 안치돼 있다.
라오스에서 가장 신성하게 여기는 불교 유적 타트루앙은 멀리서도 황금색으로 빛난다. 거대한 기단의 각면에 작은 탑을 세우고 중앙에 45m 높이의 탑을 세워서 연꽃 봉우리를 형상화했다. 타트루앙의 2층은 연꽃 벽으로, 순례객들이 돌아볼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라오스를 다녀온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추천하던 방비엥은 중국의 계림과 닮았다.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으로 된 낮은 산봉우리가 겹겹이 이어진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특히 마을을 가로지르는 강 주변에서 보는 일몰이 환상이다. 석양을 배경으로 ‘강남 간 제비’들이 줄지어 날아다니고 아이들이 강에서 멱 감는 풍경을 보노라면 정지용의 ‘향수’가 절로 입에 맴돈다.
이곳은 ‘여행은 휴식’이라고 여기는 여행자들에게 안성맞춤이다. 강물에 몸을 맡기고 튜브를 타거나 카약을 즐길 수도 있고, 자전거를 빌려서 동굴 탐험을 다녀올 수도 있다. 저녁이면, 하릴없이 식당 평상에서 누워 <프렌즈> <섹스 앤 더 시티> 등 미국 시트콤을 시청하는 청춘들로 거리는 북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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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비엥에서 루앙프라방에 이르는 길은 라오스 북부의 산악지대를 통과한다. 능선을 따라 구절양장으로 굽은 도로를 따라 고산지대에 거주하는 소수민족들의 촌락이 형성돼 있다.
가장 생생한 기억은 사람들의 일상
루앙프라방은 ‘신성한 불상’이라는 뜻으로, 1353년 란상 왕조의 수도로 세워졌다. 한때 타이의 영토였으나 1893년 프랑스 보호령으로 귀속됐다. 이후 프랑스 콜로니얼 양식의 건축물이 세워지기 시작했는데, 전통적인 루앙프라방의 도시 구조와 식민지 시대 지어진 건축물이 각기 다른 두 문화의 융합을 잘 보여준다는 이유로 1995년 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와트시엥통은 루앙프라방이 자랑하는 사원으로 두 겹의 처마지붕에서 보이는 우아한 곡선미와 본당 내·외부의 벽면 모자이크가 눈길을 끈다. 와트마이의 황금부조는 실제로 보면 생동감이 더 두드러진다. 사원 내부에는 작은 천불과 부처의 전생을, 사원 외부의 부조는 라오스의 풍속을 치밀하게 표현했다. 이외에도 루앙프라방에는 크고 작은 32개의 사원이 있는데 넉넉잡고 둘러보려면 2~3일이 걸린다.
여행은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이지만, 여행이 끝나면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 법. 그곳에서 눈에 담았던 풍경들, 사원의 모습, 순박한 사람들에 대한 기억은 그곳의 사진을 볼 때만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러나 때로 풍경보다 더 강하게 남는 것은 그곳 사람들의 일상이다. 꽃이 활짝 핀 아소카 나무 아래서 의자를 책상 삼아 공부하던 어린 승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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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것만은 체크! |
숙식 방비엥의 숙소는 게스트하우스(3~5달러) 위주, 루앙프라방에선 유럽풍 건물을 개조한 호텔(30~40달러)에서 묵을 만하다. 스프링롤·쌀국수(노천식당) 5천키프, 볶음밥+음료 2만~4만키프, 수박주스 5천~1만키프.
쇼핑 오후 4시에 열리는 루앙프라방의 야시장이 볼 만하다. 라오스 여인들이 손바느질로 만든 가방과 주머니, 실크 스카프 등은 색감이 화려하고 문양이 독특하다. 흥정은 기본.
환율 1달러=1만200키프(Kip), 현지인은 1달러=1만키프. 미 달러나 타이 바트화도 통용.
인터넷 사이트 thailove.net(타이·라오스 정보), travelg.co.kr(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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