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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금권선거 논란… 1조3천억달러로 표를 살 수 있을까

트럼프, 민주당 우세 전망 속 “공화당 이기면 성인 1인당 5천달러” 폭탄 발언
등록 2026-09-20 00:03수정 2026-09-21 15:09
2026년 9월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스캐롤라이나주 개스토니아에서 공화당 후보 지지 유세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2026년 9월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스캐롤라이나주 개스토니아에서 공화당 후보 지지 유세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2026년 11월3일 치르는 미국 중간선거는 역대 선거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혼자서 선거판을 들었다 놨다 해서다. 급기야 ‘금권선거’ 논란까지 불거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공화당은 다가오는 선거에서 연방의회 상하 양원 다수당 지위를 지킬 수 있을까?

 

세 번의 ‘배당금’ 약속, 모두 말뿐이었다

미국 정치행사의 꽃은 민주·공화 양당의 전당대회다. 통상 4년마다 7월 또는 8월에 열린다. 경선을 통해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정치인이 수락연설과 함께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를 지명하며 본선 경쟁의 막을 올린다. 미국의 차기 대통령 선거는 2028년 치러진다. 민주·공화 양당의 차기 전당대회는 그해 여름에 열리는 게 관례다. 그런데 2026년 9월9~10일 공화당이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전당대회를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당 지도부가 받아들여 성사된 사상 첫 ‘중간선거 전당대회’다. 트럼프 대통령이 ‘금권선거’ 논란에 불을 지핀 것도 바로 그곳 연단에서다.

“약속 하나 하겠다. 만약 공화당이 다가오는 중간선거에서 연방 하원과 상원 두 곳 모두에서 다수당 지위를 유지한다면, 미국의 모든 성인에게 5천달러(약 700만원)씩 지급하겠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9일 전당대회 연설에서 이렇게 전격 발표했다. 이른바 ‘트럼프 배당금’이란다. 전제 조건은 ‘반드시 미국에서 소비해야 한다’는 것뿐이다. 백악관 측근들도, 공화당 지도부도 트럼프 대통령이 ‘폭탄 발언’을 내놓으리란 점을 사전에 알지 못한 모양이다.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곧바로 “배당금 지급을 위해선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들어 여러 차례 ‘배당금’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집권 초기인 2025년 2월20일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가 삭감할 정부예산의 20%를 지급하는 이른바 ‘정부효율부 배당금’을 약속했다. 당시 뉴욕타임스 등 미국 매체는 이를 ‘성인 1명당 5천달러’ 수준으로 추산했다. 2025년 11월8일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도입한 건강보험 지원금을 삭감해 1명당 1천달러 이상 ‘건보 배당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이어 같은 달 17일엔 세계 각국에 무차별적으로 부과한 관세로 얻은 이익을 ‘관세 배당금’(1명당 2천달러)으로 지급하겠다고 주장했다. 모두 말뿐이었다. 이번엔 달라질까?

미국 통계청의 최신 자료를 보면, 2025년 7월1일 기준 미국 인구는 3억4178만4857명이다. 이 가운데 만 18살 이상 성인은 전체의 78.9%인 2억6976만3509명이다. 이들 모두에게 5천달러씩 지급하려면 모두 1조3488억1750만달러가 필요하다. 2026년 9월17일 환율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1871조6192억원에 해당한다. 한국의 2년치 예산을 훌쩍 뛰어넘는 액수다. 8월18일 미국의 국가부채는 40조달러(약 5경5504조원)를 돌파했다. 문자 그대로 가히 ‘천문학적’ 수치다. 배당금 운운할 처지가 아니란 뜻이다.

 

“내가 직접 출마했다고 생각하라”

 

트럼프 대통령은 왜 ‘5천달러 지급’ 공약을 내놨을까? 크게 세 가지 이유가 꼽힌다. 첫째, 낮은 지지율이다. 2025년 1월 취임 초기 48%였던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2026년 9월16일 발표된 최신 조사에서 36%까지 떨어졌다. 둘째, 악화일로로 치닫는 경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연설 때면 “미국 역사상 지금처럼 많은 미국인이 취업 상태를 유지한 건 처음”이라고 즐겨 강조한다. 취업자가 많은 건 인구가 늘었기 때문이다. 일은 하는데 임금은 낮고, 물가는 연일 치솟는다. 평범한 미국인의 삶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셋째, 결국 불리한 선거 판세 속에 어떻게든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려는 술수다. 워싱턴포스트는 9월16일치 칼럼에서 이렇게 짚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9월9일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 ‘중간선거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REUTER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9월9일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 ‘중간선거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REUTERS


“중요한 건 투표율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2020년 대선 때 자신을 지지했던 유권자를 2024년 대선에서 최대한 끌어냈기 때문이다. 반면 2020년 대선 때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던 유권자 상당수는 투표를 포기했다. (…)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건 공화당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이다. 전례 없는 중간선거 전당대회까지 열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치 지지자를 향해 ‘중간선거에 내가 직접 출마했다고 생각하라’고 호소하고 있는 게다.”

이번에도 먹힐까? 시엔엔(CNN) 방송 등 미국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연방 상원 다수당 지위를 탈환할 것이 ‘확실시’된다. 하원은 민주당이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상·하원을 나눠 살펴보자.

임기 6년의 연방 상원의원은 2년마다 정원(100명)의 3분의 1씩 돌아가며 선거를 치른다. 다가오는 중간선거에선 2020년 선거를 치른 33개주에 더해 제이디 밴스 부통령(오하이오)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플로리다)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의석까지 모두 35석을 뽑는다. 선거 대상 지역 가운데 현역 의원이 공화당 소속인 곳은 22개, 민주당 소속인 곳은 13개 지역이다. 지켜야 할 의석이 많은 공화당 쪽에 처음부터 불리한 선거란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기 때인 2018년 중간선거와 비교해보자. 당시 선거가 치러진 33개주 가운데 민주당 소속이 현역인 곳은 23개주,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이 현역인 곳은 2개주였던 것에 견줘, 공화당 소속이 현역인 곳은 8개주에 그쳤다. 당시 선거에서 공화당은 의석을 기존보다 2석 늘린 53석을 차지하며 손쉽게 상원을 수성했다.

 

2018년 똑같이 민주당이 7%p 우세

임기 2년의 하원의원은 2년마다 전체 의원(435명)을 새로 뽑는다. 2018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무려 41석을 늘리며 235석을 얻어, 199석에 그친 공화당을 누르고 하원 탈환에 성공했다. 2020년과 2022년 선거 때도 하원을 수성한 민주당은 2022년 조 바이든 행정부 중간선거 때 공화당에 하원 다수당 지위를 넘겼다. 2024년 대선과 함께 치른 선거에서도 공화당은 220석을 얻으며 과반의석(218석)을 지켰다.

폭스뉴스가 9월17일 공개한 최신 여론조사 결과, 하원 선거에서 민주당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51%다. 공화당 지지율(44%)보다 7%포인트 높다.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한 2018년엔 어땠을까? 지금과 비슷한 시기(2018년 9월12~18일)에 여론조사 전문기관 입소스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율(48%)이 공화당(41%)보다 7%포인트 높았다. 민주당의 하원 탈환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다. 트럼프 변수는 어떨까? 시비에스(CBS) 방송의 9월13일 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대하기 위해 투표하겠다’는 응답자가 45%나 됐다. ‘지지 투표’ 뜻을 밝힌 응답자는 27%에 그쳤다. ‘배당금 매직’이 통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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