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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핵심광물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지 않으려면

공급망 질서 재편하려는 미국의 시도… 시장 왜곡보다 위험 완화 전략 취하는 ‘설계자’ 돼야
등록 2026-03-12 21:27 수정 2026-03-15 09:54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아랫줄 왼쪽 셋째)이 2026년 2월4일 미국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핵심광물 장관급 회의가 끝난 뒤 폴란드 외교부 장관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와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아랫줄 왼쪽 셋째)이 2026년 2월4일 미국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핵심광물 장관급 회의가 끝난 뒤 폴란드 외교부 장관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와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모든 나라가 중국의 횡포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핵심광물 정제 능력을 극대화하고 무기화하는 데 대책이 필요합니다. 공급망은 이제 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안보의 문제입니다.”

2026년 1월28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상호의존과 세계 공급망 관리’ 비공개 워크숍에서 미국 대표가 포문을 열었다. 이에 대해 중국 쪽이 응답했다. “공격은 미국이 먼저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대응 차원에서 신중하게 수출을 통제했습니다. 누가 공급망을 정치화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시장에서 경쟁해왔을 뿐입니다. 오히려 지금 공급망을 분리하려는 시도가 더 큰 불안정을 만들고 있습니다.”

양자 협상 고집하는 트럼프의 ‘다자’ 선택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광물의 공급망과 관련해 긴장 해소 방안을 마련하고자 미국과 중국, 그리고 중견국 참가자들이 모인 이 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핵심광물 공급망은 더 이상 경제적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적 통제의 문제다. 여기서 한국은 독특한 위치에 있다. 배터리와 반도체, 자동차 등 핵심광물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산업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첨단산업의 필수 중간재를 공급하는 주요 행위자다. 2025년 12월부터 본격화한 미국 주도의 핵심광물 확보 전략에서 주요 협력 대상이기도 하다. 모든 협상을 양자로만 고집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 분야에서는 다자간 협력으로 반중국 공동전선을 구축하려 한다. 미국 혼자서는 거인 중국에 대항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필자가 참석한 두바이 회의보다 하루 전 워싱턴디시(D.C.)에 있는 싱크탱크 아틀랜틱협의회(Atlantic Council)에서 열린 강연은 이 문제의 본질을 잘 보여줬다. 중국의 핵심광물 정제 부문 지배력은 단순한 시장경쟁의 결과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전략적 정책의 산물이라는 공감대가 있었다. 중국은 낮은 가격과 정부 지원을 통해 경쟁국의 정제 산업을 무력화했고, 그 결과 글로벌 정제 능력은 중국에 집중됐다. 핵심광물 공급망의 병목은 채굴이 아니라 정제 단계에 있고, 중국은 이 병목을 시장 메커니즘이 아니라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으로 장악하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이 구조는 많은 국가를 중국 의존 상태로 만들었다. 광산을 보유해도 정제 능력이 부족하면 공급망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없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와 반도체 산업을 보유한 한국이나 영구자석이 필요한 미국은 정제된 핵심광물의 공급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기에 중국의 강한 공급독점력을 맞닥뜨리게 된다. 이 구조적 현실이 미국의 예외적인 ‘다자간 협력’ 대응을 촉발했다.

2026년 2월4일(현지시각) 미국 국무부에서 열린 핵심광물 장관급 회의에서 제이디 밴스 미국 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026년 2월4일(현지시각) 미국 국무부에서 열린 핵심광물 장관급 회의에서 제이디 밴스 미국 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이 설계한 가격 지지 구상은 통할까

2025년 12월 이래 미국은 팍스실리카(Pax Silica), 포지(FORGE·The Forum on Resource Geostrategic Engagement, 지전략적 자원 협력), 프로젝트 볼트(Project Vault)라는 세 가지 구상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2022년 출범한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Minerals Security Partnership)은 공개적이고 포괄적인 협의체였지만, 이 삼종세트는 중국을 배제하고 신뢰를 기반으로 동맹국 위주의 내부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마련한 새로운 공급망 질서다.

미국이 한국·일본·싱가포르·네덜란드·영국·이스라엘·아랍에미리트·오스트레일리아 8개국과 꾸린 팍스실리카는 단순한 원료 협력 프로그램이 아니라, 반도체 공급망의 최상류에 해당하는 고순도 석영과 이를 기반으로 생산되는 실리콘류 공급망을 동맹과 우방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지정학적 산업 전략이다. 기존 공급망이 비용 절감과 생산 효율성 극대화를 중심으로 형성됐다면, 팍스실리카는 신뢰할 수 있는 국가 사이에서 공급망을 재구성함으로써 정치적 위험을 최소화하고 공급의 안정성과 통제 가능성을 확보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이는 비교우위에 기반한 공급망에서 벗어나, 안보와 기술 패권을 고려한 선별적 상호의존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의도다. 팍스실리카는 공급망의 각 단계, 즉 채굴, 정제, 고순도 가공, 소재 생산에 이르기까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사이 장기적 협력, 공동투자, 정보 공유, 그리고 필요시 전략적 비축까지 포함하는 더 통합된 공급망 거버넌스를 구축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기존 산업 협력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포지는 기존 MSP의 진화형이다. 특히 한국이 6개월간 의장국을 맡는데, 이는 한국이 공급망 재편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프로젝트 볼트는 핵심광물의 전략적 비축을 의미한다. 이는 공급망이 단순한 생산 네트워크가 아니라 금융과 안보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일부 국가만의 핵심광물 전략동맹체를 구축해 중국에 대항하는 새 질서를 설계하려 한다.

미국이 고려하는 더 근본적인 접근은 가격 메커니즘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핵심광물 정제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이 압도적 경쟁력을 갖게 된 중요한 이유는 낮은 가격이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낮은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었고, 이는 다른 국가 기업들의 시장 진입을 어렵게 했다.

그 대응으로 미국 정책 당국과 일부 전문가는 가격 지지 메커니즘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시장가격보다 높은 수준에서 핵심광물 정제 제품의 가격을 보장하거나, 장기 구매 계약이나 보조금을 통해 중국을 제외한 국가의 기업 수익성을 확보해주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정제 능력을 구축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것이다.

중견국은 기술협력 플랫폼 열어야

이런 접근은 중요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가격지지는 공급망 상류 부문에 특화한 기업에는 강력한 생산 확대 유인으로 작용하겠지만, 하류 부문 산업에는 비용 상승으로 작용한다. 배터리·반도체·전기차 산업은 핵심광물을 원료로 쓰기 때문에, 원료 가격 상승은 곧 제품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한국 같은 제조 중심 경제에서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중국 기업들이 여전히 낮은 가격으로 공급을 유지할 경우, 한국 기업들은 인위적으로 설정한 더 높은 원료 비용을 부담하면서 글로벌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공급망 다변화’라는 전략적 목표와 ‘산업 경쟁력 유지’라는 경제적 목표 사이의 긴장이 발생하는 것이다.

두바이 회의에서 인상적이었던 점은, 미국과 중국 모두 자국을 취약한 존재로 규정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정제 능력 부족을 취약성으로 인식했고, 중국은 특정 원료를 미얀마 등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지정학적 위험을 언급했다. 액면 그대로를 믿는다면 미국과 중국이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 설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견국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위치에 놓였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에 적극 참여하면 중국과의 기존 산업 연결이 약화할 수 있고 이는 가격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참여하지 않으면 새로운 공급망 질서에서 배제될 위험이 있다. 중국을 포함하는 질서를 구축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으나 그런 구조가 현실화하는 데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은 딜레마적 상황의 중심에 있다.

따라서 한국의 대응은 단순한 참여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공급망 재편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전략이어야 한다. 우선, 가격지지 같은 시장 왜곡적 접근보다는 투자 위험을 줄이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정제시설 투자에 대한 보증과 보험, 장기구매 계약 같은 위험을 완화하는 메커니즘은 공급망 다변화를 촉진하면서도 시장가격을 인위적으로 왜곡하지 않는다.

나아가 공급망 투명성과 정보 공유를 강화해야 한다. 수출 통제나 생산 중단과 같은 조치에 대한 사전 정보 공유는 시장 불안을 줄이고 공급망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정제 기술과 처리 능력에 대한 협력도 확대해야 한다. 중견국들은 기술협력과 공동투자를 통해 정제 능력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 한편, 배제가 아니라 개방성을 유지하는 플랫폼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초기에는 일부 국가 중심으로 시작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모든 주요 공급망 참여국이 참여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공급망의 분절을 방지하고 안정성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2026년 2월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핵심광물 장관급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조현 외교부 장관이 2026년 2월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핵심광물 장관급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배제·분절 대신 안정·개방 동시 추구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전세계 미래산업에서 국제 공급망 질서의 구조적 전환을 뜻한다. 공급망은 더 이상 단순한 생산 네트워크가 아니라 권력 구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광물 공급망의 미래는 배제와 분절이 아니라, 안정성과 개방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전략적 선택은 산업 경쟁력뿐 아니라 세계경제 질서에서의 위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한국도 단순한 참여자가 아니라 공급망 안정과 협력을 위한 제도적 해법을 제시하는 중요한 설계자가 될 수 있다.

 

김흥종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선임연구위원·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20세기 질서가 무너진 격변의 시대. 복잡한 세계경제 현안을 깊은 시각으로 해설합니다. 4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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