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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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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향해 총 쏘고 구급차까지 막은 트럼프의 아이스

시위 현장에서 자동차 돌리자 단속요원이 총격… 연방정부, 추모·항의 물결에 적반하장 공세
등록 2026-01-15 20:43 수정 2026-01-18 12:31
2026년 1월9일 미국 뉴욕에서 시민들이 이민세관단속국 요원의 총에 맞아 숨진 러네이 니콜 굿을 추모하는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 REUTERS 연합뉴스

2026년 1월9일 미국 뉴욕에서 시민들이 이민세관단속국 요원의 총에 맞아 숨진 러네이 니콜 굿을 추모하는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 REUTERS 연합뉴스


 

미국 통계청의 최신 인구조사(2024년) 결과를 보자. 미국에 거주하는 소말리아계 인구는 25만9694명이다. 이 가운데 미네소타주 최대 도시 미니애폴리스와 주도인 세인트폴을 아울러 일컫는 ‘트윈시티’에 사는 소말리아계 인구는 약 8만6천 명에 이른다. 트윈시티는 소말리아계 이민자에게 ‘고향’ 같은 곳이다.

2025년 12월 초 트윈시티 일대에서 국토안보부에 딸린 이민세관단속국(ICE·아이스) 요원들이 불법이민자 단속에 나섰다. 소말리아계 이주민이 표적이었다. 12월 말 구독자 154만 명을 자랑하는 20대 극우 유튜버 닉 셜리가 미네소타주 소말리아 이민자 공동체가 막대한 연방정부 보조금을 받아 운영하는 보육시설에 정작 아이가 1명도 없다는 내용의 영상을 올렸다. 곧바로 영상 조회수가 급증했다. 미네소타주 어린이·청소년·가족부는 즉각 영상에 나오는 보육시설을 방문조사했다. 셜리의 주장은 거짓으로 확인됐다.

극우 유튜버 거짓 영상으로 시작된 단속

소말리아를 ‘쓰레기 같은 나라’라고, ‘잘하는 건 해적질밖에 없다’고 공공연히 비난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2026년 1월4일 미네소타주로 아이스 요원 1500명이 증파됐다. 국토안보부는 소말리아 이민자 공동체의 ‘불법행위’를 수사한다며 전담인력 600명을 추가로 파견했다. 트윈시티의 거리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1월7일 오전 미니애폴리스의 이스트 34번가와 포틀랜드 애비뉴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총성이 울렸다. 국토안보부는 트리샤 맥러플린 대변인의 명의로 성명을 내어 이렇게 주장했다.

“오늘 미니애폴리스에서 불법이민자 수색 작전을 수행 중이던 아이스 요원들을 폭도가 가로막았다. 폭도 가운데 한 여성은 차를 무기화했다. 그는 연방요원을 살해할 목적으로 차로 들이받으려 했다. 명백히 ‘국내 테러’에 해당하는 행위다. 자신과 동료의 생명과 공공의 안전에 위협을 느낀 요원은 방어적으로 총을 발사했다. 그는 숙련된 방식으로 자신과 동료의 목숨을 구했다. 범법자는 총격을 입고 사망했다. 부상을 입은 요원은 다행히도 곧 회복될 것이다.”

2026년 1월8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연방정부 청사 앞에서 이민세관단속국 요원의 총에 맞아 숨진 러네이 니콜 굿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향해 연방요원이 최루탄 발사기를 들이대며 위협하고 있다. REUTERS 연합뉴스

2026년 1월8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연방정부 청사 앞에서 이민세관단속국 요원의 총에 맞아 숨진 러네이 니콜 굿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향해 연방요원이 최루탄 발사기를 들이대며 위협하고 있다. REUTERS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그 여성이 (연방요원을 향해) 고함을 지르는 걸 보니 프로 선동꾼이 분명하다. 요원이 총을 쏜 것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 연방요원은 미국을 안전하게 지키는 본업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제이디 밴스 부통령은 흡사 ‘문화전쟁’이라도 일으킬 기세다. 그는 1월8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언론과 ‘좌파 세력’을 싸잡아 맹비난했다.

“이번 사건 관련 보도는 내 평생 최악이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자기방어에 나선 요원을 마치 연방정부의 암살자처럼 취급하고 있다. (…) 한편으론 그 여성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가 좌파 이념의 희생자란 점 때문이다. 젊은 엄마가 왜 법을 집행하고 있는 아이스 요원을 차로 들이받으려 했겠나? 그 정도가 되려면 일정한 세뇌를 당해야 한다. (…) 여러분은 진실을 보도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어떻게 정상적인 법 집행을 가로막는 과격한 좌파의 선전선동 도구로 전락해버리고 만 건가?”

총격 뒤 현장 의사·구급차 접근도 막아

아이스 요원의 총에 맞아 숨진 피해자는 세 아이의 엄마인 백인 여성 러네이 니콜 굿(37)이다. 시엔엔(CNN) 방송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사건 당일 굿은 6살 아들을 학교에 내려준 뒤 동성 연인과 함께 단속 현장으로 향했다. 길가에 연인을 내려준 굿은 차를 돌려 도로의 일부를 막았다. 주변에선 호루라기 소리가 요란했다. 동네에 아이스 요원이 나타났음을 알리는 경고다. 일부 주민은 아이스 요원을 향해 “당장 우리 동네에서 꺼져”라고 외쳤다. 이윽고 굿의 자동차 주변으로 단속요원 서너 명이 다가섰다. 굿은 요원을 향해 웃으며 “괜찮아요. 당신한테 화난 건 아니에요”라고 말한 뒤, 차를 돌려 현장을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요원들이 굿을 끌어내려 했다. 이를 피해 굿은 차를 출발시켰다. 그때 총성이 울렸다.

현지 방송 폭스뉴스2가 1월7일 목격자의 말을 따 전한 총격 당시의 현장 상황은 국토안보부의 주장과 전혀 달랐다. 한 목격자는 “사건 당시 피해자가 탄 차의 운전석 문 옆에 서 있던 요원이 차가 움직이자 뒤로 물러서더니 갑자기 총을 세 차례 발사했다”고 전했다. 다른 목격자는 “피해자의 차는 절대 연방요원을 향해 돌진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마침 사건 현장에 있던 의사가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겠다고 나섰지만, 연방요원이 가로막았다. 사건 발생 15분여 만에 구급차가 현장 부근에 도착했다. 하지만 아이스 요원 차량이 도로를 막고 있어 피해자에게 접근할 수 없었다. 방송은 목격자들의 말을 따 “결국 아이스 요원들이 ‘축 늘어진’ 피해자의 몸을 들어서 구급차로 옮겼다”고 전했다.

소말리아 난민 출신이자 민주당 진보파의 일원인 일한 오마르 하원의원(미네소타주 5번 선거구)이 2026년 1월13일 미 의회에서 이민세관단속국 요원의 총격으로 숨진 러네이 니콜 굿 사건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소말리아 난민 출신이자 민주당 진보파의 일원인 일한 오마르 하원의원(미네소타주 5번 선거구)이 2026년 1월13일 미 의회에서 이민세관단속국 요원의 총격으로 숨진 러네이 니콜 굿 사건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아이스 요원들이 처음 나타났을 때부터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제이컵 프라이 미니애폴리스 시장은 1월7일 기자들과 만나 “아이스 요원들은 우리 도시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온 게 아니다. 그들은 가족을 찢어놓고, 거리에선 혼란을 조장한다. 그리고 이제 사람이 죽었다. 여러분 모두에게 분명히 말한다. 정당방위 주장은 헛소리”라고 말했다. 2024년 대선 때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나섰던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1월8일 소셜미디어 엑스에 국토안보부의 성명을 첨부해 올린 글에서 이렇게 밝혔다. “사건 당시 현장 영상을 봤다. (국토안보부의) 거짓 선동이 이 정도 수준일 줄 몰랐다. 미네소타주는 전면적이고, 공정하며, 신속한 진상조사를 통해 책임을 규명하고 정의를 구현할 것이다.”

월즈 주지사의 다짐은 공염불이 됐다. 법무부 쪽은 “연방요원이 연루된 사건은 연방정부 관할”이라며 미네소타주와 미니애폴리스 당국을 사건 수사에서 철저히 배제했다. 뉴욕타임스는 1월12일 “연방수사국(FBI)이 굿이 아이스의 과잉 단속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연계됐는지를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

외려 소말리아 난민 임시보호 종료

러네이 니콜 굿의 억울한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꿈쩍도 안 한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1월13일 “(1991년부터) 소말리아 출신 난민에게 부여했던 임시보호신분(TPS) 제도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임시보호신분은 특정 국가 출신자가 인도주의적 긴급상황으로 귀국할 수 없을 때 미국에 머물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놈 장관은 “소말리아 국적자를 임시로 머물 수 있게 하는 건 미국의 국익에 반한다. 미국인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다시 위대해진 트럼프의 나라답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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