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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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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과 중국, ‘일대일로’ 붙었다

대중국 통일전선 공식화한 G7과 “가짜 다자주의” 반발한 중국
등록 2021-06-19 01:33 수정 2021-06-19 11:02
2021년 6월12일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7개 회원국과 참관국 정상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앞줄 오른쪽 둘째)은 이번 회의에 참관국 정상 자격으로 공식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 연합뉴스

2021년 6월12일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7개 회원국과 참관국 정상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앞줄 오른쪽 둘째)은 이번 회의에 참관국 정상 자격으로 공식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 연합뉴스

“미국이 테이블에 돌아왔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국제 질서는 파벌 정치가 아니다.”(중국 공산당 정치국)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패권 대결이 팽팽한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2021년 6월11~13일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참가국들은 중국을 견제하는 통일전선을 공식화했다. 이번 회담에는 기존 회원국에 더해 한국·오스트레일리아·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4개국이 참관국으로 공식 초청됐다. 미국의 중국 견제가 서방과 동맹국을 끌어들인 전면적 중국 포위·압박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는 중국이 시진핑 집권 이후 야심 차게 추진하는 글로벌 중화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대국굴기 등 공세적인 세계 전략과 정면충돌한다. 중국이 G7에 반발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

공동성명 태반이 중국 겨냥

6월1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폐막 직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가장 깊이 있는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함께 세계를 이끌기 위해 돌아왔다”며 미국의 세계 무대 복귀를 선언했다. “우리는 중국 자체가 아니라 세계의 독재자들, 독재정부들과 경쟁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21세기에 민주국가가 그들과 겨룰 수 있는지가 걸린 경쟁이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우며 동맹국들과 갈등을 빚고 지구촌 공동 문제에 개입과 책임을 회피했던 것을 원상태로 돌려놓겠다는 뜻이다. 미국의 막강한 경제·군사력이 하드 파워라면, 바이든이 강조하는 ‘가치 외교’의 핵심인 ‘인권’은 소프트 파워다. 인권은 미국이 중국·러시아·북한·이란 등 적대적 국가들을 압박하는 강력한 지렛대다.

G7 정상들은 이번 회의에서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선 ‘더 나은 세계 재건’의 출범 △저소득국가에 코로나19 백신 10억 회분 이상 기부와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발원지 중국 조사 협력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0) 달성 노력 △중국에 신장웨이우얼(위구르)자치구와 홍콩의 인권·자유 존중 촉구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15%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도쿄올림픽 2021년 여름 개최 지지 등에 합의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태반이 중국을 직접 겨냥했다.

중국 최고 수뇌부인 공산당 정치국의 양제츠 외교 담당은 G7 회의 개막일인 6월11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한 통화에서 “진정한 다자주의는 유엔 헌장과 국제법 원칙에 근거한 것이지, ‘스몰 서클’(소집단)의 이익에 기초한 가짜 다자주의가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6월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나란히 서방의 압박에 직면한 중국과 러시아는 전략적·군사적 관계를 강화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전문가들의 말을 전했다.

앞서 6월8일엔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 타임스>가 ‘G7이 더는 국제사회를 호령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이 신문은 “미국의 바이든 정부 체제에서 G7의 쇠퇴를 확인이라도 하는 것처럼 G7을 민주주의 세계의 대표이자 챔피언으로 재편성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인도·오스트레일리아·남아공을 초청하고 G7을 D10으로 확대한다는 논의도 있지만, 이는 G7이 글로벌 리더에서 이데올로기 분파로 쪼그라들고 있음을 보여줄 뿐 아니라 기존 또는 잠재적 신규 회원국들의 동의를 얻을 것 같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중국 압박’이란 딜레마

D10은 ‘G7+3’ 체제로, G7의 기존 회원국에 한국, 오스트레일리아, 인도를 끌어들여 G7을 ‘민주주의 10개국’(Democratic 10)으로 확대 개편한 개념이다. 아직 실체가 없는 구상 단계이지만, 미국이 관심을 적극적으로 보인다. 2020년 6월, 미국 외교·안보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는 ‘G7은 잊어라, D10을 건설하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2021년 G7 주최국인 영국뿐 아니라 대서양 양안(미국과 유럽)에 황금 기회가 될 것이란 주장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세계경제의 거인이 되면서 대다수 서방국가에선 명분과 현실 사이의 딜레마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6월13일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중국과의 대결이 바이든 외교 정책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지만, G7 회원국의 일부 정상은 바이든만큼 중국을 압박하는 것에 열성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신장 위구르족 등 자국 내 소수민족을 강제노동에 동원한다고 비판하는 내용을 G7 공동성명에 명시할 것인지를 놓고 미국과 다른 회원국 사이에 미묘한 온도차가 있었던 게 한 사례다. 서방 대다수 나라는 중국과 정치·군사적으로 대립하지만 경제적 이해관계는 매우 긴밀하다. 독일은 연간 수백만 대의 자동차를 중국에 수출한다. 한국과 일본은 중국과 함께 동북아시아의 지정학 권역인데다 중국이 1, 2위의 교역 상대국이다. 이탈리아는 2019년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애초 G7은 1973년 국제 원유가가 급등한 ‘오일쇼크’로 세계경제가 휘청거리자 미국·영국·프랑스·서독·일본 등 5개국 재무장관이 대책회의를 한 데서 시작했다. 1975년 ‘G5 정상회의’로 승격됐고, 그 이듬해 이탈리아와 캐나다가 합류해 G7이 됐다. 1998년에는 러시아가 정식 회원국이 되면서 한때 G8로 확대됐으나,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크림반도를 합병하자 퇴출시키고 G7 시대로 복귀했다.

힘겨운 균형 외교라는 과제

2021년은 1991년 옛소련이 붕괴하고 냉전체제가 해체된 지 꼭 30주년이다. 그런 시점에서 세계 최상위 부유국들의 경제협의체로 출범한 G7이 미-중 신냉전 대결 구도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의 지정학적 협의기구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는 것은 역설적이다. 2021년 G7 정상회의에 한국이 공식 초청된 게 우리의 국력 증진과 국제적 위상 강화를 반영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기회이자 위기’라는 진부한 표현에 딱 들어맞는 상황이기도 하다. 한국은 양대 경제 교역국이자 한반도 안보의 양대 이해 관계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힘겨운 균형 외교를 유지해야 하는 과제가 더 절박해졌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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