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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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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맞고 아파트 받고

코로나19 후반전, 백신 접종률 높이기 위한 세계 각국의 유인 정책과 효과
등록 2021-06-04 16:55 수정 2021-06-05 02:33

언제 끝날지 기약 없던 ‘코로나19와의 전쟁’이 후반전에 접어들었습니다. 예상보다 빨리 백신이 개발돼,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으로 접종이 시작됐죠. 인구 대부분이 코로나19에 걸리는 최악의 상황을 제외하면, 백신은 영원히 잊지 못할 이 끔찍한 전쟁을 끝장낼 유일한 무기입니다.

매출 감소로 사업 존폐를 고민하는 40대 자영업자 김성훈씨도 2021년 안에 모든 게 정상화되기를 고대합니다. 정부가 11월이면 집단면역에 이른다는 말에 한시름 놓았습니다. 그는 매출 회복을 기대하며 6개월만 더 버텨보자, 마음먹었습니다.

누가 백신을 거부하는가

그런데 아뿔싸, 복병이 생겼습니다.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2021년 4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선 59%만이 백신을 맞겠다고 했고, 19%는 접종을 미루겠다, 16%는 맞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2021년 5월 첫째 주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는 71%가 백신을 맞겠다고 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대로 성인의 70%가 백신을 맞는다면 집단면역에 이를 수 있을까요? 답은 ‘아니다’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백신은 18살 이상이 맞을 수 있습니다. 집단면역에 이르려면 성인 인구의 약 90%(전체 인구의 75%)가 백신을 맞아야 합니다. 결국 접종을 미루거나 맞지 않겠다는 사람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집단면역에 도달할 수 없더라도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일은 너무도 중요합니다. 백신은 감염 확률을 낮춰주지만, 병원에 입원할 만큼의 심각한 증상이나 사망은 거의 전부 예방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과 중증질환은 대부분 65살 이상 노인에게서 발생합니다. 그렇기에 노인 대부분이 백신을 맞는다면 설사 코로나19가 종식되지 못해도 관리하고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이 되고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먼저 백신 수용성이 낮은 사람이 누구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젊은층의 백신 수용률이 낮습니다. 표1은 한국리서치의 조사 결과인데요, 20대는 불과 58%만이 백신을 맞겠다고 응답한 반면, 60대 이상은 79%가 백신을 이미 맞았거나 맞겠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노령층에 백신은 비용 대비 이득이 크기 때문입니다. 홍콩과학기술대학 임우영 교수는 자발적인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형성의 실험 연구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Lim and Zhang, , 2020). 사람들은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치러야 할 대가(신체적 위험, 사회적 낙인효과 등)와 백신 접종 비용(백신 부작용, 접종과 관련된 심리·사회적 비용 등)을 함께 고려해서 백신 접종 여부를 결정합니다. 감염의 대가가 클수록, 백신 접종 비용이 낮을수록 백신 접종을 선호합니다. 결국 중증화 비율이 낮고 백신 부작용이 큰 젊은층의 백신 수용성이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 성향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서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백신 수용성은 약 80%지만,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수용성은 44%에 불과합니다. 현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백신 수용성이 높은 현상은 다른 나라에서도 관찰됩니다. 미국에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는 지역일수록 백신 수용성이 높습니다. 그림1은 미국의 주별 정치 성향과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사람 비율의 상관관계입니다. 오른쪽 빨간색 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왼쪽 초록색 원이 바이든 현 대통령에게 더 많이 투표한 주입니다. 바이든을 지지한 주에서 접종을 주저하는 사람의 비율이 낮습니다.

인터넷 못해도 정보 받고 백신 맞도록

홍콩은 정부 불신이 백신 접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홍콩 정부는 화이자-바이오엔텍 백신과 시노백 백신을 일찌감치 충분히 확보했습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3개월이 지난 지금, 엄청난 양의 백신을 폐기해야 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백신 접종률이 20%에도 못 미치기 때문입니다. 지금 속도라면 백신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8월 말까지 접종률이 40%도 되지 못할 것입니다. 낮은 접종률은 상당 부분 정부에 대한 반감과 불신에서 기인합니다. 2019~2020년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홍콩 사람들은 정부에 엄청난 불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많은 홍콩 사람이 백신을 맞는 것이 정부에 동조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백신 접종은 어떻게 늘릴 수 있을까요? 영유아 백신, 자궁경부암 백신, 계절성 독감 백신 등의 수용성을 올리는 방안을 연구한 논문은 수십 편에 이릅니다. 이들 연구가 제시한 방안은 크게 ①정보 제공과 설득 ②금전적 인센티브 ③비금전적 인센티브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충분한 정보 제공이 백신 접종률을 높인다는 것은 당연해 보여서 간과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교육수준이 매우 낮은 사람이나(글을 읽지 못하는 분 등) 노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백신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서 어떻게 접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 활용에 제약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어떻게 제공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금전적 인센티브도 효과적입니다. 미국 오하이오주에선 백신을 맞은 사람들에게 복권을 주고 일주일에 한 번씩 5주간 당첨자를 발표합니다. 한 번에 100만달러(약 11억원)를 줍니다. 청소년은 4년치 대학 장학금을 받습니다. 5월26일 첫 당첨자 발표가 있었는데, 당첨자의 사연은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 언론에도 많이 소개됐습니다. 복권 프로그램 도입 이후 줄어들던 백신 접종률이 반등의 기회를 찾았다는 평가입니다.

미국 메릴랜드주는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주민 가운데 하루에 1명씩 뽑아 4만달러(약 4400만원)를 줍니다. 프로그램 이름을 ‘백신 맞고 돈 받아라’라는 뜻의 백스캐시(VaxCash)로 정했습니다. 뉴욕주도 ‘백신 맞고 복권’이라는 뜻의 백스앤드스크래치(Vax&Scratch) 프로그램을 통해 백신 접종자에게 최대 500만달러(약 55억원) 규모의 상금을 주는 복권을 지급합니다.

복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는 백신을 맞을 때마다 25달러 현금카드를 주어 백신 접종이 완료되면 50달러를 손에 쥐게 됩니다. 웨스트버지니아주는 접종이 완료되면 100달러 예금증서를 주지요. 인도 북델리 시장은 백신을 맞으면 재산세를 5% 감면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미국 오하이오주에선 백신 접종을 한 시민에게 복권을 주고 100만달러(청소년에겐 대학 학자금)의 당첨금을 걸었다. 백신 복권 당첨자들의 모습. 미국 오하이오주 지역방송 WKYC 페이스북 갈무리

미국 오하이오주에선 백신 접종을 한 시민에게 복권을 주고 100만달러(청소년에겐 대학 학자금)의 당첨금을 걸었다. 백신 복권 당첨자들의 모습. 미국 오하이오주 지역방송 WKYC 페이스북 갈무리

복권과 아파트, 매우 낮은 확률의 힘

홍콩은 민간기업이 나섰습니다. 사이노그룹(信和集團) 등 홍콩의 부동산 재벌 기업들은 1080만홍콩달러(약 15억5천만원)에 이르는 홍콩 중심가의 새 아파트를 백신 경품으로 내걸어 홍콩 사회에서 큰 화제가 됐습니다. 일부 호텔은 백신 접종자에게 객실료를 50%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습니다. 민간기업이 이렇게 나서는 이유는 기업 홍보 효과가 크고, 집단면역 달성으로 홍콩 경제가 살아나면 이들이 누릴 유익이 상당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선 금전적 인센티브를 ‘조건부 재난지원금 지원’ ‘민간기업의 자발적 인센티브 활성화’ ‘백신 복권 도입’ 등으로 추진해볼 수 있습니다. 먼저 조건부로 재난지원금을 지원하는 방법은, 지원금 수령시 백신 접종 조건을 설정하는 것입니다. 기업의 경우 임직원 백신 접종률이 일정 수준(가령 80%) 이상인 조건으로 지급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을 ‘조건부 현금급여’(Conditional Cash Transfer)라고 하는데 이미 수많은 연구에서 성공적 방법으로 증명됐습니다.

또한 홍콩 사례와 같이 민간기업이 자체적으로 백신 인센티브를 도입하도록 독려해야 합니다. 임직원 중에 코로나19 환자가 생기면 기업의 피해가 막심합니다. 회사를 24시간 동안 폐쇄하고 밀접 접촉한 직원들은 2주 동안 자가격리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회사도 직원이 백신을 맞도록 도울 유인이 있습니다. 이미 많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백신 (유급)휴가를 도입했습니다. 금전적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기업도 곧 나올 것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민간기업이 백신 인센티브를 도입하도록 장려해야 합니다. 접종률이 높은 중소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면 어떨까요?

마지막으로, 백신 복권 도입을 적극 검토해볼 만합니다. 복권과 정액 현금 지급 가운데 백신 인센티브로 무엇이 나은 방법일까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20주 동안 일주일에 한 명씩 100억원의 복권 당첨자를 뽑는다면 2천억원이 듭니다. 같은 기간 약 2천만 명이 백신을 맞는다고 가정하면 한 사람당 1만원이 지급됩니다. 1등 당첨자에게 100억원을 주는 복권과 모두에게 1만원의 현금을 주는 방안 중 무엇이 나을까요?

젊은층엔 자유, 고령층엔 접근성

복권이 훨씬 낫습니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행동경제학자이자 심리학자인 대니얼 카너먼의 전망이론(Prospect Theory)에 따르면,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매우 낮은 확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확률 왜곡’(Probability Distortion)이라고 합니다. 그렇기에 평균적으로 손해임을 알면서도 일확천금의 꿈을 가지고 복권을 사는 거지요. 같은 비용이 든다면 복권이 정액 지급보다 나은 방식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큰 금액의 복권은 화제가 됩니다. 회자되는 것만으로도 백신 접종률은 오를 것입니다.

현금 지급은 사람들이 ‘코로나19 백신은 돈 받고 맞는 것이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금전적 인센티브가 사라지면 오히려 백신 수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를 ‘기준점 효과’라고 합니다. 극소수에게만 이벤트성으로 지급되는 복권은 이런 걱정이 적습니다.

‘투명인간’ ‘신데렐라’ ‘블루마블’ 등 비금전적 인센티브도 중요합니다. 먼저 ‘투명인간 인센티브’는 백신 맞은 사람들을 실내 다중이용시설, 종교기관 등의 인원 제한에서 제외하는 것입니다. 인원 제한에 걸리지 않는 투명인간으로 대우하는 겁니다. 술집, 식당, 카페 등의 밤 10시 영업 제한을 면제해주는 게 ‘신데렐라 인센티브’도 있습니다. 신데렐라의 경우 밤 12시 통금이 있었지만 백신을 맞으면 그 통금이 사라지는 거지요. 마지막으로 ‘블루마블 인센티브’는 여행과 관련한 인센티브로 백신 ‘트래블 버블’(특정 국가 간 여행 허용) 혹은 저위험 국가 여행 뒤 자가격리를 면제해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인센티브는 나이에 따라 효과가 상이합니다. 독일에선 2만여 명에게 나이에 따라 백신 인센티브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조사했습니다(Klüver et al. 2021). 금전적 인센티브는 50유로(약 6만8천원)를, 비금전적 인센티브는 여행과 레스토랑·극장·콘서트 방문의 ‘자유’를 설정했습니다. 그리고 아주 가까운 곳(동네의원이나 접종센터)에서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접근성 향상’ 인센티브를 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는 그림2와 같습니다. 젊은층은 ‘자유’에 반응하고, 노년층은 ‘접근성’에 반응합니다. 금전적 인센티브는 모든 연령에서 효과가 있습니다.

얼마 전 우리나라도 백신 인센티브를 도입했습니다. 표2에 잘 요약됐습니다. 가족 모임, 사적 모임, 종교활동, 실내 다중시설 이용에서 인원 제한을 풀어주는 ‘투명인간 인센티브’ 위주입니다. 주로 젊은층에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노인층을 위한 것이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노인층 접종률을 올리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인데 말입니다. 유일한 예외가 요양병원과 시설의 접촉 면회가 가능해진 거지요.

불신 극복에 야당이 나서야

노인층 접종률 향상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백신 접근성을 높일 백신 접종 가정방문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저는 에티오피아에서 가정방문 프로그램과 교통편 제공을 통해 5%에 불과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검사 비율을 70%로 끌어올린 경험이 있습니다(Kim, Haile, and Lee, , 2017). 촘촘한 행정력을 동원해 인터넷과 전화 사용이 불편한 노인들도 쉽게 접종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지자체는 노인복지관과 경로당 재개를 추진하되, 백신 접종자만이 출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백신의 정치화도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야당을 지지하는 분들은 백신 접종을 꺼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극복할 힘은 정부와 여당이 아닌 야당과 보수 성향의 언론매체가 가지고 있습니다. 연예인들의 백신 접종 인증도 큰 도움이 되겠지만 야당 대표, 대선 주자, 보수 언론인이 나서서 백신을 맞는 모습이 널리 알려진다면 우리는 정상적인 삶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미국 코넬대학 정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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