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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떠나기로 결심하다

국민투표로 결정된 43년 만의 EU 탈퇴… 다음 목적지는 어디로
등록 2016-06-29 14:48 수정 2020-05-03 04:28
6월24일(한국시각)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하는 국민투표가 끝난 뒤 런던 중부 이즐링턴의 투표소에서 직원이 표를 분류하고 있다. REUTERS

6월24일(한국시각)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하는 국민투표가 끝난 뒤 런던 중부 이즐링턴의 투표소에서 직원이 표를 분류하고 있다. REUTERS

‘51.9% vs 48.1%’.

영국이 결국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택했다. 6월24일(한국시각) 영국 전역에서 실시된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에서 유권자 4650만 명 가운데 72.2%의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이 중 절반을 넘긴 1741만 명(51.9%)이 탈퇴에 찬성했다. 영국이 EU 회원국 자격을 43년 만에 반납하는 결정이었다. 격동의 시절이 다시 도래하는 것을 원치 않았던 전세계 ‘주류’ 정·언·재계의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캐머런 총리, 10월 사임 의사 밝혀

세계 5위 경제 대국의 EU 탈퇴 결정은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당장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국민투표 결과 발표 직후 “다음 목적지를 향할 선장으로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10월 사임 의사를 밝혔다.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도 “EU에서 탈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으면서 ‘프렉시트’ ‘넥시트’라는 말이 쏟아졌다. 대륙을 건너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반이민·고립주의가 탄력받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더 큰 문제는 경제 쪽 파장이다. 이날은 이른바 ‘검은 금요일’이 됐다. 파운드화 가치가 최근 30년 사이 최저치로 폭락했고,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엔화 가치는 폭등했다. 영국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의 증시와 은행주가 폭락했다. 말할 것도 없이,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금융권이 출렁였다.

브렉시트 국민투표의 객관적 여파는 언론을 통해 이미 알려진 대로다. ‘EU 탈퇴냐, 잔류냐’를 묻는 영국 국민투표를 앞둔 6월20~21일, 필자는 우연히 영국 런던에 머물렀다. 애초 온 나라가 찬반 토론으로 시끄럽지 않을까 하는 예상은 (적어도 내 눈에 들어온 런던 사람들의 모습 기준으로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출퇴근하거나 차를 마시는 사람들의 옷에 ‘Vote in’(투표해) 같은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붙인 사람들이 간혹 눈에 띄었지만, 거리에는 벽보 한 장 찾아볼 수 없었다. 투표를 이틀 앞둔 화요일 밤, [BBC]를 통해 생중계된 특별토론을 보고서야 투표일이 임박했음을 실감했다.

영국 시민들의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도 이번 투표 결과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는 있다. 영국 내 많은 유권자들은 이번 국민투표에 ‘EU 탈퇴 여부’ 못지않게 ‘엘리트 의식에 사로잡힌 영국 정치권’을 심판한다는 의미를 담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투표를 일자리, 복지, 빈부 격차, 소득 불평등, 교육 등 많은 문제에 쌓인 불만을 표출하는 기회로 삼았다는 것이다. 조 콕스 하원의원이 극우 사상에 동조하는 듯 보이는 피의자에 불의의 총격으로 살해된 사건도 어떤 형태로든 정치적 영향을 줬을 것이다.

영국 외부에선 이번 결정에 반대 의견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당신, 도대체 유럽에 왜 이렇게 어깃장을 놓는 거요?” 실제 영국인들은 올여름 휴가지에서 유럽 시민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을지 모른다. 애초 영국 밖에선 브렉시트 반대 의견이 많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영국이 EU에서 나가면 통상 부문에서 새 조약을 맺어야 한다. 영국을 EU보다 우선순위에 놓고 진행하기 어렵다”고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주장처럼, 유럽 회의주의 세력을 정치적으로 설득하는 데 실패한 캐머런 총리가 국민투표라는 수단을 너무 일찍, 쉽게 꺼냈다는 반발도 있다.

브렉시트를 바라보는 걱정스런 시선도

유럽에서 만난 한 스페인 친구는 “지금 영국 국민투표는 아무런 계획 없이 일단 탈퇴 여부를 결정하고 그때 가서 뭐를 어떻게 해보자는 식으로 보인다”며 우려를 표했다. 어쨌든 영국이 EU에서 탈출했다는 사실은 변할 수 없다. 영국, 그리고 세계는 ‘브렉시트’ 이후 어떤 비상구를 찾게 될까?

송인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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