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근 10년 동안 ‘도둑맞은’ 아들을 찾아 천리길, 만리길을 내달렸다. 2006년 3월4일 집 앞에서 친구들과 놀던 5살 아들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동네 친구들과 이웃들에게 탐문한 결과, 그날 아들은 ‘펑 아저씨’라고 불리는 외지 남자를 따라 버스를 타고 마을을 떠났다.
그로부터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도둑맞은 아들의 행방은 어디서도 찾을 길이 없다. 엄마의 이름은 차오메이링(曹美玲). 그녀는 중국 광시성 췐저우전의 작은 시골마을 의사다. 마을에서 평판이 좋은 의사였다. 아들을 유괴해간 ‘펑 아저씨’는 머리를 다쳐 그녀의 진료소에서 열흘 이상 치료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 돈이 없는 그를 딱하게 여겨 무료로 치료해줬고, 자기 집에 불러 자주 밥도 같이 먹었다고 한다. 그랬던 그가 은혜를 원수로 갚은 것이다.
아들을 찾기 위해 사방을 돌아다닌 차오메이링은 전국 각지에서 걸려오는 온갖 사기 제보에 시달렸고 적잖은 돈도 사기당했다. 현지 경찰의 비적극적인 수사에 실망해, 베이징으로 여러 차례 상팡(上訪·베이징 신방국에 억울한 일을 투서하는 행위)을 가기도 했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다행히 유괴범이 우체국에서 고향으로 부친 우편물 주소가 있어서 그의 부모가 살고 있는 집을 찾아갈 수 있었다. 아들의 종적을 알 수 있을까 해서 찾아간 유괴범의 고향 집은 허물어져가는 초가집에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게 살고 있는 연로한 부모만이 있을 뿐이었다. 유괴범의 네 형제들은 대부분 살인과 강도 등 많은 범죄에 연루돼 감옥에 있거나 형을 마치고 나와 또다시 범죄를 저지른 흉악범이었다. 본명이 천광싱인 유괴범 역시, 차오메이링의 아들을 유괴했을 당시 감옥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차오메이링은 유괴범의 고향 마을을 정기적으로 찾아가 농번기에는 아예 그 집에 머물면서 그의 부모를 도와 농사일과 집안일을 하고 금전적으로 보탬을 주기도 했다. 심지어 유괴범의 부모를 ‘양부모’라 하며 진심을 다해 도왔다. 아들에 대한 실낱같은 소식이라도 알 수 있을까 해서였다.
베이징에 최악의 스모그가 습격해서 공포의 ‘스모그 크리스마스 데이’라 불렸던 2015년 12월25일, 광저우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에 차오메이링에 대한 장문의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다른 매체와 인터넷 등으로 확산되면서 중국 사회에 다시 한번 ‘인신매매범’ 논쟁에 불을 지폈다.
지난해 6월을 전후해 중국에서는 ‘인신매매범 사형’에 대한 논쟁이 일었다. 인신매매범들을 일률적으로 사형에 처하고 아이들을 산 사람들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을 둘러싸고 법적·사회정치적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원수의 가족에게 선을 베푼 차오메이링의 처신을 둘러싸고도 다양한 찬반 목소리가 나왔다. 인신매매 문제를 구조적으로 근절시키지 못하는 정부와 공권력의 무능에 대한 질타도 쏟아졌다.
차오메이링은 몇 년 뒤 둘째아들을 낳았다. 잃어버린 첫째아들을 찾는 것을 영원히 포기하지 않겠다는 그녀는, 둘째아이가 태어난 뒤에는 단 1분 1초도 시야에서 아이를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고 한다. 아주 잠깐 사이에도 중국에서는 아이들이 자주 ‘사라지기’ 때문이다.
베이징(중국)=박현숙 객원기자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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