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이전을 둘러싼 아베 정권과 오키나와현의 싸움이 뜨겁다. 지난 10월26일,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미군 후텐마 비행장(현재 오키나와현 기노완시 소재)의 이전 대상지인 헤노코 주변 3구 대표를 총리 관저로 불러, 중앙정부 차원의 이전 지원금을 직접 전달한다고 통보했다. 또 이시이 게이치 국토교통상은 오키나와현의 오나가 다케시(翁長雄志) 지사(사진)가 내린 헤노코 매립 승인 취소 결정을 효력 정지했다고 밝혔다.
일련의 사태는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중앙정부가 추진해온 후텐마 비행장 이전을 2013년 오키나와현이 승인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오키나와현 지사에 새로 당선된 오나가는 전 지사의 승인 판단을 검증하는 전문가 위원회를 새로 열고, “매립법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승인 절차의 하자가 인정된다”며 승인을 취소했다.
오나가 지사는 1950년 오키나와현 나하시에서 출생한 오키나와 토박이다. 아버지는 전 오키나와현 마와시촌(현재 마와시시) 촌장이고, 형은 오키나와현 부지사와 오키나와현 의원을 지냈다. 그 영향으로 자연스레 정치에 입문했으며, 1985년 나하시 의회 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승승가도를 달려 1992년 오키나와현 의원으로 당선됐고, 2000년부터 2014년까지 무려 4차례에 걸쳐 나하시 시장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6월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선거에서 오나가는 현민들의 명확한 의사를 확인했다. 여론조사에서 현민 7할이 미군기지 이전을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를 대변한 오나가는 현민들의 지지는 물론, 자유민주당 소속 정치인임에도, 오키나와 미군 기지 철거를 주장하는 일본 공산당의 지지까지 등에 업었다.
지사 당선 즉시, 미군기지 이전 승인을 취소하라는 요청이 강했지만, 실제로는 약 1년이 걸렸다. 대화로 먼저 해결하고자 했던 오나가 지사가 지난여름 한 달간 진행된 정부와의 집중 협의에 응했기 때문이다. 그는 오키나와가 미군 통치하에서 겪은 고통의 역사를 호소했지만, 스가 관방장관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혀 대화는 결렬됐다.
결국 오나가 지사는 지난 9월13일 후텐마 비행장 이전을 위한 매립 승인을 정식으로 취소했고, 기자회견을 통해 “앞으로도 헤노코에 새 기지를 만들지 않겠다는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 분명히 했다. 그 직후인 9월21일 오나가 지사는 일본 광역자치단체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연설했다. 그 자리에서 미-일 양국 정부가 현민 대부분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제 이전을 진행한 것에 대해 “오키나와 현민들의 자기결정권이 외면받는 현상에 전세계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달라”고 호소했다.
오키나와현의 투쟁은 해군기지 설립을 반대하는 제주 강정마을의 그것과 닮아 있다. 다만 오나가 지사처럼 오키나와 현민들의 자기결정권을 지키려는 정치인이 제주에 있는지는 의문이다.
길주희 객원기자·인권연대 간사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윤, 명태균 의혹에 “사과 못 해…어쨌든 더 조심하겠다”
윤 “‘누구 공천 줘라’ 이야기할 수 있어…외압 아니라 의견”
윤 “김건희 특검은 정치선동…아내 사랑 차원 아냐”
윤 “아내 조언, 국정농단 아냐…육영수도 했던 일”
“한국=현금인출기” 돌아온 트럼프, 앞으로 어떻게 되나 [뉴스 뷰리핑]
목줄 매달고 발길질이 훈련?…동물학대 고발된 ‘어둠의 개통령’
윤 “김건희, 본인도 억울하지만 ‘사과 많이 하라’ 했다”
[생중계] “국민께 죄송”...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
[속보] 윤, 시정연설 불참에 “국회 난장판…대통령에 망신 줘”
러시아 “이 중 북한군을 고르시오”…아군 구분하기 전단 봤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