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은 리비아와 시리아에서 내전으로 불타올랐다. 무아마르 카다피의 42년 독재는 8개월 남짓 피를 뿌린 끝에 2011년 10월23일 마무리됐다. 1970년 권력을 장악한 하페즈 아사드와 아들 바샤르로 이어진 세습독재에 맞서 2011년 3월15일 시작된 시리아의 내전은 만 2년을 넘기고서도 여전히 불을 뿜고 있다. 애먼 목숨이 오늘도 스러지고 있다.
약 300만 명에 이르는 ‘국내난민’
‘알레포.’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북서쪽으로 약 310km 떨어진 시리아의 최대 도시다. 가장 최근에 조사가 실시된 2004년을 기준으로 한 인구도 210만 명을 훌쩍 뛰어넘는다. 알레포는 터키로 가는 관문이자, 시리아 국제무역의 심장부다. 흔히 알레포를 시리아의 ‘경제수도’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기 시작한 2011년 초까지만 해도, 알레포는 다마스쿠스와 함께 아사드 정권의 든든한 버팀목 구실을 했다. 평화로운 시위가 유혈 낭자한 내전으로 진화해갈 때도, 두 도시에선 친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7월19일 반군세력인 자유시리아군(FSA)이 알레포까지 진격해 들어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시리아 내전 최후의 결전이 시작됐다.” 영국 일간 는 지난해 7월28일 정부군과 반군이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는 알레포 현지발 기사에서 이렇게 전했다. 알레포에서 교전이 치열해지면서, 일부에선 “아사드 정권의 관에 못이 박히기 시작했다”고 흥분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로부터 8개월여, 알레포는 여전히 전투 중이다.
도시는, 절반으로 갈렸다. 반군은 도시의 동쪽을, 정부군은 서쪽 지역을 각각 장악하고 있다. 내전 발발 2주년을 맞은 지난 3월15일 아랍 위성방송 가 전한 알레포의 일상은 시리아 내전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도시 한복판이 최전선이다. 반군이 장악한 동쪽 지역과 정부군이 주둔하고 있는 서쪽 지역이 만나는 교차로는 삶과 죽음의 경계다. 건물 옥상에 배치된 정부군 저격수들은 툭하면 들고 나는 민간인들의 머리를 노린다. 그럼에도 전선을 넘나들어야 한다. 이유? 는 한 알레포 시민의 말을 따 “반군이 장악한 지역엔 식량도, 물도, 병원도, 일자리도 없다”고 전했다. 살기 위해, 하루하루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얘기다.
25개월째로 접어든 내전으로 인한 사망자는 얼마나 될까? 네비 필레이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은 지난 2월12일 안전보장이사회에 출석해 “시리아 내전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일한 대응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민간인들이 재난적 상황에 처해 있다”며 “지금까지 숨진 이들만 7만 명에 이른다”고 보고했다.
용케 살아남은 이들은, 국경을 넘고 있다. 3월22일 유엔난민기구(UNHCR)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내전 발발 이후 이웃 나라에서 난민으로 공식 등록한 시리아인들은 모두 91만5735명에 이른다. 등록 절차를 밟고 있는 이들까지 합산하면, 시리아 난민 규모는 117만2015명까지 많아진다. 여기에 삶의 터전을 잃고 시리아 내부에서 ‘국내난민’(IDPs)으로 떠돌고 있는 이들도 약 300만 명에 이른단다.
경제도 말이 아니다. 내전 발발 직전인 2010년 세계은행 등이 가늠한 시리아의 국내총생산(GDP)은 575억달러 수준이었다. 2년이 지난 지금, 시리아의 GDP는 300억달러 이하까지 떨어졌단다. 불과 24개월 만에 경제 규모가 약 35% 축소됐다는 얘기다. 시리아 경제의 두 축인 무역과 관광산업이 무너진 탓이다.
미국 정가서 ‘시리아 침공론’ 힘 얻어
어디 그뿐인가? 도로·교량을 비롯한 주요 기반시설은 거의 예외 없이 파괴됐다. 등 외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시리아 전역의 학교 5곳 가운데 1곳이 무너졌고, 병원 3곳 가운데 1곳은 환자 치료가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됐단다. 오늘 전쟁이 끝난다 해도, 재건·복구에는 여러 세대가 걸릴 수밖에 없을 터다. 더구나 전쟁은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19일 터키 수도 이스탄불에서 반군 진영의 연대단체인 ‘시리아국민연합’(SNC)이 대표자 회의를 열었다. 지난해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출범한 시리아국민연합의 이번 회의는 시리아 내 반군 장악 지역을 근거지로 ‘임시정부’를 수립하기 위해 마련됐다. 14시간여 비공개 마라톤 회의 끝에 대표자들은 가산 히토(50)란 인물을 임시정부 초대 총리로 선출했다.
“아사드 정권을 지지했던 자들은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히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억압적이고 불의한 정권과는 어떤 대화도 할 뜻이 없다”고 힘을 주었다. 협상을 통한 내전 중단 가능성을 아예 차단해버린 게다. 는 “(히토 총리는) 지난해 11월 반군 진영에 전격 가담하기 전까지 미 텍사스주에서 오랫동안 정보통신업체를 운영해온 기업가 출신”이라고 전했다.
“반군 쪽이 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했다.” 히토 총리 선출 소식이 들려온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을 비롯한 시리아 국영매체들은 일제히 이렇게 전했다.
반군 쪽은 즉각 반박 자료를 내놨다. 되레 정부군 쪽이 화학무기 공격을 퍼부었다며 희생자들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양쪽 모두 화학무기 공격이 벌어진 지역을 ‘알레포 외곽의 칸알아살 지역’으로 묘사했다. 앞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하면, 미국은 즉각 군사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여러 차례 경고한 바 있다. 이라크 침공 10주년을 맞은 이날 워싱턴 정가에선 ‘시리아 침공론’이 아연 힘을 얻었다.
“아사드 정권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
“벌써 2년째 교착 상태다. 민간인 사망자는 급속히 늘고, 난민들은 계속 국경을 넘고 있다. 이 상태가 이어진다면, 앞으로 1년 안에 수도 다마스쿠스도 알레포처럼 최전선으로 바뀔 것이다.” 시리아 전문가인 조슈아 랜디스 미 오클라호마주립대 중동연구센터장은 3월19일 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내다봤다.
대를 이어온 독재는 쉽게 무너져내리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목숨’을 내걸고 싸우고 있다. 타협은 불가능하다. 랜디스 센터장은 “모든 것이 파괴되고 무너져내려도, 아사드 정권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 많은 목숨이 시리아에서 스러질 터다. 어쩔 텐가? 전쟁은 오늘도 계속된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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