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무기는 ‘공격용’이다. 그런데도 탄창을 갈아끼워 연사가 가능한 반자동소총급 이상의 살상력이 높은 총기류를 일컫는 ‘공격용 무기’란 조어를 따로 만들어냈다. 이쯤 되면 ‘권총’이나 ‘소총’은 방어용 무기란 웅변에 다름 아니다.
“부결될 게 뻔한 법안”
지난해 12월14일 미국 코네티컷주 뉴타운의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졌다. 희생자는 모두 26명, 이 가운데 20명이 초등학교 1학년생이었다. 미국이 발칵 뒤집힌 것은 당연했다. 사건 발생 이틀 뒤인 12월16일 추모식 참석을 위해 현지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비극은 반드시 끝내야 한다. 미국이 변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사건 발생 닷새 만인 12월19일 조 바이든 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새로운 총기규제 방안 마련에 나섰다. 상원을 장악한 민주당 쪽도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을 중심으로 대폭 강화된 내용의 새 총기규제 법안을 마련했다. 새 법안에는 공격용 무기를 포함해 모두 157개 종류의 총기류 수입·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어쩌랴. 변화는, 딱 거기까지였다.
“부결될 게 뻔한 법안을 상정할 순 없다.”
통신은 “샌디훅 초교 사건 때 범인이 사용한 것과 같은 형태의 반자동소총과 대용량 탄창 판매 금지 규정도 최종 법안에서 빠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 같은 날 인터넷판 칼럼에서 “줏대 없는 정치인들이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희생자들의 무덤에 침을 뱉었다”고 꼬집은 것도 무리는 아닌 게다.
제법 ‘줏대 있는’ 정치인들도 있었다. 일부 예외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미국에서 학교는 공식적으로 ‘총기 금지구역’으로 묶여 있었다. 의 보도를 보면, 현재 하와이·뉴햄프셔·캘리포니아 등 모두 8개 주에서 ‘비상시’에 대비해 학교에 총기를 비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지난 3월9일 사우스다코타 주의회는 교사들이 장전된 총기를 학교에서 휴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공화당 출신 데니스 도가드 주지사는 이를 즉각 서명·공포했다. 이로써 사우스다코타주에서는 ‘무장 교사’의 등장이 가능해졌다. ‘총기 사랑’이 지극한 미국에서도 사상 처음이란다.
비극을 막는 방법, 좋은 편이 총기를 지니는 것?
사우스다코타주뿐이 아니다. 인터넷 대안매체 는 3월9일 “샌디훅 초등학교 사건 이후 사우스캐롤라이나·유타·텍사스 등 모두 20여 개 주의회에 교사의 총기 소지를 허용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엇비슷한 법안이 상정돼 있다”고 전했다. 이미 조지아주에선 술집·교회·대학 강의실 같은 곳에서도 총기를 소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해, 주 상원 전체 표결을 앞두고 있단다.
“총기 난사로 인한 비극을 막는 방법은 하나다. 좋은 편이 총기를 지녀야 한다.” 총기 난사 사건이 터질 때마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로비 집단으로 통하는 전미총기협회(NRA)가 주장하는 말이다. 그러니 어김없다. 분노하고, 애도하고, 이번에도 잊은 게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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