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주둔 다국적군 사령관을 지낸 4성장군 출신의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11월9일 전격 사임한 이유는 잘 알려져 있다. 자신의 전기작가인 폴라 브로드웰과의 ‘염문’ 때문이었다. 퍼트레이어스 전 국장의 스캔들이 불거진 건 존 앨런 해병사령관 탓이다. 군 사법 당국이 앨런 사령관의 ‘외도’와 군사기밀 유출 문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퍼트레이어스 전 국장의 ‘사생활’이 드러난 게다. 미군 지도부로서는 당혹스러웠을 텐데,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퍼트레이어스 전 국장의 사임 이후 불과 보름 남짓 만에 미군 장성 5명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줄줄이 감찰조사를 받거나 징계를 받았다. 11월14일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이 직접 ‘1계급 강등 뒤 예편시키겠다’고 밝힌 윌리엄 워드 전 아프리카사령부(AfriCom) 사령관 사건이 대표적이다. <ap>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워드 전 사령관은 군 당국의 허락도 받지 않고 초호화판 부부 동반 여행을 즐겼다. 비용은, 영수증을 첨부해 꼬박꼬박 군 당국에 청구했단다.
이를테면, 워드 장군은 군용 비행기를 타고 부인과 버뮤다에서 쇼핑을 즐겼다. 청구한 하룻밤 숙박비용만도 750달러에 이른다. 군 감찰본부 조사 결과, 워드 장군은 버뮤다 기착 이유로 ‘재급유 목적’이라고 적었다. 그가 워싱턴에 들를 때면, 카퍼레이드라도 하듯 차량 5대가 함께 도심을 질주했단다. 군수업체가 마련해준 입장권으로 브로드웨이 연극을 관람하고, 무대 뒤편에서 주연배우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단다. 개인적인 일로 귀국길에 오를 때도 어김없이 출장비용을 받아 챙겼단다.
워드 장군은 애초 2011년 4월 전역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군 당국의 조사가 17개월이나 이어져 전역을 미뤘다. <ap>은 “마틴 뎀지 합참의장까지 나서 ‘계급 강등’ 없이 예편할 수 있도록 선처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워드 장군은 결국 대장이 아니라 중장으로 예편하게 됐다”며 “하지만 둘 사이의 차이라곤 한 해 3만달러 정도의 연금 차이뿐”이라고 전했다.
전역 이후 연금에만 기대 사는 미군 장성은 얼마나 될까? 미 시민단체 ‘책임윤리시민연대’(CRE)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그리 많지 않을 듯싶다. 이 단체가 펴낸 ‘전략적 공작-펜타곤에서 민간부문으로 가는 회전문’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보면, 2009~2011년 3년 동안 미군에서 3성장군(중장) 이상으로 예편한 장군 108명 가운데 76명이 군수업계로 자리를 옮겼다. 10명 가운데 7명꼴이다.
미 전략사령부 사령관과 합참 부의장을 지낸 뒤 2011년 8월 전역한 제임스 카트라이트 장군(대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역 시절보다 훨씬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카트라이트 장군의 공식 직함은 열 손가락으로 꼽기도 버겁다. 워싱턴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국방정책팀장을 맡았고, <abc>에선 군사 문제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또 미 국방부의 최고 자문기구인 국방정책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여기에 전역 직후 거대 군수업체 ‘레이시온’의 이사에 선임된 그는 연봉 8만5천달러와 함께 매번 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1500달러씩 ‘교통비’를 받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해 이사진들에게 12만달러 상당의 주식옵션도 챙겨줬다.
미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과 작전사령관 등을 두루 거친 4성장군 출신 게리 로헤드 제독의 전역 뒤 행적도 엇비슷하다. 역시 국방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또 다른 거대 군수업체인 노스럽그루먼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봉 11만5천달러에, 이사회에 딸린 감사위원회에도 참여하며 추가로 1만달러를 받고 있다. 이 업체 역시 지난해 주식옵션 등으로 이사진에게 모두 13만달러를 별도로 지급했단다.
‘장군님 대여’해주는 ‘컨설팅’ 회사
CRE의 보고서를 보면, 미 국방부가 △록히드마틴 △보잉 △제너럴다이내믹스 △레이시온 △노스럽그루먼 등 5대 군수업체와 체결한 획득계약은 2011년에만 약 1천억달러 규모다. 이들 업체가 2009~2011년 전역한 3성급 이상 장성 가운데 9명을 고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 대부분은 국방정책자문위를 비롯해 미 국방부와 3군 사령부에 딸린 각종 자문위원회에서 실제 정책 집행 과정에 대해 조언을 하고 있다.
‘장군님 대여업체’로 불리는 군수컨설팅 업체도 퇴역 고위 장성들의 단골 일자리로 꼽힌다. 거대 군수업체를 주요 고객으로 거느리고 있는 ‘버드쇼’(BA)란 컨설팅 회사는 2009~2011년 전역한 3성급 이상 장성 가운데 12명과 ‘컨설턴트’ 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말하는 ‘컨설팅’은 대체 뭘까?
미 해군 작전사령부 정보 담당 부사령관을 지낸 데이비드 도셋 부제독(중장)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2011년 8월1일 전역식을 치른 당일 노스럽그루먼에 입사한 그는 사이버 안전 담당 부사장으로 임명됐다. 그로부터 약 7개월 뒤인 2012년 3월 이 업체는 미 해군의 정보작전과 사이버 안보를 포괄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163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투자 가치’를 입증한 셈인가?
미군 지휘부가 전역 뒤 고스란히 민간부문으로 ‘존재 이전’을 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 2010년 12월26일치에서 전한 내용을 보면, 2004~2008년 전역한 3성·4성 장군 750명 가운데 약 80%가 전역 직후 군수업체로 자리를 옮겼다. 특히 2007년엔 전역 대상자 39명 가운데 34명이 전역 직후 군수업체에서 일자리를 구했다. 90%에 가까운 비율이다. 10년 전인 1994~98년엔 그 비율이 50% 안팎에 그쳤단다.
당시 가 주목한 인물은 그레고리 마틴 장군(대장)이었다. 전투기 조종사 출신으로 미 공군 군수사령관을 지낸 뒤 2005년 9월1일 전역한 그는 노스럽그루먼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이 업체는 당시 B2 스텔스 폭격기를 개발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불과 몇 주 만에 미 국방부는 마틴 장군에게 스텔스 전폭기 기술 개발과 관련된 1급 군사기밀을 다루는 내부 자문위원회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이 명백했다.
냉각 기간, 자문 명목으로 피해가
미 국방부는 무기를 포함한 군수물자 획득계약 체결에 관한 절차에서, 예비역 장성들이 전역 직전 맡았던 업무와 관련된 업체에서 1년 동안 일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일종의 ‘냉각기간’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전면에 직접 나서지 않고 배후에서 ‘자문’ 역할을 하는 것은 막을 방법이 없단다. 마틴 장군은 노스럽그루먼과 국방부의 제안 두 가지를 모두 받아들였다.
장군들은 별을 단다. 훈장도 함께 단다. 계급장과 훈장을 주렁주렁 매달고 전역을 하고 나면, 그때부터 돈다발을 좇기 시작한다. 아니, 돈다발이 장군들을 좇는다. 장군 참 좋다. 아프간에서 이라크로, ‘테러’란 망령과 시작한 전쟁이 10년 세월을 훌쩍 넘겼다. 끝 모를 전쟁이 계속되는 한, 그를 둘러싼 탐욕 또한 끝없이 커질 수밖에 없을 터다. 그게 전쟁이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abc></ap></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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