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니 무바라크의 30년 독재를 무너뜨린 ‘카이로의 봄’이 탄생시킨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지난 10월8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이날을 기리기 위해 이집트 대통령실은 9월 한 달 동안 무르시 대통령이 국내외에서 수행한 업무 내용과 함께 취임 100일 동안 이뤄낸 각종 성과를 상세히 정리한 28쪽 분량의 보고서를 10월7일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올렸다. 세상이, 조금은 바뀐 듯싶다.
대선 당시보다 높아진 지지율
이집트 여론조사 전문기관 ‘바세라’가 10월10일 내놓은 조사 결과를 보면, 취임 넉 달째로 접어든 무르시 대통령에 대한 여론은 우호적이다. 응답자의 78%가 무르시 대통령의 직무수행 능력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한 반면, ‘부정적’이란 답변은 12%에 그쳤다. 취임 60일과 80일을 맞은 시점에 각각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7%와 79%가 긍정적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이만하면 민심을 얻은 셈인가?
무르시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에 △치안 공백 △교통체증 △연료 부족 △식료품 품귀 △공중위생 5가지를 취임 100일 안에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로 꼽았다. ‘성적표’는 어떨까? 지난 10월6일 카이로국립경기장에서 열린 ‘국군의 날’ 기념식 연설에서 무르시 대통령 스스로 “전반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고 머리를 숙였다. ‘바세라’의 여론조사 결과도 엇비슷하게 나타났다.
5대 선결과제 가운데 치안 공백(73%)과 교통체증(56%)에 대해선 절반 넘는 응답자가 긍정적 반응을 보인 반면, 공중위생(48%)·식료품 품귀(42%)·연료 부족(34%) 문제에 대해선 평가가 박했다. 부정적 반응은 주로 중산층 이상 고소득, 고학력, 젊은 층 사이에서 높게 나타났다.
그럼에도 ‘당장 대선을 다시 치르면 무르시 대통령을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이들이 전체의 58%로 나타났다. 지난 6월 치른 대선 결선투표에서 무르시 대통령이 얻은 지지율은 51.73%였다. 엇갈린 평가의 이유는 뭘까? 이집트 일간 은 10월10일치에서 “응답자의 77%가 무르시 대통령의 선명한 외교 행보에 긍정적 평가를 내린 게 컸다”고 평가했다. 쫓겨난 독재자 무바라크는 정권의 생존을 위해 이슬람권을 대표하는 친미국가 노릇을 해왔다.
정치권의 변화는 조금 더 극적이다. 무르시 대통령은 지난 8월 군부의 권력 기반이 됐던 법·제도를 정비하는 한편, 무함마드 탄타위 군 최고사령관과 사미 아난 육군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를 전격 전역시켰다. 혁명 이후에도 최고군사위를 중심으로 초헌법적 권한을 휘둘렀던 군부는 이로써 정치 전면에서 물러났다. ‘카이로의 봄’ 시위가 시작된 지난해 1월25일부터 올해 6월30일까지 혁명에 가담했다가 군부·경찰에 체포·기소됐거나, 재판이 진행 중인 이들에게는 지난 10월8일 일반 사면령이 내려졌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는 게다.
집권 초 열기 업고 했어야 할 일들
“5대 선결과제를 완수하지 못한 것은 중요치 않다. 어차피 선거 구호였고, 100일 안에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였다.” 반독재 시위를 이끌었던 단체들이 주축이 돼 꾸려진 ‘혁명수호국민전선’(NFPR)의 활동가 아흐메드 이맘은 지난 10월8일 인터넷판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작 뼈아픈 것은 혁명의 열기가 살아 있는 집권 초기에 최저임금 인상과 빈부 격차 축소, 독재정권이 내다판 국유자산 환수 등 개혁정책을 적극 추진하지 못했다는 점”이라며 “(무르시 정부 역시) 막대한 외채를 끌어다 위기 국면에서 벗어나려는 옛 정권의 악습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언제나 그렇다. 어디서나 똑같다. 혁명이 만들어낸 민주주의, 그 그릇에 담을 ‘내용물’이 문제다.
한겨레 인기기사
[단독] 권성동 “얼굴 두껍게…지역구서 숙이지 마” 도로 친윤당
얼큰하게 취한 용산 결의…‘나라를 절단 내자’
[단독] “국정원, 계엄 한달 전 백령도서 ‘북 오물 풍선’ 수차례 격추”
버티는 한덕수, 대행 탄핵에 ‘200석 필요’ 해석 믿나
윤석열이 더럽힌 회색 유니폼 [뉴스룸에서]
받는 사람 : 대통령님♥…성탄카드 500장의 대반전
끝이 아니다, ‘한’이 남았다 [그림판]
육사 등 없애고 국방부 산하 사관학교로 단일화해야 [왜냐면]
이종찬 “윤석열 부친, 아들 뭐 모르고 자랐다며 충고 부탁했는데…”
과일·가공식품 속 과당, 암세포 증식 돕는다…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