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의 8월은 일과 공부에 열중하는 계절… 겨울꽃축제·마술축제 등이 이목을 끈다
한국과 계절이 정반대인 오스트레일리아는 겨울도 따뜻한 나라라는 이미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런 오스트레일리아에도 8월이면 광대한 설원으로 변하는 곳이 있다. 바로 스위스의 알프스에 비견되는 ‘오스트레일리아 알프스’다.
‘알프스’는 남동부의 3개주에 걸친 산악지대로 겨울이면 고산지대를 중심으로 적설량이 많아 6월부터 9월까지는 남반구 최대의 설국(雪國)을 형성한다. 곳곳에 스키 리조트를 개발해서 겨울이면 각지에서 스키객이 몰리는 지역이기도 하다. 남동부의 ‘알프스’가 스키 인파로 북적일 때 대륙의 최북단인 다윈과 케언스에선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진다. 연중 섭씨 30도가 웃도는 열대기후지역이기 때문이다. 8월에도 여름과 마찬가지로 작열하는 태양 아래 일광욕을 하며 겨울을 보낸다. 적어도 오스트레일리아에선 ‘따뜻한 북쪽나라’가 맞는 말이다.
8월에 찾아오는 손님, 독감
북반구의 겨울에 비하면 밋밋하기 이를 데 없지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이다. 우선 체감온도를 들 수 있다. 인간의 육체는 반드시 영하가 아니라도 충분히 추위를 느낄 정도로 약하다. 특히 세찬 바닷바람과 흐린 날씨를 동반한 영상 10도 이하의 기온은 위협적이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방어하기엔 역부족이다. 시드니의 8월이 꼭 그렇다. 영상기온이라고 방심할 형편이 아니다. 이에 비해 난방을 위한 조치는 너무 부실하다. 월동준비라고 해봐야 오일히터 하나 장만하고 침대시트 밑에다 까는 전기장판이 고작이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해 손끝이 시려 키보드를 치기 힘들 정도로 추운 밤도 자주 있다.
거기다 시드니 독감이라는 바이러스도 있듯이 독감은 8월이면 찾아오는 고약한 손님이다. 변덕스런 겨울날씨는 면역력을 크게 저하시키기 때문에 노약자의 경우 독감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해마다 5월이면 병원과 언론을 중심으로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라는 캠페인이 활발하다. 노약자나 신생아에겐 독감 예방주사가 월동준비의 필수항목 중 하나로 자리잡아가는 듯하다.
시드니의 겨울을 가장 낯설게 만드는 건 변덕스런 궂은 날씨도 독감도 아니다. 그건 바로 몇몇 사람들의 튀는 차림새다. 두터운 외투나 점퍼 차림으로 바삐 지나치는 많은 사람들 중 꼭 한두명씩은 반팔 윗도리에 반바지를 입고 다니는 이들이 있다. 겨울바다로 나가면 더욱 서늘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차가운 바닷물에 몸을 싣고 서핑이나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등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추위를 느끼곤 한다.
바깥생활이 최소화되는 8월은 한편으로 공부와 일의 계절이기도 하다. 학생들의 겨울방학은 세달인 여름방학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그저 잠깐 쉬었다 2학기를 시작한다. 많이 놀고 많이 쉬는 나라에서 이례적일 정도로 짧은 방학이다. 직장인들도 다수가 겨울휴가를 꺼린다. “어차피 즐길 수 없는 계절이라면 열심히 일하자. 여름의 긴 즐거움을 위해 이 삭막한 겨울은 기쁜 마음으로 희생하자.” 겨울에 살아남기 위해 여름에 피땀을 흘리는 북반구 개미들과는 정반대의 삶이다.
얼음과 일광욕이 공존하는 ‘모자이크 겨울’
좀더 흥미롭고 다채로운 겨울을 만들자는 시도도 있다. 블루마운틴이 있는 카툼바 ‘겨울마술축제’도 그중 하나다. 시드니의 근교에 위치한 블루마운틴은 산 전체에 푸른 기운이 감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매년 7월 개최하는 ‘마술축제’는 블루마운틴의 겨울에 세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역할을 한다. 세계 각국 마술사들과 지역주민들이 힘을 합쳐 신기한 마술로 우울한 겨울을 흥미진진한 계절로 만들고 있다. 이젠 관광객도 마술쇼를 보기 위해 겨울 블루마운틴을 오른다.
블루마운틴에 마술축제가 있다면 시드니 남쪽의 베리에는 ‘겨울꽃축제’가 있다. 8월 초에 시작해서 겨울이 끝나는 10월 말까지 이어지는 성대한 축제다. 보통 8개 대형 꽃전시장이 마련된다. 장미와 양란을 비롯해서 오스트레일리아 토착 화초들이 관광객을 상대로 그 자태를 자랑한다. 추위에 움츠린 마음을 흐드러지게 핀 겨울꽃을 보며 활짝 펴보자는 것이 ‘꽃축제’의 취지다.
설원에서의 스키, 해변에서의 일광욕, 겨울을 여름처럼 사는 사람들, 독감 예방주사, 겨울마술축제, 겨울꽃축제, 뜨거운 여름을 위해 겨울에 충실하는 사람들…. 대자연의 넉넉함과 삶의 다양함이 어우러진 한장의 모자이크 같은 오스트레일리아의 8월이다.
시드니=정동철 통신원 djeo8085@mail.usyd.edu.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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