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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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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 흔드는 슈퍼맨? 슈퍼팩!

무한 정치모금 가능한 ‘슈퍼팩’, 사용된 정치자금 80% 이상 차지…
총 모금액 2억471만여 달러로 대선 좌우
등록 2012-05-24 14:17 수정 2020-05-03 04:26

미국 정치판에서 눈여겨봐야 할 ‘행위자’가 있다. 바로 ‘정치행동위원회’(PAC)다. 특정 정치인이나 법안 등에 대해 지지·반대 의사를 나타내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를 일컫는데, 1천달러 이상을 모금하거나 활동자금으로 사용하면 법에 따라 등록을 해야 한다. 연방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PAC는 활동자금 모금이나 사용 방식 등에 일정한 제약이 따른다.

슈퍼팩, 5월16일까지 1억553만여달러 사용
2010년 1월 미 연방 대법원은 이른바 ‘스피치나우 대 선거관리위원회’ 사건 판결을 통해 PAC의 영향력에 날개를 달아줬다. 특정 정치인·정당·PAC에 직접 자금을 대주는 방식이 아니라면, 개인이나 노동조합 등 이익단체는 물론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체에서도 무한정 모금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게 판결의 뼈대였다. 이른바 ‘슈퍼팩’의 탄생 배경이다.
쉽게 말해, 슈퍼팩은 일종의 후원회 겸 로비단체다. 굳이 따지면 ‘무대 바깥’에서 독자적으로 움직인다고 할 수 있지만, 정치권에 끼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 힘의 뿌리는 다름 아닌 ‘돈’이다. 정치자금의 흐름을 추적해온 미 시민단체 ‘책임정치센터’(CRP)는 최근 자료를 내어, “2012년 11월 대선·연방의회 선거에 영향을 끼칠 목적으로 슈퍼팩이 쏟아부은 자금이 지난 5월11일로 1억달러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우리 돈으로 약 1162억9천만원이다.
CRP가 집계한 자료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지난 5월16일 현재 미 정치권에서 사용된 정치자금은 모두 1억2729만3630달러다. 이 가운데 80%가 넘는 1억553만9426달러를 슈퍼팩이 사용했다. 그 뒤를 이어 개인과 노동조합, 기업과 기타 단체가 사용한 금액이 1754만8732달러다. 정작 주인공이라 할 정당이 사용한 선거자금이 가장 적다. 민주·공화 양당을 비롯해 군소 정당까지 등록된 26개 정당 가운데 11개 정당이 지금까지 420만5472달러를 사용했다.
가장 많은 자금을 쏟아부은 슈퍼팩은 ‘우리의 미래를 회복하자’(ROF)란 단체다.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이 단체가 지금까지 사용한 자금은 모두 4650만달러를 넘는다. 최근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포기를 선언한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을 지지하는 슈퍼팩 ‘우리의 미래를 이루자’(WOF)가 약 1700만달러로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러고 보니, 지출액 상위의 5개 슈퍼팩 모두 특정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단체로 채워졌다. 당내 경선이 예상보다 길어진 탓인데, 본게임이 시작되면 ‘분위기’는 더욱 달아오를 게다.

456개 슈퍼팩, 대선 위해 자금 쌓아둬
흥미로운 사실은 선관위에 등록된 538개 슈퍼팩 가운데 지금까지 단돈 1달러라도 지출한 건 82개에 그친다는 점이다. 나머지 456개 슈퍼팩은 아직까지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지갑을 열더라도, 신중한 모양새다. CRP는 자료에서 “공화당의 전략가로 통하는 칼 로브 전 백악관 비서실 부실장이 간여하고 있는 슈퍼팩(‘아메리칸 크로스로즈’)을 예로 들면, 지금까지 모금한 2808만2720달러 가운데 사용한 금액은 103만4332달러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실제 CRP의 집계를 보면, 지난 5월16일까지 등록된 전체 슈퍼팩이 모금한 정치자금은 모두 2억471만2775달러다. 지금까지 모금한 자금 가운데 절반만 사용했다는 얘기다. 본선전이 본격적으로 개막되기를 기다리며 절반의 ‘체력’을 비축한 게다. 11월 선거까지는 앞으로 6개월 남짓 남았다. ‘기록’이 세워질 터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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