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6년 5월4일 미국 시카고의 헤이마켓 광장에서 거리시위가 벌어졌다. ‘8시간 노동제’를 요구하며 나흘 전부터 총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을 지지하기 위한 연대집회였다. 미 전역에서 줄잡아 30만~50만 명의 조직된 노동자가 파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3만~4만 명의 노동자가 파업에 참가한 시카고는 그 중심이었다.
5월1일, ‘99%가 없는 날’
그날 밤 10시30분께 광장을 에워싼 경찰이 해산 작전에 나섰다. 시위대를 향해 달려드는 경찰에게 누군가 사제폭탄을 집어던졌다. 폭탄이 터지는가 싶더니 이내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격한 충돌이었다.
이 사건으로 경관 7명과 시민 4명이 목숨을 잃었다. 부상자도 속출했다. 시카고 경찰 당국은 시위를 주도한 8명을 폭발사건의 배후로 지목해 체포했다. 일사천리로 수사와 기소 절차가 진행되고, 곧 재판이 시작됐다. 검찰조차 용의자 가운데 폭탄을 투척한 사람이 없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15년형을 선고받은 1명을 뺀 나머지 7명에게 사형 선고가 내려졌다. 이 가운데 2명은 종신형으로 감형됐고, 1명은 사형 대신 자살을 택했다. 나머지 4명은 이듬해 11월 교수형에 처해졌다.
시퍼런 탄압의 서슬에도 미 노동운동 진영은 ‘8시간 노동제’ 쟁취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전미노조연맹(AFL)은 헤이마켓의 참극을 기리기 위해, 1890년 5월1일 다시 총파업을 선포하고 거리로 나섰다. 국제 노동운동 진영도 미국 노동자들과 발걸음을 함께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사회주의 정당과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참여해 만들어진 ‘제2인터내셔널’도 이날을 ‘국제 노동자의 날’로 선포했다. 지금도 전세계 80여 개국이 휴일로 기리는 노동절, 곧 ‘메이데이’는 이렇게 탄생했다. 말하자면, 메이데이의 고향은 미국인 셈이다. 그런데….
미국의 ‘노동절’은 9월 첫째 월요일이다. ‘5월1일’은 몇 차례 변신을 거듭했다. 1917년 러시아 혁명 직후엔 ‘해외 참전용사’들을 중심으로 공산주의에 반대하기 위한 ‘미국의 날’로 기려졌고, 1949년부터는 ‘충성의 날’로 바뀌었다. 그리고 1958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법의 날’로 지정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메이데이의 부활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미 노동운동이 20세기 들어 급격히 쇠락의 길로 접어들어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해마다 전세계에서 열리는 메이데이 집회가 정작 그 탄생지인 미국에선 눈에 띄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122번째를 맞은 올해는 상황이 조금 달라질 것으로 보였다. 지난해 지구촌을 뒤흔든 ‘월가 점령운동’(OWS) 진영이 메이데이를 기해 대규모 시위를 예고해왔기 때문이다. OWS 쪽은 지난 4월21일 일찌감치 보도자료를 내어 “미 전역 135개 도시에서 사상 처음으로 경제적 불의에 맞서 노동자와 학생, 이민자와 실업자가 어깨를 겯고 시위를 벌일 것”이라며 “5월1일을 ‘99%가 없는 날’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운동 진영이 총파업 거부
실제 지난 5월1일 미 전역에서 크고 작은 집회가 하루 종일 이어졌다. 하지만 참여 인원은 예상보다 많지 않았다. 인터넷 대안매체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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