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게는 가말 압델 나세르가 이끄는 ‘청년장교단’이 왕정을 무너뜨린 1952년 7월23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반세기 이상 이집트 사회를 쥐락펴락해온 것은 군부였다. 2011년 1월 호스니 무바라크의 30년 철권통치가 무너진 뒤에도, 탐욕스런 군부는 최고군사위원회(SCAF)란 초헌법적 기구를 꾸려 권좌를 지키고 있다. 이집트에서 군사독재는 없애야 할 ‘잔재’가 아니라 여전한 ‘현재’다.
마이켈 나빌 시나드, 첫 병역거부자
변화의 싹은 틔워졌다. 민주적 선거를 통해 의회를 꾸렸고, 오는 5월23~24일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 그리고 ‘새바람’이 불고 있다. 제 손으로 독재자를 무릎 꿇린 젊은이들이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권리’를 말하고 있다. 군부독재의 긴 터널의 끝자락에서, 이집트 젊은이들이 군부를 정조준하고 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운동이 조심스럽게 번져가고 있는 게다.
1980년 마지막으로 개정된 이집트 법률 제172호는 우리의 ‘병역법’을 연상시킨다. 18살 이상 성인 남성이 국방의 의무를 지게 된다. 복무 기간은 1~3년, 교육 수준에 따라 차등을 둔다. 대졸자는 1년, 초졸 이하는 3년인 식이다. 이슬람 국가란 특성 때문에, 코란을 모두 암송할 수 있으면 복무 기간이 1년 줄어든다. 재학 중이면 일정 나이까지 입대를 늦출 수 있다는 점도, 건강·가사 등 병역 면제에 관한 규정도 한국과 비슷하다.
군사정권 시절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병역거부운동이 시작된 것은 ‘독재의 마지막 나날’이라 할 2009년 봄이다. 그해 4월9일 청년운동가 마이켈 나빌 사나드는 페이스북에 ‘징병제 폐지운동’(facebook.com/No.Military.Service)이란 계정을 만들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운동을 시작했다. 사나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지난 35년간 이집트는 전쟁을 벌인 일이 없다. 평화 시기에 징병을 통해 대규모 병력을 유지하는 것은 국력 낭비다. 군대가 민간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권한을 갖는 것은 문민통치에 역행한다. 무엇보다 징병제는 시민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병역)법은 위헌이다.”
모임을 꾸린 사나드는 2010년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그해 11월 그는 병역 기피 혐의로 체포됐지만, 논란이 커질 것을 우려한 군부는 며칠 뒤 그를 ‘심각한 성격장애’를 이유로 석방했다. 2011년 1월 무바라크 독재가 무너진 뒤 표변한 군부는 ‘군은 언제나 시민의 편이었다’고 강조했다. 사나드는 그해 3월8일 블로그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군은 단 한 번도 시민의 편이었던 적이 없다’는 제목으로, 군의 시위대 탄압 사례를 꼼꼼히 기록했다. 인터넷 매체 은 지난 4월17일 “사나드는 곧 구금됐지만, 지난 1월 그가 석방되면서 병역거부운동은 다시 전기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유튜브 통해 번지는 병역거부 선언
“2008년 카이로에서 신체검사를 받은 뒤, 3년 동안 병역을 연기해왔다. 지난 1월14일 병무청에서 재징집 영장이 나왔다. 나는 평화주의자다. 전쟁에 반대한다. 총을 들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내 신념에 반한다. 양심의 명령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다.”
지난 4월12일 징병제 반대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에마드 엘 다프라위(24)가 자신의 유튜브 계정(youtube.com/user/emaddafrawi)에 올린 동영상은 이렇게 시작된다. 사나드에 이어 두 번째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선언이다. 다프라위는 3분5초 분량의 동영상 메시지를 존 케네디 미 대통령의 연설문을 인용하는 것으로 끝맺었다. “전쟁은 저 먼 미래까지 계속될 것이다. 오늘의 전사들이 누리는 것과 똑같은 명예와 특권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도 누릴 수 있는 때까지.”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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