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16일 오전 프랑스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에서 조금 ‘특별한’ 국제회의가 열렸다.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의 개막 연설로 시작돼 이틀간 열린 회의에선, 발제자와 사회자·토론자 등 36명의 전문가가 모두 6개의 주제를 놓고 패널토론을 벌였다. 신문·방송 등 전통 미디어는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에 대한 개막토론을 제외하고, 모든 패널토론의 주제에 공통으로 등장한 단어는 ‘위키리크스’였다.
특별할 것 없는 회의가 특별한 이유
2010년 2월 방대한 양의 미국 국무부 비밀 외교 전문을 폭로한 ‘케이블 게이트’가 시작된 이래, 전세계 언론은 위키리크스를 주목해왔다. 위키리크스가 추가로 외교 전문을 공개할 때마다, 지구촌 언론은 이를 받아쓰는 데 급급했다. “폭로 자체가 언론 행위”라는 지적이 나오더니, 급기야 “위키리크스가 부패한 독재자의 ‘비밀’을 공개한 것이 ‘아랍의 봄’을 촉발했다”는 평가가 나오기에 이르렀다. 위키리크스가 만들어낸 새로운 언론 환경에 대한 토론회가 지구촌 곳곳에서 줄을 이은 이유다.
그래서다. 토론의 무대가 유엔 차원으로 옮겨진 것을 제외하곤, 이번 회의는 특별히 눈여겨볼 만한 내용이 없어 보였다. 그럼에도 이번 회의가 ‘특별한’ 데는 이유가 따로 있다. 위키리크스에 대한 토론회인데, 위키리크스 쪽 활동가가 초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영국 출신 언론법 전문가이자 위키리크스 창설자 줄리언 어산지의 변호사 제프리 로버트슨이 행사 첫날 오후에 마련된 ‘위키리크스 이후의 국제법’이란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했을 뿐이다. 위키리크스가 ‘글로벌 왕따’임을 새삼 확인시켜준 셈이다.
회의 개막 전부터 논쟁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위키리크스 쪽은 “위키리크스에 관한 토론을 한다며 위키리크스를 배제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유네스코를 압박했다. 논란이 커지자 유네스코 쪽에선 2월14일 “위키리크스 쪽에 토론회 참석을 이미 권유했다”고 주장하며, 위키리크스 쪽에 보낸 전자우편 1통을 공개했다. 유네스코 쪽은 전자우편에서 “이번 회의의 주제는 기본적으로 저널리즘이지, 위키리크스 자체가 아니다”라면서도 “(위키리크스 쪽 인사가) 회의에 참석해 토론을 하는 것은 얼마든지 환영한다”고 적었다.
전자우편을 성명서로, 특유의 대응법
위키리크스 쪽은 ‘특유의 반격’에 나섰다. 지난 1월 말부터 유네스코 쪽과 주고받은 전자우편 전문을 성명 형태로 인터넷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해버린 게다. 위키리크스 쪽이 보낸 항의 전자우편에 대한 답신 형태로, 이번 회의를 공동으로 주최한 세계언론자유위원회(WPFC) 유럽 대표를 맡고 있는 로널드 코벤이 지난 1월30일 보낸 전자우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우리가 원하는 토론자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 또한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
‘논쟁의 화신’으로 불리는 위키리크스 창설자 줄리언 어산지가 가만있을 리 없었다. 어산지는 회의 개막 전날인 2월15일 영국 등과 한 인터뷰에서 “위키리크스에 관한 토론에서 위키리크스를 배제하며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유네스코는 스스로 국제적 웃음거리가 됐다”며 “이제는 유네스코를 ‘점령’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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