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의 자료를 보면, 2010년 말을 기준으로 미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만7184달러다. 세계 7위인데, 미국보다 순위가 앞서는 곳은 룩셈부르크·싱가포르 같은 작은 나라와 카타르·쿠웨이트 등 산유국이다. 미국은 이른바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순위가 높았다.
“18살 이하 2100만명 식료품 지원받아”
가난해 살기 어려운 상태가 ‘빈곤’이다. 미국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을 듯한 낱말인데, 현실은 아주 딴판이다. 지난해 9월 미 통계청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2010년 말을 기준으로 한 미국의 빈곤률은 15.1%로, 미국인 4629만 명이 빈곤층으로 분류됐다. 2009년에 견줘 빈곤 인구가 약 260만 명 늘었단다.
지난해 12월15일 미 통계청은 업데이트된 자료를 공개했다. 빈곤층으로 분류된 인구는 4910만 명, 그새 약 290만 명이 추가됐다. 여기에 9739만 명이 ‘저소득층’으로 분류됐다. 당시
가난의 고통을 가장 크게 느끼는 건 아이들이다. 미 브루킹스연구소가 지난해 12월 말 펴낸 보고서 ‘경기침체가 미국 어린이들에게 끼친 영향’을 보면, 상황을 구체적으로 엿볼 수 있다. 경기침체 직전인 2007년, 미국의 18살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 인구 가운데 18%가 빈곤층으로 분류됐다. 2010년 말을 기준으로 이 수치는 22%까지 높아졌다. 같은 기간 빈곤층으로 분류된 어린이와 청소년 인구는 300만 명가량 늘어나, 2010년 말 현재 1600만 명이나 된단다. 특히 워싱턴DC와 미시시피·뉴멕시코주에선 18살 이하 인구의 30%가량이 빈곤층으로 분류됐다.
가난한 아이들의 부모도 가난하다. 지난 한 해 부모가 일자리를 잃은 미국 가정의 18살 이하 아이들은 한 달 평균 650만 명이었다. 이 가운데 100만 명가량이 캘리포니아주에 몰려 있다. 지난해 미국의 평균 실업률은 9%고, 캘리포니아주는 12%였다. 부모가 6개월 이상 실직 상태인 가정의 아이들도 월평균 300만 명에 육박했다.
미 연방정부의 식료품 지원(SNAP)을 받는 인구 가운데 절반가량도 18살 이하 아이들로 채워졌다. 경기침체 이전인 2007년엔 미국인 2600만 명이 식료품 지원을 받았다. 이 수치는 4년 만인 2010년 말 기준으로 4500만 명이다. 두배 가까이 는 셈이다. 미 전체 인구의 약 14%, 7명 가운데 1명꼴로 식료품 구입비 지원을 받았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이 가운데 18살 이하 아이들이 2100만 명이나 된다”고 적었다.
가난한 아이들은 살 곳도 마땅찮다. 전미홈리스가정센터(NCFH)가 지난해 12월 말 펴낸 보고서 ‘미국의 최연소 추방자’를 보면, 2011년 한 해 동안 집 없이 떠돈 미국 아이들이 모두 160만 명이나 된다. 18살 이하 미국 아이들 45명 가운데 1명이 남의 집에 얹혀살거나, 모텔·노숙인쉼터 등을 떠돌았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엘런 바수크 전미홈리스가정센터 대표는 과 한 인터뷰에서 “미국의 제3세계화가 진행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공허한 말로 전락한 중산층의 꿈
미 공화당이 아이오와 당원대회(코커스)를 열기 한 달여 전인 지난해 12월5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캔자스주 오사와토미를 찾아 재선전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법질서를 잘 지키고, 열심히 일하고, 맡은 바 책임을 다한다면 중산층의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집을 사고, 의료보험 혜택을 받고, 자녀를 대학에 보낼 수 있고, 은퇴 이후를 대비할 수 있는 것”을 ‘중산층 삶’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가난한 미국인들에겐 ‘꿈’같은 얘기다. ‘대통령 선거전’이란 천문학적 돈잔치를 바라보며,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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