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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쯔강은 흐른다, 거꾸로

4대강 사업과 쏙 빼닮은 50년 계획 프로젝트 중국 남수북조 사업… “또 다른 수자원 불균형 부를 것” 우려
등록 2011-06-02 18:27 수정 2020-05-03 04:26

“2014년에는 이곳 물을 베이징 시민이 마시게 된다.”
지난 4월 하순 중국 내륙 후베이성 단장커우시. 단장커우댐 관광구 가이드로 일하는 왕양은 최근 부쩍 늘어난 관광객으로 정신없이 바쁘다. 10년 가까이 가이드로 일해왔지만, 요즘처럼 이곳을 찾는 외지인이 많은 적은 없었다. 왕은 “평일에는 1천여 명, 주말엔 2천여 명의 관광객이 찾아온다. 단장커우댐 저수지가 남수북조(南水北調) 사업의 3대 수로 가운데 중선(中線)의 수원지가 되며 방문객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톈진 등 북부 물 부족 해결 명분

단장커우댐은 15년의 공사 기간을 거쳐 1973년 완공됐다. 후베이성과 허난성이 교차되는 지점에 있는데, 한(漢)강과 단(丹)강을 막아 거대한 저수지로 형성됐다. 단장커우댐은 저수 면적이 846㎢, 발전 용량은 90만kW에 달한다. 2005년부터 중국 정부는 댐 높이를 162m에서 176.6m로 높이는 공사를 벌이고 있다. 저수 수위를 157m에서 170m로 끌어올리려는 것이다. 왕은 “댐을 높이는 공사는 이제 막바지에 들어섰다. 저수 수위가 올라가며 생기는 수몰지 주민의 이주 사업이 끝나는 2013년에는 저수 용량이 290억㎥에 달해 아시아 최대의 인공 담수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허난성의 타오차향 보 건설 현장에서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남수북조 수로 건설 현장 곳곳은 공사 기일을 맞추려고 야간작업을 강행하고 있다. 모종혁 통신원

중국 허난성의 타오차향 보 건설 현장에서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남수북조 수로 건설 현장 곳곳은 공사 기일을 맞추려고 야간작업을 강행하고 있다. 모종혁 통신원

4월25일 허난성 난양과 정저우를 잇는 30km의 수로 구간이 착공했다. 이로써 남수북조 중선의 주요 사업은 모두 공사에 들어가, 2013년에는 1기 공정이 완공되고 2014년부터 통수(通水)가 시작된다. 인류 역사상 규모가 가장 큰 토목공사로 불리는 남수북조 사업은 양쯔강과 그 지류의 풍부한 수자원을 북부 지방으로 보내는 프로젝트다. 2002년부터 시작돼 2050년 완료될 예정인데, 총사업비만 620억달러(약 67조원)에 이른다. 동선(東線)·중선·서선(西線) 등 3대 수로 중 양쯔강 상류의 물을 터널로 황허로 보내는 서선은 아직 계획 단계지만, 동선과 중선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거대 수리사업을 벌이는 데는 베이징·톈진·허베이 등 북부 지방의 물 부족 사정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평균 담수 총량은 약 6조2천억㎥로, 강수 깊이로 계산하면 648mm에 불과하다. 이는 세계 평균치인 약 800mm보다 한참 뒤처진다. 중국인 1인당 수자원 이용률은 2163㎥로 세계 평균의 4분의 1 수준이다.

수자원의 지역적 불균형은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중국 전체 수자원의 81%는 남방에 몰려 있지만 경작지의 65%, 인구의 47%가 북방에 분포돼 있다. 북방 주민은 남방보다 훨씬 많은 농작물을 생산하면서도 물 이용량은 남방의 4분의 1에 불과한 셈이다. 중국 북방은 가뭄에도 쉽게 노출돼 있다. 중국 660여 개 도시 중 물 부족을 겪는 곳은 약 60%인데, 북방의 적잖은 도시가 하나의 저수지나 호수에 물 공급을 의존하고 있다. 농촌도 용수 보유율이 낮아 가뭄이 일어나면 심각한 물 부족에 봉착한다.

이처럼 북부 지방은 2억 인구가 고질적인 식수난에 시달리고 물 부족으로 한 해 2천억위안(약 33조4천억원)에 달하는 산업 피해를 입고 있다고 중국 정부는 밝힌다. 남수북조 중선 사업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단장커우댐 저수지 물을 황허를 거쳐 베이징과 톈진까지 보내려 한다. 단장커우에서 베이징까지는 1276.4km, 여기에 톈진까지의 155.5km를 더하면 총길이가 1431.9km에 이른다. 20여 년 전부터 남수북조 사업을 준비해온 중국 정부는 2014년 단장커우의 물이 황허와 베이징으로 돌려지면 북방의 물 부족 문제가 해소되리라고 기대한다.

1천km 파이프 타고 흐른 물을 식수로?

다가올 댐 수위 조절을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수몰민 33만 명의 강제 이주가 진행 중이다. 이미 허난성에서 6만여 명, 후베이성에서 7만여 명이 타지로 이주했고, 올해는 10만여 명이 정든 고향을 떠나게 된다. 싼샤댐 수몰민 이주 사업 뒤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운하 공사도 병행한다. 후베이성 징저우의 양쯔강과 첸장의 한강 사이를 연결하는 67.2km의 운하가 그것이다. 이 운하는 총 61억위안(약 1조187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돼 2014년 완공된다.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선 이래 건설되는 최대 규모의 운하로, 600km에 달하는 징저우와 첸장 간의 거리는 완공 뒤 9분의 1로 단축될 것이다.

중국 정부는 원대한 목표 아래 공사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남수북조에 대한 회의와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2009년 2월 장중왕 샹판대학 교수(지리과학)는 에 발표한 논문에서 “단장커우의 물을 북방으로 보내면 댐에서 하류로 나가는 유량이 적어져 한강 하류 도시들이 물 부족 현상에 시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 교수는 “샹판시만 하더라도 단장커우댐 건설 뒤 고질적인 가뭄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며 “남수북조로 인해 한강의 유량은 지금보다 3분의 2로 줄어들어 샹판 주민들의 식수난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내 환경운동단체들은 지난해 서남부 지역에서 1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으로 큰 피해를 겪은 사례를 제시하며 남수북조 사업을 비판하고 있다. 그린피스 차이나 마톈제 부팀장은 “인위적으로 물길을 돌릴 경우 어떤 문제점이 발생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며 “종국에는 남방도 물 부족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서남부의 가뭄은 일시적 현상이라며 남수북조 사업이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태도다. 남수북조건설위원회 판공실 장예 부주임은 과 인터뷰에서 “남수북조 사업은 아직 진행 중”이라며 “양쯔강의 물 가운데 5% 정도만 북쪽으로 보내기 때문에 남부 지역의 물 사정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단장커우의 물이 베이징까지 제대로 보내져 식수로 이용할 수 있을지 의문도 제기된다. 2009년 10월 은 “중선 1기 공정이 끝나면 한 해 95억㎥의 물이 북쪽으로 통수되지만 중간에 허난성에 37.7억㎥, 허베이성에 34.7억㎥가 보내져 베이징에는 10억㎥만이 들어간다”며 “베이징의 용수난을 해결하는 데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단장커우 저수지의 수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파이프 관을 통해 1276.4km를 이동한 물을 식수로 사용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혹사의 밤, 야간작업도 닮았다

남수북조 사업은 여러모로 한국의 4대강 사업과 비교된다. 불과 4년여의 기간을 두고 졸속으로 추진하는 4대강 사업과 달리 남수북조 사업은 5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진행된다. 하지만 강물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오만한 발상에서 출발해 정부 주도의 밀어붙이기식으로 사업 추진을 하는 모습은 별다르지 않다. 건설 과정 중 수많은 댐과 보를 설치하고, 운하 사업까지 벌이는 점도 유사하다. 4대강 공사 현장처럼 중선 수로에서 첫 보가 건설되는 허난성 시촨현 타오차향 공사장에서는 공사 기일을 맞추려고 야간작업을 강행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우한대학의 한 교수는 “2014년 단장커우의 물을 베이징으로 보낸다는 목표도 원래 계획보다 5년 늦춰진 것”이라며 “수자원의 합리적 이용과 보호라는 대명제를 지키며 남수북조의 꿈을 달성하기에는 난제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중국 문명을 잉태한 양쯔강을 두고 벌이는 중국 정부의 거대한 도박인 남수북조 사업의 귀추가 주목된다.

후베이성(중국)=글·사진 모종혁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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