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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에 놓인 폭력과 마약

3200만 미국 내 멕시코계… 텍사스대 브라이언 로버츠 교수 “두 나라 상호의존하지만 국경의 치안 공조 부족해”
등록 2011-06-02 18:24 수정 2020-05-03 04:26
브라이언 로버츠 미국 텍사스대(오스틴 캠퍼스) 교수. 한겨레21 김경호

브라이언 로버츠 미국 텍사스대(오스틴 캠퍼스) 교수. 한겨레21 김경호

미국-멕시코 간 이민·국경 문제 전문가인 브라이언 로버츠 미국 텍사스대(오스틴 캠퍼스) 교수는 두 나라 국경지역에서 마약·폭력 범죄가 심각하지만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에 집중하느라 국경 문제 대처에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강연차 한국을 방문한 로버츠 교수를 5월20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만났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이 변해왔지만 가난한 멕시코인의 미국 이주라는 기본 경향은 지속되고 있다.
천천히 변화하고 있다. 과거 이민자는 멕시코 지방의 농촌 출신이 대부분이었는데 도시화가 되자 미국 이민자가 줄고 있다. 정점은 지났다. 하지만 멕시코 노동자는 일자리가 필요하고 미국은 값싸고 유연한 노동력이 필요한 구조는 유지되고 있다. 과거에는 일자리를 찾아 미국에 온 멕시코 노동자 가운데 70%가 돌아가고 30%가 남았지만, 1990년 이후 70%가 머물고 30%만 돌아가고 있다. 미국 내 멕시코계가 멕시코 전체 인구의 30% 수준인 3200만 명에 이른다. 또 이런 이민자는 미국 남서부에서 농업 분야에 종사했지만 이제 미국 전역의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노동조합 등에선 저임금 이민자가 일자리나 복지 혜택 등을 빼앗아갈 것이라는 두려움과 인종주의 성향이 겹치며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어찌됐든 멕시코는 미국과 국경을 접해 많은 농산물 등을 수출해 경제성장과 빈곤 문제 해결의 바탕을 마련하는 등 혜택을 입었다.

미국과 국경을 접한 멕시코 국경도시에서 마약·폭력 문제가 심각하다.
국경도시 시우다드후아레스 등에서 많은 영향을 받아 이 지역 중·상류층이 미국으로 이민가는 등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또 미국에서는 추방된 불법이민자를 국경 너머 도시에 내려놔서 이들이 마약조직에 빠져들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1994년 발효된 뒤 국경지역 중심의 ‘마킬라도라’(국경 조립·가공 수출산업)의 장점이 많이 없어졌다. 하지만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국경도시는 여전히 전자산업 등에서 중요한 고용 창출처며 수익성이 좋고 상호의존적이다.

마약 조직 간 경쟁이 마약·폭력이 심각해지는 이유로 지목된다.
미국행 마약 유통로가 콜롬비아에서 멕시코로 옮겨지며 마약 조직의 수익이 커졌다. 멕시코 안에서도 마약 판매가 늘었다. 과거 멕시코 제도혁명당(PRI)이 집권할 때는 지방 관리들이 중앙조직에 충성하는 한 마약 조직과 결탁하더라도 눈감아줬고 마약 조직도 심각한 폭력을 일으키지 않는 한 문제 삼지 않았다. 하지만 제도혁명당이 2000년 71년 만에 정권을 내주고 2006년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시작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또 마약 조직들이 유통로를 장악하려고 경쟁을 벌이며 치안이 나빠지고 있다. 멕시코의 주나 시 단위로 가면 비효율적이고 부패가 심각하고 마약 범죄로 기소되는 비율도 낮다.

제도혁명당이 내년 대선에서 재집권하면 마약 조직과의 결탁이 되살아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럴 가능성이 높다. 마약 조직이 심각한 폭력범죄를 일으키지 않는 한 용인할 것이다. 하지만 과거처럼 독점적 정당이 아니어서, 멕시코 전체를 통제하지는 못할 것이다. 마리화나 등은 합법화해서 마약 조직의 수익을 낮추려 할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 뒤에도 마약 문제에 대한 공조는 큰 진전이 없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중동, 테러 등에 과도하게 집중하느라 라틴아메리카를 무시하고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다. ‘너의 문제다’라는 식의 정책 접근은 변화가 없었다. 이 때문에 반미·반시장 성향이 베네수엘라 등에서 지속됐다. 미국이 라틴아메리카에 과거처럼 개입하지 않는데, 경제 지원 등 긍정적 면에서 도와주지 않는 게 문제다. 멕시코는 미국에 불법무기 유입 및 마약 소비 통제를 요청하지만, 미국인들이 총기에 집착하고 총기업체의 로비도 막강해 어렵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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