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전 성관계 하면 최소 6개월의 징역에 처해지는 이슬람 국가에서 계약결혼과 동거 늘어나
▣ 암만=글·사진 김동문 전문위원 yahiya@hanmail.net
중동은 지금 ‘성전’ 중이다. 거룩한 전쟁이나 지하드로 일컫는 성전(聖戰)이 아니다. 성, 데이트 그리고 결혼은 열혈남녀들의 뜨거운 감자이다. 여러 가지 성담론도 가득 넘쳐난다.
일부 지역, 법률혼 상태일 때만 데이트 가능
“빵빵 빠바빵….” 요르단 수도 암만의 7월, 뜨거운 열기가 곳곳에서 넘쳐난다. 자동차 경적 소리가 시내 도처에서 요란스럽고, 교통 체증으로 도심은 몸살을 앓는다. 밤이면 폭죽 소리가 진동하고 불꽃 축제가 밤하늘을 수놓는다. 국경일 행사 때문이 아니다. 결혼의 계절을 맞이한 요르단의 일상 풍경이다. 요르단의 경우 여름철 결혼이 다른 계절보다 더 높게 나타난다. 아랍 현지인들의 결혼식 풍경은 단조롭다. 우리에게 익숙한 주례도, 성혼 선언 같은 것도 없다. 결혼식과 피로연의 구분조차 모호하다. 흥겨운 음악에 맞춘 춤으로 시작해서 흐드러진 춤판으로 마무리되곤 한다.
아직 아랍·이슬람 지역은 전통적인 결혼관이 지배적이다. 집안에서 맺어주는 중매결혼이 일반적이고, 근친혼이 주를 이룬다. 사촌과 결혼한 여성의 비율이 20% 안팎을 차지할 정도다. 6촌 사이에 결혼한 경우까지 포함하면 근친혼이 60% 안팎을 오갈 것이란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그래서 친가·외가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20대 초반 여성 거의 절반 이상이 기혼녀다. 10대 후반에 결혼하는 비율도 나라마다 다르지만 평균 10%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20대 중반 여성이면 이미 애 두셋을 둔 중년인 셈이다.
이슬람 세계에서 혼전 남녀관계는 종교적 금기사항, 즉 ‘하람’이다. 양가 어른들의 동의가 없이는 이성과의 데이트도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런 현실이 달라지고 있다. 데이트만큼은 자유롭게 하려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이집트의 나일강변은 데이트족의 명소가 된 지 오래다. 요르단도 사랑을 속삭이는 젊은 남녀를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일부 지역의 경우 관습과 실정법상 두 남녀만의 데이트가 허용되려면 우리의 약혼보다 구속력이 더 강한 법률혼, 즉 ‘케투바’ 상태여야 한다. 약혼자도 아닌 두 남녀가 데이트하는 것은 경찰의 풍기문란사범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자유로운 이성과의 데이트, 자유연애 풍조가 확산되고 혼전 성관계도 늘고 있다. 사실 아랍 지역에 성 개방 풍조가 퍼지고 있다는 것은 이 지역에선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요즘 연애하는 학생들이 많지요. 그러다 성관계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요르단대 대학가 주변은 물론 이집트 카이로나 다른 지역 대학가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젊은이들의 거리를 종종 ‘해방 광장’이니 ‘자유 거리’ 등으로 일컫는다.
혼인증명 필요한 호텔을 피해서…
그래서 요즘 아랍 언론에서는 종종 자국 청년들이 ‘우르피’ 풍조에 빠져들고 있다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우르피는 계약결혼 또는 동거를 의미한다. 고향을 떠나와 유학 중인 학생들 중에서도 동거 생활을 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고 대학가 주변에서는 말이 무성하다. 젊은 연인들 사이에서 부모 몰래 혼인서약을 하고 동거를 하거나 성관계를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무슬림에게 적용되는 이슬람 가족법에 따르면 양가 부(모)의 확인이 없으면 법률혼도, 사실혼도 성립이 되지 않는다. 혼인 신고 없이 성관계를 했을 경우는 최소 6개월의 징역에 처해지고, 간통의 경우는 3년형에 처해지는 나라들이 대부분이다. 여성의 경우는 ‘명예 범죄’의 구실이 되거나 집안에서 극심한 제재를 받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젊은이들의 생각과 행동은 두드러지게 바뀌고 있다. 물론 아랍의 대학가에는 ‘과팅’이나 ‘모꼬지’(MT)와 같은 것이 없다. ‘남녀칠세 부동석’, 남학생과 여학생이 어울려서 밤을 새운다는 것은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일이다. 그래도 길은 얼마든지 있다. 적지 않은 젊은이들은 미팅도 하고, 소개팅도 하고, 애인도 만들고, 어떤 경우는 잠자리도 같이 한다.
이 지역은 이른바 ‘짧은 시간 몸 사랑’을 즐길 수 있는 러브호텔이 없다. 현지인들이 숙박업소에 머물려면 혼인사실 증명이 있어야 한다. 숙박비도 만만치 않다. 그 때문일까? 조금 한적한 공간에는 대낮에도 차를 세워놓고 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공원의 한적한 곳도 예외가 아니다. 종종 이런 한적한 자리의 차 안에서 진한 애정 행위를 벌이곤 한다. 종종 그 은밀한 차 안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남녀를 발견한다는 게 단속 경관들의 전언이다.
얼마 전 결혼한 팔레스타인계 요르단 청년 이야드는 지금 두바이에 살고 있다. 그는 한때 미혼 여성을 ‘하우스 메이트’(가정부)로 두고 살았다. 물론 동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방이 여럿인 아파트에서 한 지붕 여러 가족처럼 산 것이다. “아니, 결혼 안 한 남녀가 한집에서 어떻게 같이 살아요?”라고 반문하자 전직 교사인 그의 어머니 움 이마드는 담담하게 “그것이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 “속도위반을 했어요. 그게 남자한테 무슨 수치가 되겠어요. 그럴 수 있는 일이지요….”
아랍에도 ‘원조교제’가 존재한다. 한국 등과 다른 것이 있다면 일시적이나마 법률상 ‘부부’가 된다는 점이다. 이런 종류의 남녀관계는 특히 여름 휴가철에 집중돼 이뤄져 ‘휴가철 결혼’이라는 의미로 ‘알메시야프’로 부르는데, ‘합법적 매매춘’이란 비판이 거세다. 여성 혼자 해외여행을 할 수 없는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진다. 외국 여행을 가기를 원하는 여성들은 돈 많은 사업가와 임시결혼을 하곤 한다. 출국하기 직전 처음 만난 남녀가 법적으로 부부로 등록을 한 뒤, 휴가가 끝나고 귀국하는 순간 다시 남남으로 돌아서는 것을 전제로 한다.
휴가 끝나면 이혼하는 부부의 비밀
알메시야프는 현지처 역할을 하는 다른 아랍 국가 여성들과의 사이에도 벌어진다. 대표적인 대상국으로 이집트를 손꼽는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긴 어렵지만, 여름철 고급 호텔에 장기 체류하는 걸프 지역 출신 사업가들과 호텔을 드나드는 젊은 현지 여성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요르단 암만이나 시리아 다마스쿠스도 이런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경우라면 아랍판 ‘기생관광’이라 부를 만하다.
또 다른 하나는 아랍 젊은이들 일부가 여름철을 이용해 동남아시아 등지로 임시 결혼 관광을 떠나는 경우다. 대표적인 지역으로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가 지목된다. 자카르타 곳곳에는 이런 아랍 젊은이들을 노리는 결혼 사기단이 횡행한다고 아랍 언론들은 지적하고 있다. 결혼 계약을 위해 결혼 등록 사무소 등을 통해 소개받은 신부가 결혼 지참금만 챙긴 채 줄행랑을 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민원이 접수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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