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클로스의 ‘원조’ 생 니콜라 축일을 즐기는 벨기에 사람들
▣ 브뤼셀=글·사진 도종윤 전문위원 ludovic@hanmail.net
12월이 되면 벨기에 어린이들은 크리스마스에 앞서 가톨릭 성인인 생 니콜라 축일(12월6일)을 먼저 기다린다. 생 니콜라는 빨간 옷에 흰 수염을 기르고 착한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준다는 점에서 산타클로스와 같다. 하지만 긴 지팡이를 짚고 루돌프가 아닌 흰 말을 타며, ‘페흐 프헤타’(프랑스어로 ‘매질하는 자’라는 뜻)라는 흑인 도우미들을 데리고 다닌다는 점에선 다르다.
산타클로스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생 니콜라는 3세기 후반, 지금은 터키 땅인 비잔틴의 ‘미라’라는 곳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가업을 이어받아 어부가 됐지만 틈틈이 종교활동을 했으며, 나중엔 고향에서 주교까지 됐다. 그러나 세월과 더불어 사실과 전설이 겹치면서 그에 대해 전해지는 이야기는 제법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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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전설은 그가 주교가 된 과정에 관한 것이다. 젊은 시절 생 니콜라는 알렉산드리아로 잠시 유학을 떠나게 됐는데, 큰 폭풍을 만나 배가 난파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의 현명한 대처로 배는 고향인 미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마침 생 니콜라의 무용담을 들은 늙은 주교는 꿈에서 차기 주교는 “승리자”(그리스어 발음으로 ‘니케이’) 중에서 나올 것이라는 계시를 받았다며, 그에게 주교 자리를 넘겼다.
두 번째 전설은 어린이의 수호자와 관련된 것이다. 한 마을에 기근이 들어 먹을 것이 없을 때였다. 마을의 푸줏간 주인은 어린이를 꾀어 죽이고 소시지를 만들어 팔 계획으로 동네 어린이 3명을 데려가 통 속에 가뒀다. 마침 이 지역을 방문한 생 니콜라는 푸줏간 주인의 잘못을 깨우쳐주고 어린이들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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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과 관련된 전설도 있다. 어느 마을에 세 딸을 둔 가난한 사람이 있었는데 지참금이 없어 딸들을 시집보낼 수 없었다. 이들을 도와주고 싶었던 생 니콜라는 어느 날 밤 이 집에 몰래 찾아가 황금 동전이 들어 있는 주머니 3개를 던져놓고 나왔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이런 선행에 감명받아 자신들도 서로 돌아가며 몰래 선행을 베풀었다.
이 밖에도 생 니콜라 전설은 독일 신 ‘오딘’에서 유래했다는 설, 이교도 정리 과정에서 그리스 여신 ‘아르테미스’(그녀의 축일은 12월6일이다) 사원을 대치하면서 꾸며졌다는 설 등 끝이 없다. 그러나 이런 전설들이 주는 일관된 공통점은 그가 현자인 동시에 가난한 이와 어린이 같은 약자들을 사랑했다는 점이다. 그 때문인지 그는 지금도 항해자, 어린이, 상인 등의 수호 성인으로 일컬어진다.
한편 생 니콜라가 함께 데리고 다니는 페흐 프에타도 재미있는 캐릭터다. 이들은 검정 피부에 16세기 스페인식 옷을 입고 다니면서, 착한 어린이와 나쁜 어린이를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벨기에인들은 생 니콜라가 스페인에서 왔다고 믿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도 그것은 페흐 프에타가 스페인 전통복장을 한데다 그들이 전해주는 선물이 주로 스페인이 특산인 아몬드로 만든 마스펜과 오렌지이기 때문인 듯싶다. 이들은 피부가 검기 때문에 아프리카에서 온 흑인 노예가 기원이라는 설이 유력하지만 최근에는 인종차별적이라는 주장이 있어 파란색, 빨간색 페흐 프에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은 “무지개를 지나오면서 색깔이 바뀌었다”고 익살을 부리기도 한다.
생 니콜라는 동방정교뿐 아니라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등 서유럽에서도 많이 기린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팔레스타인에서도 생 니콜라를 기린다는 것이데, 베이트 잘라라는 기독교 마을에서는 생 니콜라가 마을의 수호 성인으로 추앙받고 있다고 한다. 요즘엔 상업주의와 맞물려 핀란드 어딘가에 ‘산타 마을’이 있다며 관광지로 홍보하기도 하는데, 기왕 원조를 찾을 바에는 생 니콜라의 진짜 고향인 터키의 미라를 방문해볼 일이다. 이곳에 가면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추진 중인 지은 지 1천 년이 넘는 생 니콜라 교회와 그의 석관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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