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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으로 본 세계_벨기에] 맥주의 맛

등록 2006-03-03 00:00 수정 2020-05-03 04:24

▣ 브뤼셀=도종윤 전문위원 ludovic@hanmail.net

벨기에를 아는 미식가라면 세 가지를 머릿속에 떠올릴 것이다. 홍합, 초콜릿 그리고 맥주. 이들은 벨기에를 대표하는 먹을거리지만, 아쉽게도 생산량이나 소비량에서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1등이 아니다. 벨기에처럼 작은 나라가 양으로 승부해 1등을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흔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맛에 있어서라면? 맛에 등수를 매길 수 있는 객관적인 잣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벨기에 맥주만은 자타가 공인하는 뛰어난 맛을 지녔다.
미국의 맥주 애호가 웹사이트인 비어 애드보케이트(Beer Advocate)가 밝힌 맥주 랭킹에 따르면 애주가들이 평가한 최고의 맛을 지닌 맥주는 벨기에산 수도원 맥주인 ‘트라피스트 베스트플레트른(Trappist Westvleteren) 12(Yellow Cap)’였다. 비록 미국, 벨기에, 독일, 캐나다, 영국 네 나라만 평가 대상에 올랐지만, 수백 종의 맥주 가운데 상위 10위 안에 든 맥주 네 가지가 벨기에산이었다. 1위를 차지한 베스트플레트른 12는 평가자 281명에게서 4.52/5의 평점을 받은 반면, 맥주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은 ‘아잉거 첼레브라토르 도펠보크’(Ayinger Celebrator Doppelbock)가 600명의 평가자들에게서 4.34/5를 받아 11위에 머물렀다. 1위에 오른 베스트플레트른 12는 지금도 베스트플레트른성에 있는 식스투스 수도원에서 소량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시중에서는 구할 수 없고 수도원을 직접 방문해야 맛볼 수 있다. 금요일과 일요일에는 판매를 하지 않는 등 구매 조건도 까다롭다.
애주가들에게는 여전히 수도원 맥주가 인기지만, 양산 맥주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얼마 전 브라질의 암베브와 합병한 벨기에 회사 인터브루(현재 이름은 인베브)는 한국의 오비맥주와 카스를 포함해 수십 종의 양산 맥주를 판매하는 세계 2위의 맥주업체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레프, 후가르덴 등은 처음 생산할 당시에는 수도원 맥주였으나 지금은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맥주로 바뀌었다. 하지만 인터브루 본사가 있는 루벤시는 여전히 수도원과 가톨릭 대학, 그리고 맥주 공장 세 가지가 병존하는 독특한 도시 형태를 띠고 있다.
만약 당신이 벨기에를 방문해 벨기에식 전통 맥주를 맛보고 싶다면 브뤼셀 그랑플라스 옆의 주점 ‘라 베카스’(la Becasse)를 가보라. 이곳에서 전문으로 파는 ‘람비크 괴즈’(Lambic Geuze)는 옛날 브뤼셀의 서민들이 즐겨 마셨다는데, 한국에서나 볼 수 있는 질그릇 항아리 모양의 술병에 담아준다. 맛이 순하고 달콤해서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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