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난 위성방송에서 방영된 뒤 대륙을 흔들어 놓은 <대장금> 인기 비결
‘아시아의 성공한 나라’라는 한국의 이미지, 오만한 태도로 망치지 말라
▣ 조홍식/ 베이징외국어대학 객원교수
중국에서 지난 9월1일부터 <후난 위성방송>을 통해 방영되기 시작한 한국의 사극 <대장금>이 10월15일 인기리에 막을 내렸다. 중국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후난 위성방송>은 <대장금> 방영권을 800만위안에 구입해 이번에 4천만위안의 광고수입을 올렸다고 한다. 그만큼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며 방영된 연속극이었다는 말이다. 이제 중국 시청자들의 최대 관심은 <대장금>을 언제 다시 방영할 것인지에 집중되고 있다.
한국 연속극이 쌓아온 이미지와 신뢰
중국의 인터넷 바다를 항해해보면 <대장금>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후난 위성방송>은 중국의 중앙과 각 지방을 대표하는 수십 개의 방송사 중에서 연예 부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방송사다. 지난 여름 대륙을 달구었던 아마추어 노래자랑 프로그램인 ‘초녀’(超女) 선발대회가 <후난 위성방송>의 기획상품이었다. 지난 9월과 10월 중국 최고의 연예 방송사 홈페이지는 곧 <대장금>의 홈페이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중국의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대장금>을 통해 본 한·중 연예오락 산업의 상호 경쟁력에 대한 비교부터 별자리로 보는 <대장금> 주인공들의 성격 분석까지 온통 <대장금>에 관한 이야기였다.
일상생활에서 <대장금>의 인기는 거리를 거닐거나 상점에 들렀을 때 자연스럽게 들려오는 <대장금>의 주제곡에서 느낄 수 있다. 음악 CD나 영화 VCD와 DVD 등을 판매하는 작은 가게에 들어가도 <대장금>은 판매대의 잘 보이는 부분에 정성스럽게 진열돼 있다. 잘나가는 대표상품인 셈이다. 실제로 한국의 연속극이나 영화를 좋아하는 중국의 젊은이들은 이미 대만과 홍콩에서 <대장금>이 방영된 뒤 해적판 VCD나 DVD를 통해 연속극을 보았다. 다만 이번 <후난 위성방송>의 방영으로 더 많은 시청자들이 <대장금>을 접하게 되었고 그 인기가 전 대륙으로 확산된 셈이다.
<대장금>은 분명 그동안 한국 연속극 인기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그리고 이러한 성공은 중국인들 사이에서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영웅과 권력, 전쟁과 무술 등을 다루었던 ‘남성적’인 사극들이 가지지 못한 부분을 <대장금>은 친근감과 인간적인 측면에서 서술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대장금>은 유교적인 전통의 여인이면서 동시에 현대적인 의지와 노력을 경주하는 이상적인 여성상을 보여주었다. 전통음식과 의술의 묘미를 절묘하게 표현했다. <대장금>의 성공을 설명하는 수많은 요인들이 제시되고 토의됐다.
그러나 <대장금>은 자신의 특성만으로 이같은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우선 그 배경에는 수년간 한국 연속극들이 쌓아온 이미지와 ‘신뢰’가 있다. 베이징의 대학생들, 특히 여대생들 중에서 <겨울연가>를 부분적으로라도 보지 않은 학생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여대생들이 드라마 속에서 순수한 사랑이나 신데렐라를 꿈꾸는 동안 40대 부인들은 한국 연속극에서 가족의 사랑과 가치를 확인하거나 일탈의 대리만족을 누린다. 중년 부부는 <명성황후>를 보며 일본인들이 저지른 역사적 만행을 드라마틱하게 상상하며 즐긴다. 이처럼 중국인들에게 한국의 연속극은 ‘믿을 수 있는’ 세련되고 재미있게 만들어진 오락물이다.
일본·대만과 한국은 다르다?
적어도 연속극 부문에서 중국에서 부는 한류의 바람은 가히 폭발적이다. 중국의 방송에서는 심심치 않게 한국 연속극을 방영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의 대표적 포털 사이트인 시나(www.sina.com)가 인터넷에서 진행 중인 여론조사에서 참여자 가운데 40% 이상이 자주 한국 연속극을 보며 80% 이상이 좋아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이 조사에는 10월18일 현재 이미 5만6천여 명이 참여했는데, 어느 나라 연속극을 가장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50%가 한국을 꼽았다. 중국 대륙은 21%, 대만과 홍콩은 19%에 불과했으며, 유럽이나 미국은 6%, 일본 2%에 그쳤다. 인터넷 여론조사가 가지는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이같은 결과는 놀라운 것임이 틀림없다.
한류는 연속극에 그치지 않는다. 연예계의 다른 분야, 즉 영화와 대중음악에서도 한국은 인기를 끌고 있다. <겨울연가>와 마찬가지로 <엽기적인 그녀>는 중국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본 영화 중 하나다. 과거 이정현의 노래들은 아직까지도 노래방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장나라의 음반은 서울에서보다 베이징에서 더 많이 선전됐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대규모 광고의 대상이었다. 과연 한국 문화산업의 수준과 경쟁력이 아시아를 장악할 정도로 획기적으로 발전한 것인가?
중국에서의 한류는 한국 문화산업의 경쟁력을 반영하고 있다. 적어도 같은 문화권인 중국 대륙이나 대만, 홍콩, 그리고 일본을 능가하는 연속극의 경쟁력이 이를 잘 보여준다. 더 세련되게 잘 만들어 포장하는 능력, 꿈이나 환상을 심어주는 스토리와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능력이 모두 전반적인 경쟁력을 제공한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한류는 단순한 문화산업과 교역의 문제가 아니다. 한류는 한국이라고 불리는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사는 사회에 대한 동경과 지향을 반영하고 있다. 한류 바람이 부는 이유는 중국에서 삼성 휴대전화가 비싸고 품질 좋은 휴대전화로 통하고, 베이징의 새 택시들이 대거 깨끗하고 반짝이는 현대 차량으로 교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류의 파도가 오를 수 있는 이유는 중국에 와 있는 외국 유학생의 절반 이상이 한국인이고 이들이 중국의 간부들이 벌 만한 월급을 학비와 용돈으로 지출하며 생활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한국은 성공한 아시아 국가의 대명사로 통한다. 그것은 우리가 정말 우수하고 멋지게 성공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경쟁국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차별을 받기 때문이다. 일본은 중국의 애국주의 교육에서 가장 비판의 대상이 되는 국가이기에 중국의 모델이 될 수 없는 것은 물론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어렵다. 대만은 중국이 자국의 한 성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실제로 통제할 수 없는 껄끄러운 존재다. 홍콩 역시 중국의 작은 부분이지 중국 전체가 모델로 삼을 수 있는 규모는 아니다.
한국이야말로 적합한 동경의 대상일지 모른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문화적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일본처럼 역사적 적대감을 상기시키지 않는 존재, 그리고 대만이나 홍콩처럼 ‘내부적’ 불평등을 강조하지 않는 적당히 이국적이면서 동질적인 문화와 사회가 아닌가. 중국에서 한류가 장기적으로 지속하리라고 예측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같은 구조적 요인이 작동한다는 데 있다.
“한류는 일시적인 현상!”
한류를 잠식해버릴 수 있는 태도는 오히려 한류의 성공에 들떠 단기적으로 모든 이익을 집어삼키겠다는 미련한 제국주의적 태도일 것이다. <대장금>이 중국 대중에게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해 두 민족이 친근감을 느끼도록 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대장금>과 관련된 음식 사업이나 부대 사업을 한국 기업이나 개인이 독식한다고 상상해보자. 반한류 바람이 폭풍처럼 몰아치고 한류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한류는 이를 통해 이익을 보는 중국인들이 많을수록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오래 지속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직까지 한국과 한류는 그다지 중국인 대다수의 민족주의적 대응을 초래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이 조금이라도 오만하고 지배적인 자세를 보인다면 중국인들의 반응이 거세게 일어날 것이다. 내 귀에는 아직도 한류에 대한 토론에서 한 국수주의자 중국 학생이 소리치던 말이 들려오고 있다. “한국은 크기도 작고 인구도 조금밖에 없다. 중국은 나라도 거대하고 인구도 세계 최고다. 찾아보면 중국에 미남미녀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한류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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