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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법이] 피우는 사람 마음대로

등록 2005-07-22 00:00 수정 2020-05-03 04:24

[세상에 이런 법이_인도네시아]

▣ 수방(인도네시아)=서영철 전문위원 skshin@uzseo@hanmail.net

담배 소비 세계 5위. 세계보건기구(WHO) 통계로는 인도네시아 인구의 30~40%라고 하지만 체감 수치는 50% 이상이다. 인도네시아 어딜 가나 담배 연기가 자욱하다. 금연이라는 표시는 찾기 힘들고, 사람들은 집이나 길거리, 공공장소 어디에서든지 심지어 마을버스 안, 공항에서도 담배를 피운다. 얼마 전에는 수카르노하타 국제공항 금연에 대해 자카르타시와 반텐주가 힘겨루기를 했다. 공항 안에는 1㎡ 정도의 흡연자를 위한 부스가 설치돼 있지만 여기에 구애받는 사람은 없다.

중·고생들이 방과후 학교 앞에 삼삼오오 모여 아무 거리낌 없이 담배를 피운다. 이곳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슈퍼마켓이나 가게의 계산대에 ‘18살 미만에게는 담배를 팔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많은 청소년들은 학교 바로 앞에 있는 가판대와 ‘아송안’이라는 ‘거리의 장사꾼’들에게서 손쉽게 개비 담배를 구입해 피운다.

수많은 담배회사 광고 현수막과 텔레비전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담배 광고를 내보낸다. 필자가 글을 쓰는 동안에도 담배회사가 제작비를 지원하는 스포츠 방송이 나오고 있다. ㄷ담배회사의 광고는 스포츠 프로그램 중간마다 줄기차게 나오고 있다.

보통 가게에는 5개 이상의 담배 광고 간판이 붙어 있고, 길거리 모퉁이마다 담배회사가 주최하는 행사를 알리는 대형 광고판이 행인들의 눈길을 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포스트>는 최근 이런 기사를 실었다. “인도네시아 가정 57%에 흡연자가 있고, 이 중 92%가 집 안에서 담배를 피운다. 화디라 스파리 보건부 장관은 ‘우리 남편도 수십년째 집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담배를 못 피우게 할 수 없기 때문에 가급적 테라스나 마당에서 담배를 피우라고 잔소리하지만 별 효과가 없다’고 ‘세계 금연의 날’ 기념 기자회견에서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최근 중부 자카르타 지방법원은 독립기념탑 광장에 담배꽁초를 버린 혐의로 기소된 남성에게 벌금 1만루피아(한국돈 1200원)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공질서에 관한 조례와 자카르타 위생에 관한 조례 위반으로 벌금을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벌금 1만루피아를 선고받은 피고는 “내 고향 인드라마유에서는 담배꽁초를 길에 버린다고 해서 벌금을 내는 법이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자카르타 조례를 설명하자 이를 인정하고 벌금을 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조례에 따라 처벌을 받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시골에서 올라온 남성이 금연법에 따라 처벌받은 거의 유일한 경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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