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 7자*세로 9자의 손바닥 속 책으로 독서하는 일본의 지하철 풍속도
출판사도 적극적 동참, <딥 러브>등의 베스트셀러는 320만명이 다운로드
▣ 도쿄= 황자혜 전문위원 jahye@hanmail.net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는 것은 일본의 대표적 풍경 중 하나다. 통근, 통학에 소요되는 시간이 평균 30분에서 1시간가량인 도쿄에서 문고판 서적이나 신문, 성인 만화잡지, 코믹잡지 등을 보는 것은 흔한 풍경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년 사이 풍경이 달라졌다. MD나 MP3를 들으면서 휴대전화로 메일을 송수신하거나, 인터넷 정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눈에 띄게 많아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또 하나의 풍경이 첨가됐다. 바로 휴대전화로 책을 읽는 것이다.
“일본의 출판시장은 노래방이다”
한국에서는 휴대전화에 디지털 카메라가 필수적으로 달리고, MP3도 거기에 가세했다. 최근에는 텔레비전을 볼 수 있는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폰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의 휴대전화 진화 양상은 조금 다르다. 카메라, MP3, 텔레비전 전화, 텔레비전 그리고 PDF 열람 기능의 탑재로 휴대전화에서 PDF 파일의 확대·축소·회전·이동이 가능하고, 거기에 책을 읽는 서비스가 가세한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작은 휴대전화로 책 한권을 읽는 것일까. 휴대전화 단말기 화면에 가로 7자 세로 9자의 양이 세로쓰기로 뜬다. 상하를 클릭하면 마치 책을 넘기는 듯이 화면이 바뀐다. 지금 휴대전화의 화면은 QVGA사이즈가 표준으로, 스크롤에 걸리는 시간도 짧다, 책의 종류에 따라 1권당 100엔에서 950엔까지로 평균 400엔대. 소설을 비롯해 비즈니스 관련서적, 실용서, 사진집 등을 휴대전화로 쉽게 내려받아 읽을 수 있다.
신문기자인 ㅎ씨는 유명 작가 데라다 도라히코의 <연구적 태도의 양성>이라는 에세이를 최근 휴대전화로 읽었다. 통근시간 30분 안에 읽기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이 글이 들어 있는 전집을 사기보다는 간단하게 내려받아 읽고 싶어서였다. 통근, 통학 만원전철에서 부스럭거리면서 신문을 펴들거나 책을 넘기지 않고도 작은 틈새에서 간단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것, 어차피 전철 안에서 뭔가 해야 직성이 풀리는 10대 후반, 20~30대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감각으로 간단하고 가볍게 책과 만나는 것이다. “눈이 피로하고, 내려받는 데 시간이 걸리고, 배터리가 오래 못 가고, 책처럼 팍팍 넘기지 못한다” 등의 불만의 목소리도 들린다.
일본의 출판 시장은 지금 불황이다. 이러한 출판계 불황에 대한 분석을 생생하게 담은 사노 신이치의 <누가 책을 죽이는가?>(신초사, 2004년 6월)의 서문에 일본 출판 상황에 대한 한 문학가의 신랄한 지적이 인용돼 있다. “일본의 출판 상황은 노래방과 판박이다. 노래하는 사람만 있을 뿐 듣는 사람이 없는, 다시 말해 쓰는 사람만 있고 읽는 사람이 없다. 연간 7만점 이상, 1일 200점의 신간이 쏟아지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이 아니다.”
만화에서 취미실용서까지 장르도 다양
서적 반품률이 40%에 달하고, 잡지 반품률이 30%를 넘는 ‘다산다사’의 일본 출판업계는 이제 종이책 살해의 가해자로 인식되던 종전의 전자책 서비스에 합류하고 있다. 휴대전화 전자북 서비스에도 참여하는 등 살아남기 위해 출판사도 전자책 서비스를 새로운 시장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마케팅한다. 휴대전화 보급률이 높은 만큼 전자서적 콘텐츠가 인기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시작한 이 서비스는, 이용자가 원하는 신작을 서점까지 가지 않고도 볼 수 있고, 절판 작품을 전자책으로 공급받아 편하게 읽을 수 있으며, 출판계는 재고를 줄이고 베스트셀러를 낼 수 있는 상부상조의 서비스로 기대하고 있다.
휴대전화로 책읽기 서비스가 시작된 것은 2002년 10월 신초사의 ‘신초휴대문고’다. 단말기나 브라우저로 월 100엔에 신작소설을 제공했다. 또 휴대전화 인터넷 북랜드 등을 무료로 열람하면서 다양한 서적을 검색하고, 무료와 유료 서비스로 나누어 책을 원하는 대로 내려받을 수 있다.
휴대전화 베스트셀러로는 요시가 쓴 <딥 러브>가 대표적이다. 원조교제에 몰두하던 여고생들의 사랑과 죽음을 그린 시리즈물인데, 다섯 번째 권은 320만부가 팔렸다. <더, 살고 싶어>는 휴대전화를 수신한 사람들이 몸의 일부가 사라져간다는 엽기적 호러물로 지난해 말에 발매되어 80만부에 이르렀다. 휴대전화 전자북 서비스의 인기 장르는 미스터리 서스펜스, 베스트셀러 드라마 원작, 연애소설이며, 이용자들은 앞으로 절판된 출판물이나 소년소년 만화, 공상과학(SF) 소설, 취미 실용서 등 다양한 장르를 볼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기존의 PC, PDA 등으로 전자서적 서비스를 받는 연령은 20~30대, 직업은 회사원이나 공무원, 학생이었는데, 휴대전화의 경우는 10대 후반에서 20대의 이용률이 높았고, 10대의 이용률은 수치상으로는 낮지만, 휴대전화로 전자책을 보는 경우가 PC의 2배라는 것을 휴대전화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그런데 NTT 도코모에서는 지난 6월30일자로 휴대전화 전자책 서비스를 중단했다. 일본 내 휴대전화 시장을 55% 이상 점유한 이 회사가 책읽기 서비스를 중지한다는 것은, 책 서비스의 미래를 그다지 밝게 보지 않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NTT에서 주력하는 분야는 이미 한국에서도 상용화된 휴대전화 결제와 지갑 기능이다. 내년까지 현재 JR 전철을 탈 때 사용하는 ‘스이카’(Suica) 카드의 기능을 휴대전화가 대체하고, ‘오사이후 게이타이’, 즉 휴대전화로 정산과 지불이 가능한 콘텐츠에 주력한다고 한다. 휴대전화의 진화는 결국 이용자의 지갑을 담보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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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에게 문자 보내야지~ |
▣ 수방(인도네시아)=서영철 전문위원 uzseo@hanmail.net
“국민 여러분 제 휴대전화 번호는 0811109949입니다.”
수시리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고 문자 메시지로 국민의 의견을 접수하기 시작했다. 이 ‘문자 메시지 신문고 제도’는 힘없이 권력 앞에 잠잠히 목소리를 낮추고 있어야 했던 대다수의 인도네시아 국민들에게 환영받았다.
‘문자 메시지 신문고 제도’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은 한 임시교사가 보낸 문자 메시지였다. 임시교사는 4개월간 급료가 체불되어 이 문제를 문자 메시지로 보냈는데, 대통령은 메시지를 받는 즉시 밤방 수디부요 교육부 장관에게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그리고 임시교사는 체불임금의 일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임시교사가 어떻게 유도요노 대통령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대통령의 휴대전화 번호에 대한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호기심이 높아지자 결국 대통령은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했다. 번호가 공개된 첫날인 6월13일, 대통령의 휴대전화로 수신된 문자 메시지는 3천개가 넘었다. 문자 메시지 발신자에 대해서는 철저한 보안과 안전을 보장한다. 휴대전화로는 쏟아져 들어오는 수많은 문자 메시지를 처리할 수 없기에 ‘문자 메시지 센터’를 만들었다. 새로 개설된 대통령 문자 메시지 센터의 번호는 9949이고 우체국 사서함 번호는 자카르타 10000번이다.
2004년 대선공약으로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웠던 유도요노 대통령은 당선 뒤에도 부패 공직자를 엄중히 처벌할 것을 선언했고, 지난 5월4일에는 재정감사원, 검찰청, 경찰청 직원 51명으로 구성된 부정부패 척결 조정팀을 발족했다. 이런 시기에 국민이 대통령에게 직접 하소연할 수 있고 국민 주변에서 일어나는 부정부패를 고발할 수 있는 문자 메시지 서비스는 지방 부패관리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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