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스포츠팬이 아니어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혹자는 이들을 두고, 인간계를 뛰어넘는 비범함을 지녔다는 뜻으로 ‘축구의 신 호날두’라거나 ‘메시는 메시아’라고 한다.
기록이 말을 한다. 지난 시즌, 호날두는 48경기에서 51골 15도움(스페인 프리메라리가·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기준)을 기록했다. 단순히 득점력뿐 아니다. 그는 모든 팀 전술의 핵이다. 지난 7월에는 ‘유로 2016’에서 조국 포르투갈에 사상 첫 우승컵을 안겼다.
한 달 앞서 메시는 남미축구선수권대회인 ‘코파아메리카’의 우승 문턱에서 또 한 번 좌절했다. 그러나 대회 내내 그는 ‘아르헨티나 그 자체’였다. 이 대회에서 그는 국가대표 A매치 역대 개인 최다골(113경기 55골·전 기록은 가브리엘 바티스투타가 세운 78경기 54골)을 갈아치웠다. 클럽팀에선 이미 프리메라리가 역대 개인 최다골(315경기 314골) 기록을 다시 쓴 바 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우승 청부사’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font></font>지난 8월 개막전을 시작으로 2016~2017 시즌 유럽 클럽축구가 ‘별들의 전쟁’에 들어섰다. 시즌 초반 두 명의 ‘축구의 신들’이 뜻밖에 조용하다. 호날두는 유로 2016 프랑스와 결승에서 왼쪽 무릎 인대 부상을 당했다. 9월 이후 복귀가 점쳐지고 있다. 메시는 8월28일(한국시각) 아틀레틱 빌바오와 리그 개막전에서 오른쪽 햄스트링을 다쳤다. 당분간 ‘개점휴업’ 상태다. 그러나 축구는 멈추지 않는다.
올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인간계’를 뛰어넘을 후보들이 즐비하다.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는 ‘우승 청부사’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영입했다. 그가 ‘프랑스 리그1’의 절대 강자 파리 생제르맹과 일찌감치 결별을 선언하고 주저 없이 택한 행선지가 맨유다.
맨유는 알렉스 퍼거슨 경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이후, 믿기 어려울 만치 부진한 성적을 거듭했다. 명가 재건을 위해 올 시즌 명장 조제 모리뉴 감독을 영입했다. 선수 보는 눈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모리뉴 감독은 부임 이후 선수 4명을 영입했는데, 이브라히모비치가 유일한 공격수다. 그리고 일찌감치 “더 이상 영입은 없다”며 이적 시장 종료를 선언했다. 이브라히모비치의 존재감, 그리고 그의 실력을 향한 굳은 믿음이었다.
한국 나이로 올해 36살. 그렇잖아도 프리미어리그는 여타 리그보다 체력적 부담이 훨씬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브라히모비치가 힘에 부쳐할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나이를 먹을수록 성숙해지는 스웨덴산 최고급 와인”이라고 부른다. 허풍이 아니다. 지난 시즌, 그는 프랑스 리그에서 38골(31경기)을 넣었다. 한 시즌 개인 커리어 최다 득점이다.
그는 자신이 속했던 모든 팀을 우승시킨 놀라운 기록을 갖고 있다. 네덜란드에선 아약스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탈리아에선 유벤투스·인터밀란·AC밀란 3개 팀을 모두 우승시켰고, 스페인 FC 바르셀로나,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에서도 ‘우승 청부사’ 구실을 했다. 그가 가진 리그 우승 트로피만 무려 11개에 이른다. 타고난 신체적 능력에 놀라운 적응력, 유연한 두뇌가 축구에 최적화됐다.
한때 ‘악동’이라 불렸지만, 이제는 어엿한 리더의 자질까지 엿보인다.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나는 새로운 안티팬이 필요하다. 날 싫어하던 놈들이 이미 내 팬이 돼버렸다”며 유쾌한 농담도 던질 줄 안다. 프리미어리그 개막 직후 3경기를 보면 그의 말은 완벽히 맞았다. 본머스와 개막전에서 데뷔골을 뽑아냈고, 사우샘프턴과 2라운드에선 두 골을 집어넣었다. 프리미어리그가 공식 집계하는 선수 파워 랭킹에서도 단숨에 1위로 올라섰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슈퍼크랙’ 에당 아자르</font></font>2010~2011 시즌, 19살 에당 아자르는 나이를 믿기 어려운 드리블과 시야를 선보였다. 그 시즌, 아자르의 활약으로 소속팀 릴 OSC는 무려 56년 만에 프랑스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아자르는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다음 시즌 팀은 3위에 그쳤지만, 그는 두 시즌 연속 올해의 선수상을 거머쥐었다. 아자르의 드리블을 보면, 축구장이 아니라 빙상장에서 공을 모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2012~2013 시즌 프리미어리그 명문 첼시에 이적했다. 두 시즌 만에 ‘에이스의 상징’ 등번호 10번도 꿰찼다. 그해 첼시는 리그에서 우승했다. 첼시 올해의 선수, 잉글랜드 프로축구선수협회(PFA)와 잉글랜드 축구기자협회(FWA)가 뽑은 올해의 선수 등 3관왕을 차지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2015∼2016 시즌, 팀의 성적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곤두박질쳤다. 22라운드가 치러지던 시점까지 첼시는 14위까지 추락했다. 결국 10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디펜딩챔피언(전년도 우승자)이 다음 시즌 10위에 머무른 것은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이전 기록은 1995~96 시즌 디펜딩챔피언으로 시즌을 치렀던 블랙번 로버스가 7위로 시즌을 마친 것이었다.
팀의 핵심인 아자르도 온갖 풍파에 시달렸다. 엉덩이, 어깨 등 여러 부상을 당했다. 특유의 날카로운 플레이도 잃었다. 일부에선 “조제 모리뉴 감독에게 반기를 들어 태업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모리뉴 감독이 중도 하차했고, 거스 히딩크가 새 감독으로 부임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몸 상태를 끌어올려 태업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그러나 올 시즌 첼시는 개막 직후 3경기에서 전승을 했다. 중심에 아자르가 있다. 특히 3라운드 번리와 경기에선 40m 넘는 거리를 유유히 돌파해 오른발로 골을 기록했다. 안토니오 콩테 신임 감독이 “아자르는 월드클래스”라며 힘을 싣고 있다. ‘슈퍼크랙’이 돌아왔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미래형 센터백, 사무엘 움티티 </font></font>유로 2016을 앞두고 프랑스는 큰 악재를 맞이했다. 공격의 핵심이던 카림 벤제마(레알 마드리드)가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며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더 큰 문제는 23살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중앙수비의 한 축을 담당했던 라파엘 바란(레알 마드리드)도 부상으로 낙마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프랑스의 수비는 상대 공격수들에게 슬픔을 자아내는 ‘통곡의 벽’처럼 단단했다. 프랑스가 결승까지 올라가며 내준 골은 7경기에서 5골에 불과하다. 그 중심에 사무엘 움티티(프랑스)가 있다. ‘클럽 이상의 클럽’ 바르셀로나가 고질적인 수비 불안을 털어내기 위해 선택한 센터백이 바로 움티티다.
수비수의 기본 덕목은 문자 그대로 ‘잘 지키는 것’이다. 남미의 전설적인 센터백 엘리아스 리카르도 피게로아 브란데르(칠레)는 “수비 진영은 나의 집이고 누가 방문할지는 내가 결정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수비수 구실은 아군 지역에서 상대 공격력을 얼마나 무력화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수비수에 대한 ‘역할론’은 현대 축구에서 변화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수비수들의 공격 가담 능력은 필수 요소다. 축구가 마치 풋살처럼 대단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수비 지역에서부터 더 빠른 공격 태세로의 전환, 이른바 ‘빌드업’ 능력을 갖춘 수비수가 귀한 존재가 됐다. .
움티티는 ‘빌드업’ 수비수의 전형이다. 그의 키는 181cm에 불과하다. 그러나 탄력 넘치는 점프력으로 단점을 보완한다. 상대방을 끈질기게 따라붙는 스피드와 한발 빠른 공격 차단 능력도 지녔다. 아울러 최후방에서 미사일처럼 날아가는 롱 패스 능력은 단연 돋보인다. 유로 2016에서도 그는 프랑스 공격진의 지원군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공격진에 침투하는 능력도 수준급이다. 그는 1993년생으로 올해 나이가 23살에 불과하다. 바르셀로나로 이적이 결정된 직후, 눈물까지 흘렸다고 할 만큼 축구에 대한 열정도 뜨겁다. 가까운 미래에 프랑스는 물론 클럽팀 바르셀로나의 핵심적인 수비수가 될 것이다.
움티티처럼 뛰어난 수비수들이 눈길을 끌지만, 수비는 결국 조직력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빗장 수비’를 자랑하는 팀이 프리메라리가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수비력을 앞세워 프리메라리가에서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에 맞서는 몇 안 되는 팀이자, 세계적인 클럽팀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의 지휘 아래 센터백 디에고 고딘이 지휘하는 수비진의 움직임은 예술에 가깝다.
아틀레티코의 최대 강점으로 골키퍼 얀 오블라크를 꼽을 수 있다. 최근 10년간 아틀레티코를 거쳐간 골키퍼들의 면면은 눈부시다. 다비드 데헤아는 25살에 스페인 주전 수문장 자리를 꿰찼고, 클럽팀 맨유에서도 절대 전력으로 꼽힌다. 티보 쿠르투아(첼시)는 뛰어난 신체조건과 반사신경으로 데헤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최정상급 골키퍼가 됐다. 오블라크는 이들의 명성을 잇는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난공불락 도전하는 얀 오블라크</font></font>오블라크의 가장 큰 장점은 경이적인 반사신경이다. 키 188cm는 최근 골키퍼들의 성향을 보면 그다지 내세울 만한 게 못 된다. 그러나 그는 거짓말 같은 슈퍼 세이브를 매 경기 선보인다. ‘이건 들어갔다’ 싶은 궤적의 슈팅들조차 오블라크의 손을 피하지 못한다.
반사신경 못지않게, 그의 강철 같은 심장도 놀랍다.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바이에른 뮌헨과 4강 2차전이 특히 그랬다. 팔에 ‘거미손’을 채운 듯 엄청난 선방과 함께, 페널티킥마저 쳐내며 분위기를 반전했다. 결국 팀은 1차전에서 원정 다득점으로 뒤지고 있던 경기를 뒤집었다. (그의 반사신경은 정말 대단한데, 도저히 말만으로 설명할 수준이 아니다. 유튜브 동영상을 확인해보면 좋겠다.)
지난 시즌 오블라크는 리그에서 18골(30경기)만을 내줬다. 세계 최고 공격진들이 총출동하는 ‘별들의 전쟁’ 챔피언스리그에서도 13경기 8골밖에 내주지 않았다. 그의 활약에 팀도 싱글벙글이다. 그는 지난 시즌 프리메라리가 최소 실점 기록을 세웠다. 유럽 4대 리그를 통틀어도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프리메라리가 최고의 골키퍼에게 주어지는 ‘사모라상’도 응당 그의 몫이었다. 아직 23살밖에 되지 않았다. 완숙미를 더한다면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수문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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