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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림원] 장애인이 장애인에게!

등록 2004-05-12 00:00 수정 2020-05-02 04:23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장애인을 위한 행사에는 대개 자원봉사자들이 많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의 손발이 돼줘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5월11일 개막한 제24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도 마찬가지다. 참가 선수는 1천명이 조금 넘는데, 자원봉사자는 3천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김묘숙, 이혜란, 송남숙(전주 자림원·앞줄 왼쪽부터)씨는 흔히 만날 수 있는 자원봉사자가 아니다. 이들은 정신지체 3급 장애인들이다. 늘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기만 했던 장애인들이 남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장애인을 자원봉사 대상으로만 보는 것도 일종의 편견입니다. 그 편견을 한번 깨보려고 자원봉사를 신청했죠.”(김묘숙씨)

하지만 장애 때문에 자원봉사 활동에도 ‘장애’가 있었다. 전산처리나 행사진행 같은 복잡한 일은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바로 경기장 주변 청소. 이른바 ‘환경미화’ 자원봉사다. 함께 자원봉사를 신청한 전주 자림원의 하선숙(뒷줄 왼쪽) 교사는 “정신지체 3급은 일반인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간단한 일은 잘해낼 수 있다”며 “장애인도 지역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장애인 행사에 장애인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인데, 그동안 장애인체전 같은 큰 행사에서는 장애인 자원봉사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 왜일까. 하 교사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 때문이라고 말한다. “주최쪽이 이번 대회의 의미를 그냥 일반 대회처럼 생각했다면 자원봉사 참가 신청을 받아주지 않았을 거예요.”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회장 이건희) 주최로 열리는 이번 대회는 5월14일까지 전주, 익산, 완주, 임실 등에서 경기가 열린다. 특히 이번 대회는 9월 중순 열리는 제12회 아테네 장애인올림픽대회 대표선수 선발전을 겸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전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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