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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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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음식은 짜다

등록 2004-12-17 00:00 수정 2020-05-03 04:23

[몸살리기]

▣ 전세일/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원장

우리 몸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닥쳐오는 모든 자극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그리고 끊임없이 입수해야 한다. 이러한 정보 입수는 오감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시각(보는 감각), 청각(듣는 감각), 후각(냄새 맡는 감각), 촉각(몸에 닿아서 느끼는 감각), 미각(맛을 보는 감각)이 그것이다. 그런데 모든 감각은 대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부터 오는 정보를 알아차리는데, 유독 미각만은 입 안에 들어와 혀에 닿아야만 알 수 있다. 단맛·쓴맛·신맛·짠맛은 혀에 닿아야만 느낀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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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의 앞 끝에서는 단맛을 느끼고, 혀의 뒷부분에서는 쓴맛을, 혀의 옆구리 앞부분에서는 짠맛을, 옆구리 뒷부분에서는 신맛을 각각 느낀다. 매운 것이 맛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매운 느낌도 혀에서 가장 예민하게 감지되니까 매운 것도 맛이다” 하는 것이 한쪽의 주장이다. 그러나 “맛이라는 것은 혀에서만 느껴져야 하는 것인데 매운 것은 아무데서나 감지되지 않느냐. 고춧가루가 손에 닿으면 손이 맵고 항문에 닿으면 항문도 매운데, 사탕이 항문에 닿는다고 항문이 달게 느껴지더냐” 하는 것이 또 다른 쪽의 주장이다.

사람의 감각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굳어지고 둔해진다. 근육과 골격, 관절이 그렇다. 감각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면서 눈도 어두워지고, 귀도 어두워지고, 냄새도 둔해지고, 피부 감각도 둔해지고, 입맛도 둔해진다. 우리의 입 안에서는 늘 타액(침)이 나오는데, 이 타액은 음식을 씹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씹으면서 음식 맛을 감지하는 역할도 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입에서 나오는 타액의 양이 줄어들고, 따라서 음식의 맛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게 된다. 미각이 둔해지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미각 수용체(맛을 느끼는 신경의 말단 부분)의 비례가 변하고, 그 구분이 모호해지는 것이다.

음식의 향기를 감지하는 수용체도 분포도가 변해 향기를 제대로 맡지 못하게 된다. 사실 음식 맛의 50%는 향기로 감지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코를 막고 먹으면 감자와 사과의 맛을 구분하지 못한다. 감기에 걸렸을 때 입맛이 없는 이유도 코 점막이 부어서 향기 수용체의 예민성이 떨어지기 때문인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특히 단맛과 짠맛을 잘 감지하지 못하고 둔하기 때문에 커피에 설탕을 너무 많이 넣다든가, 음식을 만들 때 소금을 지나치게 많이 넣는 경향이 있다. 가뜩이나 고혈압과 당뇨병의 위험성이 높은 노인층이 특별히 유의해야 할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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